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보금자리 1 (2014.10.27.)



  내 ‘그림’이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요즈막에 들어 나 스스로 내 그림을 제대로 안 그렸구나 하고 깨닫는다. 왜 나는 내 그림을 안 그렸을까. 우리 집이 어떤 모습이 되고, 우리 도서관이 어떤 숨결이 되며, 우리 숲이 어떤 보금자리가 되기를 제대로 바라지 않았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먼저 또박또박 한 글자씩 쓴다. 이러고 나서 글자에 빛을 입힌다. 빛이 띠가 되도록 씌운다. 빛띠에 숨결이 흐르기를 바라면서 해무지개를 얹는다. 별비와 꽃비와 달비와 사랑비와 사마귀비와 잎비와 엄지비 들을 그리다가 그림 그리기를 멈춘다. 요즈막에 몸이 퍽 고단했구나 싶어 어깨가 뻑적지근해서 손아귀에 힘이 잘 안 붙는다. 하루나 이틀쯤 쉬었다가 마저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