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풀꽃나무 읽는 봄치마 (2019.4.13.)

― 순천 〈골목책방 서성이다〉



  겨울에는 겨울바람을 느끼면서 하루를 맞이합니다. 가을에는 가을볕을 누리면서 아침저녁을 보냅니다. 여름에는 여름비를 노래하면서 살림을 짓습니다. 봄에는 봄꽃 곁에서 춤을 추며 이날을 기립니다.


  철마다 다르기에 철마다 새롭게 눈을 떠요. 날마다 다르기에 날그림이나 달그림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반가이 새날을 즐기자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떤 꽃을 보았니? 오늘 맡은 꽃내음하고 어제 맡은 꽃내음은 어떻게 다르니?” 아이들한테 묻습니다. “오늘은 어느 새가 찾아왔니? 오늘 노래하는 새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니? 어제 노래하던 새가 들려준 이야기하고 얼마나 다르니?” 아이들한테 자꾸자꾸 묻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둘레 어른한테 끝없이 묻는다지요. 우리 집 아이들도 어버이한테 끝없이 자꾸자꾸 묻습니다. 그리고 어버이인 저도 아이들한테 새록새록 물어봅니다. “오늘은 구름이 어떤 무늬이고 빛깔이니?” “오늘은 별빛이 어떻게 흐르니?” “오늘은 바람에 어떤 기운이 묻어나니?” “오늘은 흙빛이 얼마나 바뀌었니?” “오늘은 나비가 우리한테 무슨 말을 속삭이니?”


  더하기나 곱셈을 잘해도 좋습니다. 배움끈이 길어도 좋습니다. 갖은 책을 잔뜩 읽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풀꽃나무를 상냥하게 읽어도 좋아요. 바람하고 수다를 떨면서 함께 놀 줄 알아도 좋습니다. 구름을 불러 동무로 삼아도 좋고요.


  문득 볼일이 있어 순천으로 마실을 간 길에 〈골목책방 서성이다〉로 찾아갑니다. 슬슬 뜨끈뜨끈 바뀌는 볕바람을 느끼며 꽃치마를 두르고서 나들이를 합니다. 봄꽃이 가득한 봄날에는 저마다 꽃무늬 알록달록 눈부신 치마를 휘날리면서 거닐면 참으로 멋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소담스러운 꽃을 무늬로 새겨도 돼요. 나물꽃이며 들꽃을 무늬로 새겨도 되지요. 나무꽃이며 구름꽃을, 또 비꽃이며 눈꽃을 무늬로 새길 만합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람이 골목을 감돕니다. 천천히 거닐어 책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찾아오는 어른이 있고, 어른 손을 잡고 찾아오는 아이가 있습니다. 책집에서 노래꽃 한 자락을 읽고, 이야기꽃 두 자락을 듣습니다. 이 모든 부드러운 기운을 두 손으로 모두어 낸다면, 우리 보금자리에는 살림꽃이 피어나겠지요.


  책을 곁에 두는 사람들마다 봄빛이 흐드러지기를 빌어요. 책이 될 글을 알뜰살뜰 여미는 사람들한테 봄바람이 감돌기를 빌어요. 우리 모두 봄아이가 되고, 봄어른이 되며, 봄웃음으로 어우러집니다.

.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박두규, 모악, 2018)

《서점의 일생》(야마시타 겐지/김승복 옮김, 유유, 2019)

《언니네 마당 11》(언니네마당, 2018)

.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살림 사랑 삶 (2019.5.26.)

― 전남 순천 〈책방 심다〉


  서울에 계신 이웃님이랑 만날 일이 있어 순천에서 뵙기로 합니다. 서울부터 고흥까지는 오기에도 가기에도 멀지만, 순천쯤이면 버스도 기차도 많습니다. 길그림으로 보자면 고흥에서 순천이 가까울 듯하지만, 외려 제가 집에서 고흥읍으로 나가 순천으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나가기까지가 ‘서울에서 순천으로 오기’보다 오래 걸려요. 순천에서 뵙기로 한 분한테 〈책방 심다〉로 오시라고 말씀합니다. 기차나루에서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시골버스를 타고 나오면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가면서, 여러모로 노래꽃을 씁니다. ‘풀’이라는 낱말로 쓴 노래꽃은 책집지기님한테, ‘나들이’라는 낱말로 쓴 노래꽃은 서울 이웃님한테 드립니다. 가볍게 골마루를 누비면서 여러 책을 살피고, 윗칸으로 올라가서 이야기를 폅니다.


