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1.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글, 책이라는신화, 2023.12.25.



멎을 듯한 비날을 가벼이 잇는다. 산수유꽃이 피었다. 매나무도 꽃을 피운다. 하루살림을 추스른다. 책을 부치러 나래터를 다녀오며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쓴다. 새로 써낸 책을 이웃님한테 알리는 길이란 만만찮다. 인천·서울에서 살 적에는 이웃님한테 찾아가서 건넬 수도 있었다면, 시골에서는 길삯과 다리품과 하루를 들여서 읍내를 오가야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한다. ‘이러니 시골에서 안 살고 싶어 할 만하겠구나’ 싶은데, 쇳덩이를 몬다면 안 힘들다고 여기겠으나, 시골에서는 쇳덩이를 몰아도 한나절이 휙 지난다. 더 돌아보면, 이렇게 길삯과 다리품과 하루를 옴팡 들이는 시골이라서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쓰고, 길을 거닐면서 책을 읽는다. 읍내만 다녀와도 길에서 한나절쯤 가볍게 지나기에, 이동안 책 한두 자락쯤 너끈히 읽는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씩씩한 듯싶으나 갈수록 헤맨다고 느꼈다. 몇몇 그림지기 둘레에서 맴돌며 이야기가 못 뻗기도 했다. 아름그림책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품을 좁히나 싶어 갸웃거렸다. ‘엘사 베스코브·완다 가그·이와사키 치히로·바바라 쿠니’를 모를 수 있고, 《닉 아저씨의 뜨개질》을 모를 수 있다만, 그림책은 오직 사랑인걸. ‘힘세’지 않고 여려서 고운걸.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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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0.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글/김종철·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6.7.15.



다시 잎샘비가 내리는 하루. 그야말로 쉬잖고 비가 온다. 녹이고 풀고 달래는 늦겨울비이다. 사흘 동안 비랑 안개구름이 이으면서 하늘을 씻는구나. 말끔히 씻으면서 우리 마음을 다독여 준다고 느낀다. 빗소리에 더 기운을 내어 하루를 일구자고 생각한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1998년에 처음 읽었는데, 그때에도 옮김말이 엉성하고 ‘누가 읽으라는 글’인지 아리송했고, 이즈음에도 ‘아이들한테 도무지 못 건넬 글’이라고 느낀다. 새판도 흘깃해 보았으나 매한가지이다. 어찌 보면 어찌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웃말도 익히고 배움길을 더 헤아리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더 안 배우려 한다’고 느낀다. 머리에 먹물을 더 담을수록 더 닫히는 우리나라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데, 이 땅에서는 고개 숙여 새로 익히면서 더 쉽고 상냥하고 부드러이 풀고 추스르려는 손끝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가 안 태어날 만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 부풀 만하고, 앞으로 이 나라에 아이가 몽땅 사라져도 다들 아무 걱정이 없는 듯하다. 부릉부릉 매캐한 길은 늘어나고, 잿더미(아파트 단지)도 늘어나지만, 정작 들숲은 깎이고 사라지고, 풀벌레와 새가 깃들 곳도 짓밟히는데, 뭘 보고 뭘 옮기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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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박지혜 글, 스토리닷, 2023.12.31.



아침에 비가 그치고 해가 살짝 난다. 안개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흐른다. 먼지를 고이 씻고 잎망울을 간질인다. 과일하고 구슬셈(주판)을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는 소리돌을 듣는다. 예전에는 전라말씨를 들으려고 시골버스에서 귀를 틔웠지만, 이제는 막소리가 춤추며 어지러운 터라, 둘레 소리를 안 듣는다. 이럭저럭 사투리가 남은 곳이 있되, 마을빛이 사라지고 고을빛이 스러지면서 마을말과 고을말도 자취를 감춘다. 사투리를 기꺼이 쓰는 사람도 줄고, 밀당과 높낮이만 조금 남을 뿐, 시골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사투리를 등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곱씹는다. 잎물을 곁에 두면서 포근히 달래는 하루를 차분하게 밝히려는구나 싶은데, 조금 더 글결을 가다듬어서 쉽고 또 쉽고 더 쉽게 풀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 잎물을 즐기던 분들은 중국 한자말에 일본 한자말을 마구 썼다면, 요새 잎물을 즐기는 분들은 이런 한자말 사이에 영어를 섞는다. 중국도 일본도 인도도 영국도 아닌 이 땅에서 잎물을 마시는데, 이 나라 어린이하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틔울 말을 헤아릴 때에 그야말로 푸른물이 온몸과 온마음을 적시리라. 밤에는 구름 사이로 별을 보고 개구리노래를 띄엄띄엄 듣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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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8.


《The Legend of the Bluebonnet》

 Tomie DePaola 글·그림, Paper Star, 1983.



