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눈’을 떠서 ‘머리를 오롯이 쓰’면



  뇌를 100퍼센트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라고 느껴요. 여느 때에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뇌를 100퍼센트 쓰면 이녁은 곧바로 숨을 거둔다고 합니다. 몸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맞는 말이라고 느껴요. 그러면, 누가 뇌를 100퍼센트 쓸 수 있을까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생각을 늘 마음에 심어서 새로운 길을 짓는 사람이라면 뇌를 100퍼센트 쓸 만하리라 느낍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몸에서 스스로 막아서 뇌가 ‘더 많이 열리지 못하도’록 하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몸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기운을 마음이 시키려 한다면, 몸은 그만 터질 테니까요.


  몸이 ‘나는 터지고 말 테야’ 하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다스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몸은 ‘마음이 시키는 일’을 모두 다 할 만하리라 느낍니다. 몸은 두려움을 느끼는데, 마음만 혼자 ‘끝없는 끝’이나 ‘가없는 점’으로 간다면, 몸은 어떻게 될까요. 죽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느낍니다. 마음만 혼자 살 수 없고, 몸만 따로 살 수 없습니다. 마음과 몸이 함께 살 때에, 제대로 기운이 샘솟아서 제대로 삶을 짓는다고 느낍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수퍼맨’이나 ‘영웅’을 안 믿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서 우리 지구별을 깨끗하게 씻어 줄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어요. 수퍼맨이나 영웅은 아무리 보아도 바보스럽기만 하고, 무언가 제대로 모르는 사람 같다고 느꼈어요. 생각하면 할수록 그렇지요. 어떤 수퍼맨 하나가 모든 나쁜 것을 다 씻으면 삶이 재미있을까요?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아주 잘못 생각하는 대목이 있는데, 우두머리(지도자) 한두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야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닌 ‘민주’를 이루자면, ‘내가 나를 다스려서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짓는 길’로 가야 합니다. 한자말 ‘민주’를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사람이 임자’가 되는 길이 ‘민주’예요. “백성(서민·시민)이 주인 되기”가 ‘민주’가 아니에요. “사람이 스스로 사람이 되어, 내 삶을 바로 내 손으로 짓는 삶”이 ‘민주’입니다. 이기주의나 개인주의가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손수 지어서, 밥과 옷과 집을 언제나 스스로 지어서 얻고 누릴 수 있을 때에, ‘홀로서기’요 ‘삶’이며 ‘민주’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뛰어나거나 훌륭하더라도, 사람들이 스스로 제 삶을 손수 짓지 않는다면, 이런 나라에는 끔찍함만 도사릴밖에 없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수퍼맨’이나 ‘수퍼우먼’이나 ‘여왕’이나 ‘영웅’이 되어 지구별을 살릴 수 없어요. 어떤 사람도 이런 길을 안 바라요. 사람들 스스로 제 길을 찾고 살피고 알고 깨달아서 슬기롭게 삶을 지어야 합니다.


  수퍼맨이나 수퍼우먼이 나타나서 ‘나쁜 것’을 싹 쓸어서 없앤 뒤에 어떻게 되는가요? 사람들은 평화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싸움’을 자꾸 일으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나쁜 짓’이나 ‘새로운 바보짓’을 자꾸 일삼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찾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니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나쁜 짓이나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아서, 이를 스스로 바로잡거나 다스리거나 불태울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만화책 《드래곤 볼》이라든지 만화영화 《천년여왕》을 보아도, 이런 대목이 아주 잘 나와요. 사람들은 ‘평화’와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그저 쳇바퀴질을 합니다. 어떤 대단한 사람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다스리면, 언제나 그때일 뿐, 모두 제자리(바보스러운 엉터리)로 돌아갑니다.


  나는 남을 도울 수 없습니다. 남도 나를 도울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서로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서로 이웃과 동무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도울 뿐입니. 우리는 이웃이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만하고, 우리는 동무가 되어 돈을 보태어 준다든지 일손을 함께 맞잡는다든지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길’을 엮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잘 알아야 할 대목은, 내가 스스로 우뚝 서야, 서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내가 폭삭 주저앉으면 아무도 나하고 어깨동무를 못 합니다. 나부터 우뚝 서야, 내 이웃과 동무랑 어깨동무를 합니다.


