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책읽기

 


  자동차를 얻어타고 움직이면 고맙다. 그러나 우리가 얻어타는 이 자동차 또한 길거리를 누비는 숱한 물결 가운데 하나이다. 시골집을 떠나 면내나 읍내로만 나와도 길가에 서서 우리 앞을 가로막는 자동차 옆으로 비켜 걷느라 우리 앞뒤로 달리는 자동차를 살펴야 하기에, 그만 아이한테 “저기 자동차 오잖아. 얼른 따라와!” 하고 다그치는 말을 하고야 만다. 자동차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이한테 나즈막한 소리로 “자, 어머니 어머니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렴.” 하고 나즈막하거나 부드러이 불러서는 듣지 못하기 일쑤이다. 고흥하고 가까운 도시 순천으로 마실을 나갈 적에도 자동차가 엄청나게 많다. 순천을 지나 시외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인천이나 부산이나 서울이나 일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 내려 누군가를 만나러 길을 걷다 보면 거듭거듭 아이를 재촉하고 다그친다. 너무도 많은 자동차가 끝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니 잔잔하거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자동차 바퀴 소리에 모두 짓이겨진다. 그예 아이한테 소리를 빽 지르는 바보 아버지 멍청이 어머니가 되고 만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으며 들길을 거닐 때에는 아이를 부르지 않아도 좋다. 서로 웃으며 바라보면 즐겁다. 새들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멧길을 걸을 때에는 아이를 부르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어버이 앞뒤로 신나게 달음박질을 하고 뜀뛰기를 한다. 서로 새처럼 노래하며 마주하면 기쁘다.


  자동차를 얻어타고 어디로 움직일 때에는 창문을 열면 새삼스레 시끄럽다. 창문을 닫아도 그리 조용하지 않다. 자동차를 얻어타고 움직이며 새들 지저귀는 소리나 벌레들 우짖는 소리를 듣기 아주 힘들다. 저기 틀림없이 새가 있고 벌레가 있을 텐데 하고 느끼지만, 귀로 와닿는 소리는 자동차들이 깡그리 치고박아 멀리 흩어지고 만다.


  아이가 신나게 달리며 놀 수 있는 곳은 어버이가 신나게 땀흘리며 일하거나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낀다. 아이가 마음껏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데는 어버이가 예쁘게 꿈을 꾸며 사랑할 수 있는 데라고 느낀다. (4345.5.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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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살아가며 책읽기

 


  돈을 벌려면 도시에서 살아가며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꼭 도시에서 살아가기에 돈을 벌 만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 텐데, 도시에 돈이 될 일자리가 많으리라 스스로 생각하기에 스스로 도시 삶자락에 기대리라 느낍니다. 돈을 벌더라도 시골에서 벌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낚거나 김을 훑으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멧자락에서 나물을 캐며 돈을 벌 수 있고, 들판에서 푸성귀와 곡식을 거두며 돈을 벌 수 있어요. 돈이 될 일거리는 도시에만 있지 않습니다. 글을 쓰더라도 번듯한 작업실을 마련해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습니다. 달동네 작은 집을 얻어야 글을 쓰기에 좋지 않습니다. 시골마을 작은 집에서 텃밭을 일구면서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아이들하고 복닥이면서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꼭 아이가 없어야 글을 쓰지 않으며, 반드시 혼자서 살아야 글을 쓰지 않아요.


  돈이 있어야 먹고살 만하지 않듯, 돈이 없을 때에 먹고살 만하지 못할 수 없습니다. 자가용이 있어야 돌아다니기 좋지 않듯, 자가용이 없대서 돌아다니기 안 좋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이 없어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돈은 없어도 즐거이 살아갈 수 있지만, 사랑이 없을 때에는 즐거이 살아갈 수 없구나 싶어요. 내 집이 없거나 내 자동차가 없더라도 즐거이 어우러지는 길은 있지만, 내 사랑과 내 꿈이 없을 때에는 즐거이 어우러지는 길을 스스로 못 찾는구나 싶어요.


  도시가 아주 나쁜 곳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슬기롭게 생각하며 아름다이 살아갈 꿈이 있으면서 사랑을 품는다면, 도시에서도 예쁘게 살며 즐거이 얼크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슬기롭게 생각하지 않고 아름다이 살아갈 꿈을 품지 않으며 고운 사랑을 건사하지 않는다면,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삶이 엉망진창이 되리라 느낍니다.


