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새로 만나는 나들꽃 (2019.9.3.)

― 서울 신촌 〈글벗서점〉


  언뜻 본다면 날마다 끼니로 누리는 밥은 ‘똑같이’ 하는 일입니다. ‘되풀이’라 하겠지요. 늘 똑같이 차려서 늘 되풀이하듯 끼니를 채워야 한다면 지겹다고 여길 만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밥자리를 누리는 사람도 지겨울 테고, 부산스레 움직여 밥자리를 챙기는 사람도 고단하면서 지겨울 테지요.


  얼핏 본다면 나날이 똑같이 하는구나 싶은 일이나 놀이라지만, ‘새롭게’ 바라보고 헤아리면서 맞아들인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 그대로 새롭기 마련이면서, 즐겁고 사랑스럽고 반갑기까지 합니다. 밥 한 그릇을 마주해도, 책 한 자락을 쥐어도, 마실 한 걸음을 해도, 우리는 늘 새롭게 노래할 만해요.


  책집마실을 하는 길은 ‘어제하고 다르게 만나면서 마음을 북돋울 이야기꿈’을 설레면서 만나는 하루입니다. 어제 읽은 책을 오늘 다시 쥐어 펼치더라도 어제하고는 다르게 새기거나 헤아려요. 어제는 어제까지 살아온 결대로 새깁니다. 오늘은 오늘까지 더 살아내며 살림한 눈빛대로 헤아려요.


  새로 만나는 하루이기에 삶입니다. 새로 만나는 하루에 책을 곁에 두기에 책삶입니다. 새로 만나는 하루에 책을 곁에 두어 마음을 살찌우기에 책사랑이고, 책사랑길이자, 책사랑노래예요.


  우리 보금자리 가까이에 마을책집이 있다면 틈틈이 마실해 봐요. 오늘은 책을 사러, 이튿날에는 책을 읽으러, 이다음에는 책을 장만하러, 그다음에는 책집지기랑 도란도란 책수다를 하러, 이러고서 새삼스레 책을 사들이러, 사뿐히 새걸음을 떼어 봐요. 우리 보금자리에서 먼먼 곳에 마을책집이 있다면 이따금 나들이를 해요. 이 걸음은 나들꽃이 되도록, 이다음 걸음은 나들빛이 되도록, 나들벗이 되어 봐요.


《물의 아이들》(찰스 킹즐리 글·위릭 고블 그림/김영선 옮김, 시공사, 2006)

《모든 새끼오리에게는 아빠가 있다》(레오 버스카글리아/정성호 옮김, 언어문화사, 1989)

《아빠 고향》(최나, 연변인민출판사, 2009)

《티벳, 나의 조국이여》(달라이 라마/김철·강건기 옮김, 정신세계사, 1988)

《즐거운 요리 365일, 재료 5천원이하》(레이디경향 생활팀 엮음, 경향신문사, 1987)

《엄마와 딸》(신달자, 민음사, 2012)

《Harta》(kadokwa) 54호(2018.May)

《生은 다른 곳에》(밀란 쿤데라/안정효 옮김, 까치, 1988)

《岩合光昭の大自然 100》(岩合光昭, 小學館, 2003.5.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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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책을 사들이는 말



학우서방 : 《보리 국어사전》을 짓는 편집장이자 자료조사부장으로 일하던 2001년 여름, 처음으로 나라밖으로 가 본다. 우리가 새로 쓸 사전을 헤아리며 숱한 밑책이며 밑글을 건사해야 하는데, 우리말은 남녘·북녘뿐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로 흩어져야 한 겨레붙이 말살림을 모두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 태어날 어린이하고 시골에 사는 할매·할배에다가 이 나라를 사랑하며 찾아와서 우리말을 배울 이웃나라 사람을 어우러야지. 남녘책만으로는 우리말사전을 지을 수 없기에 일본에서 의젓하게 살아가는 한겨레 말살림을 돌아보고자, 또 사전짓기를 몇 발 앞선 몸짓으로 일구는 일본 책밭을 배우러, 출판사 지기님을 심부름하고 책짐을 나를 일꾼으로 일본에 갔는데, 이때에 ‘학우서방’도 물어 물어 걸음했다. 지난날에는 달랐을 테지만 어느덧 초라하게 쪼그라든 〈학우서방〉을 마주하며 서글펐다. 책하고 책집은 ‘개인사업’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모두를 살리는 숨빛이다. 알차고 알뜰하던 ‘학우서방’ 자취를 서울 신촌 헌책집에서 만났다. 2020.10.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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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책을 사들이는 말