  ‘새로운 눈을 떠서 머리를 오롯이 쓰면(제3의 눈을 떠서 뇌를 100퍼센트 쓰면)’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하나라고 느껴요.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내 삶을 제대로 지으면 됩니다. 새로운 눈을 뜬 뒤 다른 사람을 도울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 내가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제대로 지으면, 내 동무와 이웃은 나를 바라보면서 ‘아하, 그렇구나. 나도 눈을 새롭게 뜨면서 즐겁게 살아야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누군가를 도우려 한다면 ‘이렇게 해야 돕는 일’이 됩니다. 내가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레 살면, 내 이웃과 동무도 이녁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레 살아요.


  가만히 보니, 내가 ‘새로운 눈’을 뜰 때마다 하는 일은 수수합니다. 이를테면, 밥을 새롭게 짓습니다. 또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짧은 노래(시)’를 기쁘게 짓습니다. 나무를 심습니다. 우리 집 뒤꼍이나 마당에서 풀을 뜯어서 나물밥을 차립니다.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를 몰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과 마당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스스로 ‘새로운 눈’을 안 뜰 적에는 나도 모르게 꽥 소리를 지르거나 골을 부리거나 바보스러운 짓을 해요.


  나는 내 ‘새로운 눈’을 뜨면서 스스로 웃습니다. 나는 일어서면서 웃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새로운 눈을 뜨기에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서기에 웃습니다. 일어서기에 웃으면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눈(제3의 눈)’을 뜨고서 우주혁명이나 지구혁명을 일으키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내 길을 가면 됩니다. 4348.2.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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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 오줌방울



  기침이 멎지 않고 몸이 아픈 작은아이가 저녁을 거르고 내처 잔다. 퍽 오랫동안 잠자리에만 누웠구나 싶어서, 밤 열한 시에 일으켜서 쉬를 누인다. 쉬를 누이기 앞서 “쉬 할래?” 하는 말을 여러 차례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눈치는 없으나, 쉬가 마려워서 몸을 자꾸 비튼다고 느낀다. 살며서 안아서 마루로 나와서 쉬를 누이려는데, 작은아이 고추가 뭉쳤다가 풀리면서 내 뺨에 오줌방울이 튄다. 아, 오랜만이로구나. 네 오줌을 얼굴에 맞는 일 말이야. 작은아이는 오줌그릇이 가득 차도록 쉬를 눈다. 무척 오래 참았구나. 국물과 물을 몇 모금 마신 작은아이는 다시 잠자리에 눕고, 몇 번 기침을 하다가 조용히 곯아떨어진다. 밤새 잘 자렴. 아침에는 말끔한 몸으로 일어나렴. 4348.2.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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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2-11 05:19   좋아요 0 | URL
한솔이는 어제 병원에서 독감검사하고 독감판정되어 일주일간 학교 가지말고 있으라는 진단서를 주더라구요.
큰병원인데 독감환자로 병실이 모자라서 입원도 안되고요.
일단 집에 데려왔는데 집에서 봐줄 사람이 없어 데리고 출근해야하네요. ㅠㅠ

숲노래 2015-02-11 05:54   좋아요 1 | URL
아이가 병원에 안 가고 어머니하고 함께 다녀야 하는 한 주라면,
어쩌면 아이한테는 무척 뜻깊은 한 주가 될 수 있으리라 느껴요.
아이는 스스로 튼튼하니, 독감이라 하더라도
씩씩하게 지내면서 말끔히 털리라 생각해요.
콜록거리는 사람만 가득한 병실보다는
어머니 곁이 한결 포근하면서 좋은 쉼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오늘 하루 열어 보셔요.
아이도 하양물감 님도 믿습니다.

우리 집 작은아이도 오늘은 기침을 털고 씩씩하게 놀리라 믿어요 ^^
 

다르면서 새로운 두 아이



  두 아이는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면서 서로 새롭다. 두 아이가 ‘그저 다르다’고만 느낀다면, 두 아이를 마주하는 기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리라 본다. 두 아이는 ‘두 아이대로 새로운 숨결’인 줄 느끼면, 두 아이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내 삶을 기쁘게 마주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인천과 일산에서 모두 나흘을 머물면서 바깥마실을 한 뒤 고흥으로 돌아오는 아침에, 큰아이는 ‘이제 어머니한테 가자’ 하고 말하니 졸린 눈을 비비면서 바로 일어나고, 작은아이는 이 말을 듣고도 ‘보라 더 잘래’ 하고 말하면서 안 일어나려 한다. 달래고 타이르고 얼러도 작은아이는 ‘보라 더 잘래’가 앞선다. 한참 만에야 겨우 일어나서 잠옷을 갈아입고 쉬를 누는 작은아이는 택시를 타러 갈 때까지 ‘걷기 힘드니 안아’ 달라고 한다. 큰아이도 졸음이 가득한 몸이지만 동생이 아버지한테 안기니 안아 달라는 말을 안 한다.


