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서 새로운 두 아이
두 아이는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면서 서로 새롭다. 두 아이가 ‘그저 다르다’고만 느낀다면, 두 아이를 마주하는 기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리라 본다. 두 아이는 ‘두 아이대로 새로운 숨결’인 줄 느끼면, 두 아이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내 삶을 기쁘게 마주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인천과 일산에서 모두 나흘을 머물면서 바깥마실을 한 뒤 고흥으로 돌아오는 아침에, 큰아이는 ‘이제 어머니한테 가자’ 하고 말하니 졸린 눈을 비비면서 바로 일어나고, 작은아이는 이 말을 듣고도 ‘보라 더 잘래’ 하고 말하면서 안 일어나려 한다. 달래고 타이르고 얼러도 작은아이는 ‘보라 더 잘래’가 앞선다. 한참 만에야 겨우 일어나서 잠옷을 갈아입고 쉬를 누는 작은아이는 택시를 타러 갈 때까지 ‘걷기 힘드니 안아’ 달라고 한다. 큰아이도 졸음이 가득한 몸이지만 동생이 아버지한테 안기니 안아 달라는 말을 안 한다.
작은아이는 일산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한참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도 이 버스에서 함께 곯아떨어졌는데, 버스 난방이 제법 달아올라서 큰아이 겉옷 한 벌 벗기려는데 지퍼가 도무지 안 풀리고 천에 집혀서 애먹는 사이 그만 잠이 깬다. 작은아이는 겉옷 한 벌을 벗겨도 그저 잔다. 잠을 덜 잔 큰아이는 순천에서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를 탈 적에 길게 뻗듯이 곯아떨어진다. 곯아떨어진 큰아이를 안고 버스에서 내린 일이 요 몇 해 사이에 드물었지만, 어제 아주 오랜만에 ‘잠든 큰아이’를 안고 ‘말짱한 작은아이’는 혼자 걸어서 버스에서 내린다.
날마다 새로운 일을 겪으면서 두 아이가 자란다. 어버이인 나도 아이들과 함께 무럭무럭 큰다. 4348.2.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