  말하고 삶이 얽혀 마을에서 이야기로 피어나는 살림길을 배우고 나눌 수 있다면, 이러한 자리에서 손수 짓는 즐거운 마음이 될 만합니다. 따로 인문지식이나 철학이 없어도 됩니다. 살림하는 손길에 사랑하는 눈빛으로 살아가는 발걸음이라면 넉넉해요. ‘살림손 + 사랑눈 + 삶걸음’이라고 할까요.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돼요. 하루를 즐겁게 여는 마음을 말 한 마디에 사뿐히 담으면 됩니다. 아이들하고 어깨동무하는 눈빛으로 살림을 함께 지으면 돼요. 시골자락 보금자리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살림을 짓는 동안 배우는 말씨를 사전에 새롭게 담으면서, 또 이 이야기를 노래꽃으로 갈무리하면서, ‘글쓰기란 삶쓰기’란 틀을 넘어 ‘글을 쓰고 싶으면 사랑스레 살림하는 즐거운 삶’이면 된다고 느껴요.


  공공기관이든 학교이든 책집이든 모임이든, ‘인문강좌’보다는 ‘이야기밭’이나 ‘이야기꽃’을 가꾸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좌나 강의가 아닌, ‘수다밭’이며 ‘수다꽃’으로 가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손길’하고 ‘눈빛’을 나누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살림하는 하루를 노래하는 길’을 들려주고 들으면 된달까요.


  가볍게 순천마실을 하신 이웃님이 순천이란 고장을 마을책집으로 마음에 새긴다면 좋겠어요. 억지로 꾸민 꽃뜰(정원)이 아닌, 책 몇 자락으로 숨을 돌리고 눈을 틔우며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사뿐히 걸음을 옮기는 마을나들이를 마음에 얹으면 좋겠습니다. 가벼이 걷기에 가볍게 마주하고, 가볍게 마주하면서 가볍게 날아오르는 실마리를 저마다 스스로 찾아냅니다. 스스로 오늘을 노래하면 누구나 노래님입니다. 문학수업을 듣거나 문학강좌를 마치고서 잡지에 글을 실은 시인이어야 시를 쓰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노래님입니다. 아직 노래하는 숨길을 안 텄을 뿐이에요.

.

《할머니 어디 있어요?》(안은영, 천개의바람, 2019)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아하기 다몬/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8)

.

ㅅㄴㄹ

.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영화는 찍으면 안 되겠어 (2020.8.20.)

― 서울 〈공씨책방〉


  서울마실이 잦지 않으니 예전에 서울에 살 적에 자주 드나들던 책집조차 몇 해에 하루 걸음을 하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공씨책방〉에도 몇 해 만에 들릅니다. 볕이 드는 자리에서 땅밑으로 옮기고서 처음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헌책방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영화는 찍으면 안 되겠어. 책이 다 엉망이 되었어.” 그럴듯한 그림이 나오기를 바라며 책집 차림새를 그들 마음대로 휘저어 놓을 테니, 책집지기로서는 ‘영화를 다 찍은’ 다음에 일거리가 한가득일 테지요. 새책집이건 헌책집이건 ‘책꽂이에 있던 그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안 하면 그 책을 다시 못 찾기 일쑤입니다. 우리 눈은 바로 옆으로 몇 센티미터만 옮겨놓아도 ‘어라, 여기 있어야 할 책이 왜 여기에 없지?’ 하면서 못 찾아내기 일쑤입니다.


  국민대학교 도서관에서 잔뜩 버렸구나 싶은 책더미 가운데 ‘受贈圖書’나 ‘購入圖書’란 글씨가 찍힌 책을 여럿 봅니다. 공공도서관이건 대학도서관이건 책 놓을 자리를 안 늘리니 책을 버릴밖에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버려 종이쓰레기가 될 책’이 마지막으로 우리 눈길을 받고서 되살아날 틈이 생기는 데가 헌책집입니다. 1950∼60년대 대학도서관 자취를 엿볼 책으로 몇 자락 집어듭니다. 이 곁에 ‘농활자료집’이 있습니다. 요새도 대학생은 농활을 다닐까요? 초·중·고를 거의 큰고장에서만 거치면 시골일을 모르는 터라, 책 아닌 몸으로 이웃살림을 배우자는 뜻으로 다니던 농활이나 공활인데, 요새는 이마저도 안 하겠지요.