  작은아이는 일산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한참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도 이 버스에서 함께 곯아떨어졌는데, 버스 난방이 제법 달아올라서 큰아이 겉옷 한 벌 벗기려는데 지퍼가 도무지 안 풀리고 천에 집혀서 애먹는 사이 그만 잠이 깬다. 작은아이는 겉옷 한 벌을 벗겨도 그저 잔다. 잠을 덜 잔 큰아이는 순천에서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를 탈 적에 길게 뻗듯이 곯아떨어진다. 곯아떨어진 큰아이를 안고 버스에서 내린 일이 요 몇 해 사이에 드물었지만, 어제 아주 오랜만에 ‘잠든 큰아이’를 안고 ‘말짱한 작은아이’는 혼자 걸어서 버스에서 내린다.


  날마다 새로운 일을 겪으면서 두 아이가 자란다. 어버이인 나도 아이들과 함께 무럭무럭 큰다. 4348.2.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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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어린이표’는 안 끊어도 되는데



  잘 안다. 다섯 살 어린이는 버스에 탈 적에 따로 표를 안 끊어도 되는 줄 안다. 그러나, 다섯 살 어린이라고 해서 버스표를 안 끊고 타다가, 빈자리가 없다고 하면, 다섯 살 어린이를 시외버스에서 너덧 시간 무릎에 앉히고 가야 한다. 다섯 살 아이한테 ‘빈자리표’나 ‘빈표’라는 이름으로 따로 표를 주지 않는다면, 다섯 살 아이도 똑같이 돈을 치러서 표를 끊어야 한다. ‘빈자리가 있으면 그냥 태워도 된다’고 말하지 말고, 빈자리가 있든 없든 다섯 살 어린이가 앉을 자리를 ‘빈표’로 주어야지. 전철에서도 어르신한테 ‘경로우대권’이라고 하는 ‘빈표’를 주듯이, 시외버스에서도 어린이한테 빈표를 주지 않는다면,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한테 ‘돈표(돈을 내고 받는 표)’를 끊을밖에 없다. 버스 기사님이나 버스역 표파는곳 일꾼께서 우리더러 괜한 표값을 치른다고 ‘말씀’만 해 준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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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돌보는 어버이



  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다니니 ‘힘들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퍽 많다.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도 이런 소리를 듣고, 가까운 둘레에서도 이런 말을 듣는다. 나는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느낀 적이 없기에, 이 말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왜 힘들어야 할까? 무엇이 힘들다고 할 만할까? 아이들 옷가지와 짐을 내 큰가방에 잔뜩 짊어지고 다녀야 하니까 힘들까? 아이들이 잠들면 짐은 짐대로 메고 아이는 아이대로 안아야 하니까 힘들까? 짐을 짊어진 채 여덟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두 팔에 안으면 힘들까? 아이들이 무척 어릴 적에는 밤새 기저귀를 갈고 빨래를 하느라 부산했다. 밤잠을 거의 이룰 수 없었다. 이무렵부터 낮잠을 조금씩 쪽잠처럼 자는 버릇이 생겼다. 낮이고 밤이고 갓난쟁이는 똥오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아기를 돌보는 어버이는 ‘쉴 만할 때’를 스스로 챙겨서 쉬어야 하고, ‘눈 붙일 만한 때’에 스스로 눈을 붙여야 한다. 아무튼, 밤새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이불깃 여미는 일은 그러려니 하면서 하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놀리고 읽히고 하는 모든 삶도 고스란히 내 하루로 여기면서 맞이한다.


  아이를 어버이가 스스로 맡지 않으면서 학교나 학원에 맡기려고 하면, 이때에는 힘들밖에 없으리라 느낀다. 아이가 사회의식에 젖어들도록 내버려 두는 일이야말로 어버이로서 힘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날마다 새롭게 꿈을 꾸면서 놀도록 이끄는 하루는 언제나 즐거운 삶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짐은 무겁네 하고 느끼면서 들면 되고, 가벼운 짐은 가볍네 하고 느끼면서 들면 된다. 우리는 우리 길을 씩씩하게 가면 된다. 아침마다 기쁘게 동이 터서 햇볕을 듬뿍 쬔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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