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구름 책읽기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는 일도 책읽기입니다. 도시에서 아파트 너머 보이는 구름을 올려다보는 일도 책읽기입니다. 구름이 흐르는 결을 살피면 날씨를 읽을 수 있습니다. 구름이 어지러이 흘러 날씨를 읽기 힘들다 한다면, 이런 결대로 책읽기입니다. 오늘날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연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든, 한국땅 봄·여름·가을·겨울이 엉터리가 된 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다만, 어렴풋이 깨닫더라도 제대로 느끼거나 옳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그저, 모두들 봄날 이런 비가 갑작스레 퍼붓거나 쏟아지면 안 되는데, 봄에 여름 같은 날씨가 되면 안 되는데, 하고만 중얼거리고 그칠 뿐입니다. 날씨가 흔들리거나 바뀌는 까닭은, 나(사람들) 스스로 자연과 하나되는 삶하고 자꾸 멀어지기 때문인데, 내 탓을 깨닫지 않으니, 날씨는 자꾸자꾸 더 흔들리고 얄궂게 뒤틀립니다.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려고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나들이를 다니거나 아예 시골에 보금자리 마련해서 꾸리는 삶이란 책읽기입니다. 어떤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거나 쑤셔넣거나 하는 지식넣기 아닌 책읽기입니다. 왜냐하면, 삶을 읽으려 하니까 책을 읽으려는 매무새입니다. 삶을 누리려 하는 몸짓이라면 책을 누리려 하는 몸짓입니다. 삶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일 때에는 책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됩니다. 삶을 빛내려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라 한다면, 책을 빛내려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 될 수 있겠지요.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려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나부터 나 스스로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나부터 내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나란히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언제나 바라보면서 내 가슴에 좋은 사랑이 천천히 솟아나기를 꿈꿉니다. 좋은 책이 내 가슴에서 샘솟기를 바라고 가다듬으며 기다리고 즐기며 생각하고 일굽니다. (4345.5.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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