구입 후 : 책집에는 책을 보러 간다. 어느 책을 어떻게 왜 보러 가느냐 하면, ‘즐겁게 장만해서 느긋이 읽고는 두고두고 물려줄 만한 어느 책이 있을까’를 살펴보러 간다. 그냥 장만할 책이 아닌, 두고두고 물려줄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알아보려는 셈이다. 한 벌 읽고서 덮어버릴 책이 아닌, 꾸준히 되읽으면서 생각을 살찌우도록 길잡이가 될 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헌책집에서는 “구입 후 읽어 주세요” 같은 알림글을 안 붙이지만 모름지기 어느 책이든 “사서 읽을 만한가”를 헤아리려고 살몃살몃 넘기기 마련이다. 아직 내 살림으로 건사하기로 한 책이 아니라면 내 손때가 타지 않게끔 가벼우면서 부드러이 다룰 일이다. 그러면 이 손길은 누가 어떻게 가르칠까? 집에서 어버이가 삶으로 보여주고 함께해야지. 언제 어디에서나 손을 깨끗이 하고서 책을 쥐도록, 아니 책뿐 아니라 어느 살림을 다룰 적이든 손을 정갈히 씻도록 이끌어야지. 아름살림을 다스리는 아름손길이기에 책을 마주할 적에도 아름눈빛을 밝혀 아름책을 두 손에 쥐는 아름길이 되리라. 2020.10.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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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손길 (2020.9.26.)

― 서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두 가지 말이 있을 적에는 생각날개를 펼 만한 씨앗이 있는 쪽을 맞아들여서 마음에 담으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돌고돌다’하고 ‘새옹지마’ 둘 사이에서 스스럼없이 ‘돌고돌다’로 갑니다.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기에 좋은 말이기도 하면서, ‘돌다’란 말씨를 거듭 되새길 만해요.


  1998년 꽤 춥던 어느 날 서울 어느 헌책집에서 《삶과 믿음의 敎室》을 만났습니다. 그날 같이 책집마실을 하던 벗은 곧 길잡이(교사)가 될 몸이었고, 이오덕 어른 책쯤이야 진작 읽었습니다만, 저는 어쩐지 다시 만나는 이 책이 끌려서 슬쩍 꺼내었어요. 예전에 읽은 자리를 다시 보기도 하면서 묵은 종잇결을 느끼는데, 책 앞자락에 이오덕 어른 손글씨가 깃든 대목을 문득 보았어요. “앞으로 훌륭하게 아이들 곁에 서라는 뜻인가 봐요. 자, 그대가 가져요.” “어, 참말? 내가 이 책을 가져도 될까?” “네, 저는 헌책집을 늘 드나드니까 언젠가 또 만나겠지요.”


  이런 말을 주고받고서 저녁에 막걸리 한 모금을 얻어마셨습니다. 이러고서 스물두 해가 지난 오늘 《삶과 믿음의 敎室》에 깃든 이오덕 어른 손글씨를 새로 만납니다. 오늘도 함께 책집마실을 다닌 벗이 있었다면 아마 그이한테 건네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은 혼잣몸이니 제가 품기로 합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던 1988년 무렵, 이제는 사라진 고려원에서 펴낸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석 자락을 하나하나 챙겨서 읽었습니다. 학교에서 안 가르치는 이 나라 옛자취 이야기가 낯설면서 새록새록 스며들었습니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칠까요? 학교에서 다루는 역사란 무엇일까요? 〈조선일보〉 기자인 분이 이만 한 책을 엮어냈는데, 다른 글지기는 어떤 눈빛이요 글빛이며 삶빛일까요?


《오후도 서점 이야기》(무라야마 사키/류순미 옮김, 클, 2018.11.5.)

《남북상징어사전》(하종오, 실천문학사, 2011.9.20.)

《서울은 야생마처럼》(김경린, 문학사상사, 1987.10.15.)

《스와니江이랑 요단江이랑》(김종삼, 미래사, 1991.11.15.)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신수열 옮김, 사월의책, 2015.12.1.)

《삶과 믿음의 敎室》(이오덕, 한길사, 1978.12.20.)

