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진 얻기



  언제나 ‘사진 찍는 자리’에 있으니 내 사진을 찍을 일이 없다. 아이들이 사진놀이를 하면서 더러 찍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갖고 노는 사진기에만 더러 깃든다. 바깥에서 손님이 찾아올 적에 가끔 ‘아이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사진에 찍힌다. 이때에 사진을 보내 주는 이웃이 있으면 ‘내가 아이와 있는 모습’을 고맙게 얻는다.


  집에 거울을 안 두니 내가 내 얼굴을 보는 일이 없다.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모습을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으로 가만히 바라본다. 내 얼굴은 아이들한테 어떤 모습이 될까. 아이들은 어버이를 겉모습으로 바라볼까, 아니면 마음으로 바라볼까, 아니면 둘 모두 바라볼까.


  나는 ‘웃으면서 찍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웃는 모습이 이렇게 보이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아늑하거나 느긋하다고 여기는 웃음이 이러한 모습일 수 있고, 아직 나는 마음속에 그림자나 그늘을 많이 짊어지거나 붙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일 수 있다. 사진에 담긴 두 아이는 참 작다. 참 작은 아이들이 아버지를 믿고 자전거를 함께 달리는구나.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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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보금자리 1 (2014.10.27.)



  내 ‘그림’이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요즈막에 들어 나 스스로 내 그림을 제대로 안 그렸구나 하고 깨닫는다. 왜 나는 내 그림을 안 그렸을까. 우리 집이 어떤 모습이 되고, 우리 도서관이 어떤 숨결이 되며, 우리 숲이 어떤 보금자리가 되기를 제대로 바라지 않았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먼저 또박또박 한 글자씩 쓴다. 이러고 나서 글자에 빛을 입힌다. 빛이 띠가 되도록 씌운다. 빛띠에 숨결이 흐르기를 바라면서 해무지개를 얹는다. 별비와 꽃비와 달비와 사랑비와 사마귀비와 잎비와 엄지비 들을 그리다가 그림 그리기를 멈춘다. 요즈막에 몸이 퍽 고단했구나 싶어 어깨가 뻑적지근해서 손아귀에 힘이 잘 안 붙는다. 하루나 이틀쯤 쉬었다가 마저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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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받고



  일산 할머니가 보내신 김치꾸러미를 오늘 받는다. 어제는 고구마꾸러미를 받았다. 어제오늘 일산 할머니는 ‘산타 할머니’가 되셨다.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넣은 뒤, 우리 집 뒤꼍으로 통을 들고 간다. 가을볕 먹고 잘 익기 기다리던 유자를 딴다. 가위로 꼭지를 톡 잘라서 사름벼리한테 건네면, 걸상에 올라선 사름벼리는 아래에 있는 산들보라한테 다시 건네고, 산들보라는 누나한테서 받은 유자를 통에 담는다. 유자만 보내기에 상자가 조금 빈다. 그래서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두 알 딴다. 며칠 앞서 떨어진 모과가 두 알 있기에, 모과도 두 알씩 나누어, 일산으로 한 꾸러미, 음성으로 한 꾸러미 보내기로 한다. 이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가면 된다. 몸살이 다 나은 아이들 데리고 마실을 가야지. 4347.10.29.물.ㅎㄲㅅ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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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작은아이



  작은아이가 앓는다. 찬바람을 많이 먹었을까. 여러 날 낮잠을 거르면서 너무 고단하도록 놀았기 때문일까. 펄펄 끓는 작은아이는 미역국과 밥은 날름날름 잘 받아서 먹는다. 과자 몇 점을 그릇에 담아 주는데, 손을 안 댄다. 끙끙거리면서 어머니한테 안기다가 아버지한테 안기고, 어느새 드러눕는다. 무릎에 누이다가 잠자리로 옮긴다. 이마를 쓸어넘기고 가슴을 토닥인다. 안아서 쉬를 누이고, 몸을 일으켜세워 물을 마시도록 한다. 한밤을 지나면서 뜨거운 기운이 살짝 가라앉는다. 아직 몸은 뜨겁지만, 엊저녁처럼 끙끙거리지 않는다. 살짝 나아진 듯하다. 큰아이도 이만 한 나이에 몸이 달아올라 앓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더 크게 자라려고, 아이들이 더 튼튼하게 자라려고, 이렇게 끙끙 앓겠지. 4347.10.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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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0-27 10:46   좋아요 0 | URL
아유 힘드셔서 어쩐대요. 님도 몸살이신데요

숲노래 2014-10-27 15:36   좋아요 0 | URL
끙끙 앓으면서
이제 무럭무럭 잘 자랄 테지요~
 

셋째를 보내고 나서



  셋째가 떠나고 나서 할 일이 여러모로 많다. 곁님 등허리와 엉덩이를 꾹꾹 주무르기도 하고, 새로 미역국을 잔뜩 끓이기도 하는데, 여느 때에 끓이던 미역국보다 더 마음을 쏟아 끓이느라 손이 많이 간다. 두 아이가 제법 자라서 손이 덜 간다 할 만하지만,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하느라 하루 내내 눈코 돌릴 틈이 없다.


  밥 차려서 먹이고 치우기, 빨래해서 널고 말리기, 똥 누이고 씻기고 치우기 …… 이래저래 부산하게 아침부터 보내니 낮 한 시 반 즈음 되어 겨우 숨을 돌릴 만하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나, 마을 빨래터를 치우러 가야지. 오늘도 미루면 빨래터는 그예 지저분할 테고, 마을 할매가 어째 그 물이끼를 치우시겠나. 더욱이 아이들이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 치우고 놀자면서 며칠 앞서부터 노래를 불렀다. 새롭게 기운을 내어 막대솔과 아이들 옷가지를 챙겨 빨래터에 가야겠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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