  오늘날 이 나라 도시사람은 얼마나 좋은 슬기이거나 꿈이거나 사랑일까요. 얼마나 좋은 슬기나 꿈이나 사랑을 뽐내며 스스로 아름답다 여기는 책을 만나거나 사귈까요.


  스스로 좋은 사랑을 빛내며 돈을 버는 삶이라 한다면, 도시사람이 읽는 책이든 시골사람이 읽는 책이든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좋은 사랑을 빛내며 돈을 벌지 못하는 삶이라면, 그저 돈벌이 되는 일자리를 붙잡기만 한다면, 퍽 많다 싶은 돈을 벌더라도 스스로 그닥 아름답지 못한 삶이며 나날이고 보금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이냐 시골이냐에 앞서, 얼마나 좋은 사랑인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그리고, 도시가 온통 시멘트투성이와 아스팔트투성이로 덮이며 숨이 막히지 않도록, 도시 곳곳에 나무숲과 풀숲을 이루도록 애써야지 싶어요. 나무그늘 자리를 마련하고, 풀숲 쉼터를 일구어야지 싶어요. 몸이 쉬고 마음이 쉴 만한 터전이 있어야 도시가 좋은 삶자리가 되리라 생각해요. 눈이 쉬고 코가 쉬며 귀가 쉴 만한 자리가 있을 때에 도시 또한 좋은 삶터가 되리라 느껴요. (4345.5.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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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빛 사랑―최종규, 헌책방 이야기 사진잔치 열여섯, 2012.5.

 


찾아오는 길 www.gegd.co.kr/map.html
때 : 2012년 5월 3일∼5월 31일
곳 : 김형윤편집회사 1층, 헌책방 〈지나간 시간〉

 


  모든 책에는 저마다 다 다른 빛을 담습니다.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며 이루는 이야기가 한 줄기 빛이 되어 책 한 권으로 스며듭니다. 갓 나온 책을 살피면, 이제 막 이웃들 앞에 선보이면서 즐겁게 나누고픈 고운 사랑을 따사롭게 담은 빛이 환합니다. 새책방 책꽂이를 거쳐 헌책방 책시렁으로 옮긴 책을 돌아보면, 오래도록 이웃들하고 주고받던 고운 사랑이 보드랍게 무르익은 빛이 그윽합니다.


  새책이기에 더 빛나지 않습니다. 헌책이기에 더 어둡지 않습니다. 책이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한 자락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에 따라 책 하나가 나한테 아름답게 스며들 수 있습니다. 빛나게 스며드는 책이라 한다면, 두고두고 즐겁게 물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환하게 녹아드는 책이라 한다면, 오래오래 기쁘게 돌이킬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어느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많은 사람한테서 사랑을 받습니다. 어느 책은 몇 안 되는 사람한테서 사랑을 받습니다. 백만 사람한테서 사랑받던 책이 있고, 열 사람한테서 사랑받은 책이 있습니다. 어느 책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어느 책이 더 값지다고 따지지 못합니다. 그저 나 스스로 내 삶을 알뜰살뜰 꾸리는 길에서 좋은 길동무나 이슬떨이로 삼을 만했다면 고마우며 반가운 책입니다.

 

  헌책방 마실을 즐기면서 찍은 사진들을 그러모아 “책빛 사랑”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책사랑’도 ‘빛사랑’도 아닌 ‘책빛 사랑’입니다. 책으로 스며드는 빛을 사랑합니다. 책을 바라보는 빛을 사랑합니다. 책을 일구던 빛을 사랑합니다. 책을 읽는 빛을 사랑합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습니다. 새책방에 가건 도서관에 가건 헌책방에 가건 대여점에 가건 책을 읽습니다. 내 집 책꽂이에서 꺼낸 책이건 동무네 집 책꽂이에서 빌린 책이건 그예 책을 읽습니다. 나는 헌책을 읽거나 새책을 읽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책을 읽습니다. 1950년에 나온 책도 책이고, 2010년에 나온 책도 책입니다. 1850년에 나온 책이든 1990년에 나온 책이든 ‘나온 해’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 책 하나를 읽으며 내 가슴이 어여삐 빛날 수 있으면 흐뭇합니다. 나로서는 ‘새책’도 ‘헌책’도, 또 ‘비싼 책’도 ‘값싼 책’도 읽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내가 좋게 느끼는 책’을 읽습니다. 나로서는 ‘내가 사랑할 책’을 읽습니다.