《화가와 시인》(보들레르/윤영애 옮김, 열화당, 1979.6.5.)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1》(서희건 엮음, 고려원, 1986.9.1.)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2》(서희건 엮음, 고려원, 1986.11.1.)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3》(서희건 엮음, 고려원, 1986.12.15.)

《성조기와 폭력》(A.야코플레프/전원하 옮김, 밝은글, 1989.4.2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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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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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노래하는 나날 (2020.9.26.)

― 서울 〈니은서점〉


  여느 해보다 길디긴 장마철에는 햇살놀이를 못 누렸습니다. 그러나 구름놀이는 실컷 누렸어요. 장마가 가시고서 하늘이 파랗게 튼 다음부터는 장마철하고 사뭇 다른 구름놀이를 맞이합니다. 비를 안 뿌리는 구름은 끝없이 새롭게 흐르는 하양놀이입니다. 하양이란 빛깔을 파랑이란 바탕에서 ‘똑같은 꼴이 하나도 없이 새롭게 빚어서 선보이는 잔치마당’이라고 하겠어요. 마당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뛰면서 구름빛을 누리고, 작은아이를 샛자전거에 태워 함께 들마실을 하며 구름결을 즐깁니다.


  상주에 갈 일로 먼저 서울로 가서 하루를 묵기로 합니다. 시골을 떠난 버스가 빠른길을 씽씽 달릴수록 하늘빛에서 파란 기운이 줄어듭니다. 서울에 닿을 무렵에는 파란하늘 아닌 잿빛하늘입니다. 하늘빛은 서울에서는 이렇게 뿌옇군요. 그나마 조금은 파란 기운이 남았는데, 고흥에서 늘 마주하는 파란하늘을 헤아린다면, 서울은 ‘하늘빛이 없는 고장’이로구나 싶어요.


  이웃님 이웃을 거치고 지나 〈니은서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ㄴ씨가 꾸리기에 니은서점일 수 있고 ㄴ이라는 말밑으로 새롭게 날개를 펴고 내남없이 놀이하는 노래가 흐르는 니은서점일 만하겠지요. 저는 ㄴ이라는 말에서 늘 ‘날개·나비·놀이·노래·넉넉·나긋·느긋·눈눈눈’을 그려요. ‘눈눈눈’이란 하늘눈이랑 몸눈이랑 싹눈 세둥이입니다.


  서울 연신내에는 오래도록 〈문화당서점〉이 뿌리를 내리면서 책사랑을 둘레에 폈습니다. 연신내가 술집거리가 아니던 무렵부터 알뜰히 책살림을 가꾸던 〈문화당서점〉인데, ‘알라딘 중고샵 연신내 가게’가 생긴 지 이레였나 보름 만에 〈문화당서점〉 책지기님은 오랜 책길을 끝내기로 하셨어요. 젊은물결은 노닥거리고 새옷 차려입고 술이랑 커피만 마시는 삶은 아닐 텐데, 어쩐지 ‘젊은거리·젊은문화’는 한켠으로만 기웁니다. 연신내랑 불광동이랑 구산동에는 마을책집이 수두룩했는데 몽땅 스러졌어요. 그래도 그 은평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열며 숨통을 틔웠고, 이제 〈니은서점〉이 새싹을 돋으려고 합니다.


  나비처럼 노래하는 나날을 책집살림으로 담으면 좋겠습니다. 더 깊거나 너른 인문학보다는 마을길이 꽃길로 피어나도록 곁에서 상냥하게 돌볼 줄 아는 즐거운 날갯짓인 책누리가 되면 좋겠어요. 책날개란 ‘더 많은 책’이 아닌 ‘즐겁고 사랑스러운 책’이지 싶어요. ‘더 좋은 책’이 아닌 ‘푸르게 숲을 노래하는 맑고 환한 눈빛을 들려주는 책’일 테고요.


  밤샘을 마친 고흥에서 일곱 시간을 달려 〈니은서점〉에 닿아 조용히 책 석 자락을 골랐습니다. 푸른 빛살이 감도는 책집을 사진으로 담고팠는데, 손님이 자꾸 줄이어 사진기는 집어넣었어요. 이다음에 찾아와서 찍으면 되겠지요.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노명우, 클, 2020.9.2.)

《깨달음의 혁명》(이반 일리치/허택 옮김, 사월의책, 2018.8.1.)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3.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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