국을 새로 끓인다. 두 아이하고 함께 밥을 차리고, 넷이 둘러앉아 북적북적 한끼를 누린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더니 어느새 비를 뿌린다. 가볍게 비내음을 퍼뜨리는가 싶더니, 밤새 우렁차게 춤추면서 쏟아진다. 이제 몸살은 다 지나간다. 몸살을 누리는 동안 몸을 새로 돌아보았고, 하루를 새삼스레 되짚었다. 이동안 숲노래 씨 새책이 태어났고, 골골거리면서 넘겼다. 《The Legend of the Bluebonnet》이 한글판으로 나올 날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가만 보면 이런 그림책은 잘 안 옮길 뿐 아니라, 애써 태어나더라도 어느새 판이 끊기더라. 들과 숲과 풀꽃과 삶과 살림을 사랑으로 녹여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오히려 안 팔리고 못 읽히는 우리나라이다. 이런 이야기는 그림책이더라도 보름이나 달포쯤 들여서 천천히 새기고 되읽어야 비로소 스며들 만하다. 그렇지만 책을 좀 읽는 분들조차 너무 빨리 후다닥 읽어치우려고 한다. 요새는 ‘서평단’으로 ‘그냥 받는 책’을 누리는 분들이 하루조차 들이지 않고 다다닥 읽고서 헐레벌떡 모심글(주례사비평)을 써댄다. 느낌글이 사라지는 판인데, 무엇을 느끼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무엇을 느꼈는지 꾸밈없이 밝히지 않는다면, 책도 글도 모두 허울에 껍데기일 뿐이다.


#토미드파올라 #Bluebonnet #달개비 #TheLegendoftheBluebonne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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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284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

 김명식

 학민사

 1989.3.20.



  하루를 살아내며 오가는 길에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숨결이 어느덧 새롭게 이야기로 드리웁니다. 두들겨맞고 쓰러진 하루도, 빗물로 달랜 하루도, 휘둘리고 휩쓸리다가 휘청이는 하루도, 햇볕을 듬뿍 쬐면서 사르르 눈을 감는 하루도, 모두 다르게 젖어들면서 우리 이야기로 퍼집니다. 더 캄캄한 나라는 없습니다. 캄캄굴레를 바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들은 우리가 부아를 내기를 바랍니다. 히죽거리면서 송곳으로 옆구리를 쑤시지요. 이래도 성내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이기죽거리는데, 고이 서는 길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그놈을 흘겨볼 적에는 그만 와르르 무너집니다.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를 문득 되읽습니다. 아마 1995년 가을에, 새뜸나름이로 일하는 틈을 쪼개어 책집마실을 하던 어느 날 처음 읽었을 텐데, 그 뒤로 1999년 무렵에 다시 읽었고, 2024년에 이르러 새삼스레 들춥니다. 1989년이면 전두환을 끌어내렸어도 다른 우두머리가 또아리를 틀었고, 벼슬자리를 꿰차거나 나눠먹는 무리가 무시무시했습니다. 그 뒤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흐르는 동안에도 힘꾼과 이름꾼과 돈꾼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 뻘짓’을 구경하기를 바랍니다. 불수렁을 끝내는 길은 단출해요. 우리 꿈길을 걸으면 돼요.


ㅅㄴㄹ


창 너머 휘황한 호텔의 불빛은 / 나에게는 차라리 포화처럼 / 두려워졌읍니다 // 희 희 락 락 / 웃어대는 저 웃음소리가 / 나에게는 차라리 칼날처럼 / 가슴 떨렸읍니다 // 버젓한 승용차가 들어 나가고 / 기름 낀 목덜미 / 저 사람들은 / 나에게는 차라리 / 침략군처럼 / 소름끼쳤읍니다 (님 16/99쪽)


더운물에 몸 담글 수 있고 / 포근한 침상에 몸 뉘일 수 있는 / 높은 자리에 앉아 /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굶주리는 형제보다 더 처먹는 것은 / 부끄럼입니다 / 부끄럼입니다 (님 18―나의 죄 나의 부끄럼/102쪽)


+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김명식, 학민사, 1989)


창 너머 휘황한 호텔의 불빛은 나에게는 차라리 포화처럼 두려워졌읍니다

→ 저 너머 눈부신 길손채 불빛은 나한테는 차라리 벼락처럼 두렵습니다

→ 저 너머 반짝이는 나들채 불빛은 나한테는 차라리 불살처럼 두렵습니다

99쪽


포근한 침상에 몸 뉘일 수 있는

→ 포근한 자리에 몸 뉘일 수 있는

102쪽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을러대며 거머쥐며 돈지랄 글칸에서 멍든 나라 구경하면서

→ 으르렁 뽐내며 배부장나리 글집에서 멍든 삶터 구경하면서

102쪽


굶주리는 형제보다 더 처먹는 것은 부끄럼입니다

→ 굶주리는 또래보다 더 처먹는 짓은 부끄럽습니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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