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돌고 도는 손길 (2020.9.26.)

― 서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두 가지 말이 있을 적에는 생각날개를 펼 만한 씨앗이 있는 쪽을 맞아들여서 마음에 담으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돌고돌다’하고 ‘새옹지마’ 둘 사이에서 스스럼없이 ‘돌고돌다’로 갑니다.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기에 좋은 말이기도 하면서, ‘돌다’란 말씨를 거듭 되새길 만해요.


  1998년 꽤 춥던 어느 날 서울 어느 헌책집에서 《삶과 믿음의 敎室》을 만났습니다. 그날 같이 책집마실을 하던 벗은 곧 길잡이(교사)가 될 몸이었고, 이오덕 어른 책쯤이야 진작 읽었습니다만, 저는 어쩐지 다시 만나는 이 책이 끌려서 슬쩍 꺼내었어요. 예전에 읽은 자리를 다시 보기도 하면서 묵은 종잇결을 느끼는데, 책 앞자락에 이오덕 어른 손글씨가 깃든 대목을 문득 보았어요. “앞으로 훌륭하게 아이들 곁에 서라는 뜻인가 봐요. 자, 그대가 가져요.” “어, 참말? 내가 이 책을 가져도 될까?” “네, 저는 헌책집을 늘 드나드니까 언젠가 또 만나겠지요.”


  이런 말을 주고받고서 저녁에 막걸리 한 모금을 얻어마셨습니다. 이러고서 스물두 해가 지난 오늘 《삶과 믿음의 敎室》에 깃든 이오덕 어른 손글씨를 새로 만납니다. 오늘도 함께 책집마실을 다닌 벗이 있었다면 아마 그이한테 건네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은 혼잣몸이니 제가 품기로 합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던 1988년 무렵, 이제는 사라진 고려원에서 펴낸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석 자락을 하나하나 챙겨서 읽었습니다. 학교에서 안 가르치는 이 나라 옛자취 이야기가 낯설면서 새록새록 스며들었습니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칠까요? 학교에서 다루는 역사란 무엇일까요? 〈조선일보〉 기자인 분이 이만 한 책을 엮어냈는데, 다른 글지기는 어떤 눈빛이요 글빛이며 삶빛일까요?


《오후도 서점 이야기》(무라야마 사키/류순미 옮김, 클, 2018.11.5.)

《남북상징어사전》(하종오, 실천문학사, 2011.9.20.)

《서울은 야생마처럼》(김경린, 문학사상사, 1987.10.15.)

《스와니江이랑 요단江이랑》(김종삼, 미래사, 1991.11.15.)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신수열 옮김, 사월의책, 2015.12.1.)

《삶과 믿음의 敎室》(이오덕, 한길사, 1978.12.20.)

《화가와 시인》(보들레르/윤영애 옮김, 열화당, 1979.6.5.)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1》(서희건 엮음, 고려원, 1986.9.1.)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2》(서희건 엮음, 고려원, 1986.11.1.)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3》(서희건 엮음, 고려원, 1986.12.15.)

《성조기와 폭력》(A.야코플레프/전원하 옮김, 밝은글, 1989.4.28.)


ㅅㄴㄹ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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