 

  책 하나로 이루어진 빛을 느낄 수 있기를 꿈꿉니다. 책 하나로 이루어진 빛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땅 조그마한 책마을에 조그마한 씨앗 하나로 태어나려는 아리따운 책터에 ‘사랑씨’와 ‘꿈씨’와 ‘믿음씨’가 찬찬히 얼크러지면서 ‘삶을 빛내는 씨앗’ 하나 싱그럽게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ㄲㅅㄱ)

 


* 최종규
1975년에 인천 도화1동에서 태어남. 전남 고흥 동백마을 시골집에서 네 식구가 살아가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를 꾸림.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 《사진책과 함께 살기》,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뿌리깊은 글쓰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책 홀림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사랑하는 글쓰기》, 《생각하는 글쓰기》,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모든 책은 헌책이다》 같은 책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경기 파주 책잔치 하는 동안에

   나들이 하실 수 있는 분은 마실해 주셔요.

 

.. 저희 식구는 5월 3일부터 5월 5일까지

   파주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 5월 5일 14시에는, 모이는 사람이 제법 되면

   "헌책방과 책과 삶"이라는 주제로 '사진잔치 강연'을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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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5-0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남에서 파주까지 마실오시는군요.따남은 커서 괜찮겠지만 아드님은 아직 어린데 먼길을 가면 좀 힘들겠네요.된장님은 차가 없으신것 같으신데 설마 두 아이를 데리고 버스타고 기차타고 올라오시려면 좀 힘드실것 같습니당^^;;;

숲노래 2012-05-03 06:31   좋아요 0 | URL
모두 힘든 나들이입니다 @.@
에구...
 


 시골구름 책읽기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는 일도 책읽기입니다. 도시에서 아파트 너머 보이는 구름을 올려다보는 일도 책읽기입니다. 구름이 흐르는 결을 살피면 날씨를 읽을 수 있습니다. 구름이 어지러이 흘러 날씨를 읽기 힘들다 한다면, 이런 결대로 책읽기입니다. 오늘날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연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든, 한국땅 봄·여름·가을·겨울이 엉터리가 된 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다만, 어렴풋이 깨닫더라도 제대로 느끼거나 옳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그저, 모두들 봄날 이런 비가 갑작스레 퍼붓거나 쏟아지면 안 되는데, 봄에 여름 같은 날씨가 되면 안 되는데, 하고만 중얼거리고 그칠 뿐입니다. 날씨가 흔들리거나 바뀌는 까닭은, 나(사람들) 스스로 자연과 하나되는 삶하고 자꾸 멀어지기 때문인데, 내 탓을 깨닫지 않으니, 날씨는 자꾸자꾸 더 흔들리고 얄궂게 뒤틀립니다.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려고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나들이를 다니거나 아예 시골에 보금자리 마련해서 꾸리는 삶이란 책읽기입니다. 어떤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거나 쑤셔넣거나 하는 지식넣기 아닌 책읽기입니다. 왜냐하면, 삶을 읽으려 하니까 책을 읽으려는 매무새입니다. 삶을 누리려 하는 몸짓이라면 책을 누리려 하는 몸짓입니다. 삶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일 때에는 책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됩니다. 삶을 빛내려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라 한다면, 책을 빛내려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 될 수 있겠지요.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려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나부터 나 스스로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나부터 내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나란히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언제나 바라보면서 내 가슴에 좋은 사랑이 천천히 솟아나기를 꿈꿉니다. 좋은 책이 내 가슴에서 샘솟기를 바라고 가다듬으며 기다리고 즐기며 생각하고 일굽니다. (4345.5.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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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꽃과 나무와 풀을 읽어요

 


