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진 얻기



  언제나 ‘사진 찍는 자리’에 있으니 내 사진을 찍을 일이 없다. 아이들이 사진놀이를 하면서 더러 찍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갖고 노는 사진기에만 더러 깃든다. 바깥에서 손님이 찾아올 적에 가끔 ‘아이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사진에 찍힌다. 이때에 사진을 보내 주는 이웃이 있으면 ‘내가 아이와 있는 모습’을 고맙게 얻는다.


  집에 거울을 안 두니 내가 내 얼굴을 보는 일이 없다.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모습을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으로 가만히 바라본다. 내 얼굴은 아이들한테 어떤 모습이 될까. 아이들은 어버이를 겉모습으로 바라볼까, 아니면 마음으로 바라볼까, 아니면 둘 모두 바라볼까.


  나는 ‘웃으면서 찍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웃는 모습이 이렇게 보이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아늑하거나 느긋하다고 여기는 웃음이 이러한 모습일 수 있고, 아직 나는 마음속에 그림자나 그늘을 많이 짊어지거나 붙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일 수 있다. 사진에 담긴 두 아이는 참 작다. 참 작은 아이들이 아버지를 믿고 자전거를 함께 달리는구나.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