시외버스 에어컨

 


  시외버스는 에어컨을 켠다. 바깥은 햇볕이 제법 뜨거운데, 시외버스를 타니 에어컨 바람이 흘러, 아이들이 춥다고 말한다. 어른도 춥지 않을까. 어른은 딱히 더 생각하지 않으며 에어컨을 켜지 않는가. 자동차를 몰면 으레 에어컨을 켜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가. 창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쐬려는 어른은 차츰 사라지지 않는가.


  자동차마다 에어컨을 켜니, 자동차를 타면 바깥이 어떤 더위인 줄 잊는다. 건물마다 에어컨을 켤 테니, 건물에 깃들 적에도 바깥에 어떤 햇볕이 흐르는지 알 길이 없다.


  여름에 여름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된다. 겨울에 겨울을 느끼지 않는 나라가 된다. 봄과 가을에도 봄빛과 가을볕을 모르는 사람이 된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