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떨어지다


  아이들과 먹을 낮밥을 한창 하는데, 갑자기 가스불이 꺼진다. 뭔가 하고 다시 켜지만 안 켜진다. 아차 벌써 다 썼나 하고 생각하며 살펴보니 참말 가스가 다 떨어졌다. 생각보다 가스가 빨리 떨어지는구나 싶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면소재지 가스집에 전화를 건다. 언제쯤 올 지는 알 수 없다. 광에서 버너를 꺼낸다. 끓이던 국을 마저 끓인다. 비는 하염없이 쏟아진다. 사흘 동안 해가 나고 하루쯤 비가 온다면, 닷새나 엿새쯤 해가 쨍쨍 내리쬔 뒤 하루쯤 비가 온다면, 이만 한 비면 딱 좋으리라 생각한다. 너덧새에 하루 비가 내리는 날씨가 숲에도 들에도 가장 즐거우리라. 빗소리를 들으며 밥을 짓는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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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4] 우리 집 딱새 두 마리

― 노래이웃



  우리 집에서 살듯이 지내는 딱새가 두 마리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다니지 않았으나 며칠 앞서부터 마당이고 섬돌이고 아무렇지 않게 뾰롱뾰롱 날아앉거나 콩콩콩 뛰어서 다닙니다. 한 마리인가 했으나 두 마리입니다. 한 마리는 수컷일 텐데, 다른 한 마리는 암컷일까요. 새끼를 까면서 모두 떠나고 빈 제비집에 깃들려나 궁금합니다. 후박나무에 둥지를 지었을까요, 풀숲에서 지내려나요.


  제비가 떠나고 없는 우리 집에 딱새가 날마다 노래를 베풉니다. 고마우면서 반갑고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딱새는 노래이웃입니다. 딱새 두 마리는 노래동무입니다. 날마다 고운 빛으로 노래하면서 시골집에 밝은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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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가는 소리


  두 아이 이를 고치면서 ‘이 가는 소리’를 다스리려고 애쓴다. 치과에 가기 앞서까지 큰아이 ‘이를 가는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아이가 고단할 적에 이를 가는구나 하고만 여겼다. 이제는 아이가 이를 갈 적마다 곧바로 잠에서 깨어 아이 볼을 토닥이면서 “이는 예쁘게 그대로.” 하고 말한다. 밤마다 열 차례 즈음 잠에서 깨어 이렇게 이 말을 읊는다. 간밤에는 얼추 십 분이나 이십 분마다 깨어 이 말을 읊었지 싶다. 도무지 잘 수 없어 부시시 일어나니 새벽 세 시. 그래도 다섯 시간은 누웠네. 재미있다면, 도무지 자다 깨다 하기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 뒤 두 시간 동안 큰아이가 이를 갈지 않는다.

  큰아이가 아직 갓난쟁이였을 적에는 삼십 분마다 기저귀를 갈았다. 작은아이는 큰아이와 달리 밤오줌을 자주 누지 않았다. 작은아이는 한두 시간에 한 차례 기저귀를 갈면 되었다. 큰아이가 이를 언제쯤 갈지 않을까 헤아려 본다. 큰아이가 스스로 이를 예쁘게 그대로 두면서 새근새근 잠을 폭 들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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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별 그리기 (2013.12.20.)



  사름벼리가 여섯 살이던 지난 십이월에 파란 별을 커다란 종이에 그야말로 큼직하게 그리며 논 적이 있다. 그림 한 장에 파란 별을 하나씩만 그린다. 그래서 이 별 그림을 보다가,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둘레에 덧그림을 붙여 보았다. 커다란 별 둘레에 작은 별이 반짝이고, 동그란 해(또 다른 별)가 무지개꼬리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그림을 그렸다. 해와 같은 동그란 무지개별은 억새밭을 가로지르고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이 무지개별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 드리우겠지. 오랜만에 두 아이와 함께 대만 영화 〈로빙화〉를 보았다. 언제 다시 보아도 참으로 가슴이 짠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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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따뜻해 (2014.7.12.)


  나들이를 간 집에 일곱 살 아이가 있다. 일곱 살 아이가 쓰는 크레파스와 종이를 빌려서 그림을 한 장 그려 본다. 일곱 살 아이는 어머니와 놀이터에 갔고, 집에는 여섯 살 동생과 아버지가 있다. 여섯 살 동생을 넓은 그림종이에 먼저 넣고 구름에 앉힌다. 아이가 앉은 구름은 커다란 나뭇잎이 받쳐 준다. 따뜻한 빛이 옆에서 퍼지고, 무지개 비가 내린다. 날마다 서로서로 따뜻한 말과 넋으로 아름다운 삶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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