  마당 한켠 후박나무에 꽃봉우리가 활짝 터진 첫날부터 후박꽃 사진을 찍습니다. 날마다 찍은 사진 가운데 어제 찍은 사진이 가장 어여쁘다고 느낍니다. 바람이 한 점조차 없이 아주 고요한 날 아침, 후박꽃이며 후박잎이며 그예 멈춘 듯 꽃내음과 풀내음을 나누어 줍니다. 둘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죽을 먹이다가 사진기를 들어 한손으로 찍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첫째 아이가 막 태어나 우리하고 함께 살아가던 때, 나는 첫째 아이가 아직 걸음을 못 떼던 무렵이든 한창 잘 걷던 무렵이든 제법 자란 무렵이든 날마다 안거나 업거나 걸리거나 하면서 골목마실을 여러 시간 다녔습니다. 이때에 늘 한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내 어버이 집을 떠나 혼자 살며 신문배달을 하던 때를 곰곰이 돌이킵니다. 그무렵 나는 자전거를 몰며 신문을 돌렸습니다. 왼손으로 자전거 손잡이를 붙들고 오른손으로 바구니에서 신문을 한 장씩 꺼내어 손가락 두엇을 재게 놀리며 반으로 접은 뒤, 오른손으로 반 접은 신문을 허벅지에 탁 퉁기고는 다시 첫째손가락이랑 둘째손가락을 놀려 반을 더 접고는 손아귀로 신문을 집어들고는 손목힘으로만 휙 던져 골목집 대문 위쪽 틈을 지나 안쪽 문간에 톡 떨어지도록 했습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자전거를 달리며 이렇게 신문을 꺼내고 접고 던지고 했습니다. 때로는 어깨힘을 쓰기도 하는데, 2층이나 3층에 넣어야 할 때입니다. 웬만한 2층집은 자전거를 달리며 그냥 넣을 수 있고, 3층집이라면 자전거를 멈추어 올려 던집니다. 모르는 노릇인데, 아이 안고 한손 사진찍기를 할 수 있던 밑힘이라면, 한손으로 자전거 몰며 한손으로 신문 접어 넣기를 여러 해 하며 차근차근 쌓였을 수 있겠다 싶어요.


  살아가는 나날이 생각하는 나날입니다. 생각하는 나날이 사랑하는 나날입니다. 사랑하는 나날이 꿈꾸는 나날입니다.


  날마다 후박꽃 사진을 새롭게 찍으며 생각합니다. 이 어여쁜 후박꽃을 날마다 보는 동안 내 마음 또한 흐드러지게 활짝 피는구나 싶습니다. 내 눈이 어여쁜 후박꽃 아닌 얄궂은 사건사고 신문글에 얽매인다면 내 마음 또한 얄궂은 생각과 정보와 지식으로 가득 차겠구나 싶습니다.


  어여쁜 아이들 어여쁜 웃음꽃을 늘 바라보는 사람한테는 어여쁜 웃음꽃이 시나브로 피어나기 마련이라고 느낍니다. 제아무리 정치부 기자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정치꾼하고 가까이 지내며 취재를 하고 글을 쓰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한다면, 이녁 눈길과 머리와 가슴에는 정치꾼하고 엇비슷한 생각이나 지식이나 정보가 쌓이겠지요.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면서 자동차하고 가까이 사귈밖에 없습니다. 아파트에서 살아가며 아파트하고 가까이 지낼밖에 없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텔레비전에 익숙해질밖에 없습니다.


  꼭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아야만 알지 않아요. 푸른 숲 우거진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던 사람은 으레 도시살이를 힘들어 합니다. 노상 푸른 숲을 그리고 정갈한 시골을 바랍니다. 이때에도 참 마땅한 노릇인데, 숲삶이 몸에 깊이 밴 사람한테는 도시살이가 어울리거나 즐거울 수 없어요.


  자가용을 늘 타는 사람은 두 다리로 걷는 일이 낯설거나 새삼스럽거나 새롭겠지요. 그러나 다시 자가용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자가용이 익숙하거든요. 언제나 전철을 타던 사람은 자가용을 타면 좀 낯설거나 새삼스럽거나 새롭기 마련입니다. 택시만 타더라도 낯설거나 새삼스럽거나 새롭습니다. 다시 전철을 타면 익숙한 냄새와 느낌이 새록새록 피어나겠지요.


  나 스스로 가장 좋아할 만한 가장 어여쁜 꽃과 나무와 풀을 바라보며 즐겁게 읽고 사랑스레 사귀어 봅니다. 나는 내 마음을 온통 어여쁜 꿈과 이야기로 채우고 싶습니다. 나 스스로 가장 아낄 만한 살붙이하고 가장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는 내 생각과 가슴과 머리에 가장 빛나며 맑은 꿈과 이야기를 누비고 싶습니다. 예쁜 후박꽃을 예쁜 손길로 담고 싶습니다. 예쁜 후박꽃 사진을 예쁜 이웃한테 보여주고 싶습니다. (4345.4.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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