  영화를 찍건 글을 쓰건 공무원으로 살건, 이웃살림을 온몸으로 마주한 적이 없으면 모르기 마련입니다. 책은 이웃을 사귀는 아주 조그마한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책을 왼손에 쥐었으면 오른손에는 호미를 쥐면 좋겠습니다. 책을 쥔 하루를 지냈으면, 이튿날에는 맨발에 맨손으로 숲으로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

《a Dictionary of Biology》(M.Abercrombier·C.J.Hickman·M.L.Johnson, penguin books, 1951)

《N.H.K.敎養大學 : 文學入門》(本間久雄, 寶文館, 1953)

《米華, 米伊友好通商航海條約の硏究》(外務省通商審議委員會 엮음, 外務省, 1949)

《放射線과 農業》(김길환·차종환, 전파과학사, 1975)

《자료집 1 : 가자! 농촌으로 해방으로 통일로 가자!》(경희대학교 총학생회·단대연합회, 1986)

《란마 1/2 1》(타카하시 루미코/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6.4.20)

《란마 1/2 2》(타카하시 루미코/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6.4.20)

《DUDEN 1 Komma, Punkt und alle anderen Satzzeichen》(Dedenverlag, 1968)

《NODDY liebt sein kleines Auto》(Enid Blyton, SchneiderBuch, 1951/1975)

《Flo mit guter laune》(Wilhelm Topsch, Boje-verlag stuttgart, 1973)

《그대가 진실을 보여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용혜원, 도서출판 바울, 1993.3.20.

《아름다운 사냥》(원수연, 도서출판 탑, 1998.12.25.)

《머리 만들기 6》(타고 아끼라/정태원 옮김, 산하, 1990.5.5.)

《Cherokee Legends and the Trail of Tears》(Thomas Bryan Underwood 글·Amanda Crowe 그림, Cherokee pub, 1956/1993)

《くららおばさんは魔法使い?》(やなぎや けいこ 글·守矢 るり 그림, 旺文社, 1989.4.15.)

.

ㅅㄴㄹ

.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들풀길 (2020.10.8.)

― 파주 〈보물섬〉


  여러 해 만에 파주에 갑니다. ‘타이포그래피 배곳 파티’에 찾아가서 ‘멋지기’ 배움길을 걷는 젊은이한테 우리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요즈막에 수수께끼를 풀어낸 ‘눈·비’ 말밑이 우리 삶하고 얽힌 살림길을 이야기합니다. ‘꾸미다·가꾸다·꾸리다·일구다·돋구다’처럼 ‘꾸·구’가 깃들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말씨마다 어떤 숨결인가 하고 이야기합니다. ‘꾸’가 깃든 낱말은 ‘꾸다·꿈’하고 맞닿는다고, 이는 ‘꾸미다 = 꿈 + 이다’로 풀어내어 새롭게 읽을 수 있다고, ‘꾸민이 = 디자이너’로 다루는 뜻이란 그저 보기좋게 만지는 손길뿐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이루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겉이며 속을 곱게 여미는 길을 나타낸다고 이야기합니다.


  꾸미기에 ‘꾸민이(꾸밈이)’요, 가꾸기에 ‘가꾼이(가꿈이)’입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쉽게 다시 생각하면서 말밑을 하나하나 짚는다면, 아주 수수한 말씨마다 아주 깊고 넓게 생각샘이 흐르는 줄 알아챌 만합니다. 다시 말해서, ‘꾸민이(꾸밈이)’란 “꿈을 짓는 사람”을 나타낸다 할 만하니, 영어 ‘디자이너’를 우리 살림새에 맞게 새로 담아내는 이름이라 하겠지요.


  파주로 오랜만에 걸음하기에 〈이가고서원〉을 가 보자고 생각하다가 틈이 맞갖지 않아 〈보물섬〉만 들릅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꾸리는 〈보물섬〉인데 곁일꾼만 이곳에 두기보다 ‘책집지기’를 둔다면 책차림새가 확 달라질 텐데 싶어요. 한자말 ‘보물’은 이슬처럼 빛나고 사랑스러운 살림을 나타내요. 이슬같은 책을 이곳에 건사하면서 이웃님하고 나누는 징검돌 같은 책집이 되자면, 그냥그냥 받아들인 묵은책을 그럭저럭 싸게 파는 가게를 넘어, 책 하나마다 숨쉬는 오래면서 새로운 숨빛을 밝히는 노릇을 할 지기가 돌보도록 하면 좋겠어요.


  처음 파주 ‘북시티’가 태어날 무렵만 해도 숲이랑 들을 밀어내고 잿빛집만 가득 올려세워 사납고 차갑고 볼썽사나웠습니다. 어느새 열 해도 지나고 스무 해도 지나니, 곳곳에 들풀이 돋고 나무줄기가 제법 굵습니다. 사람이 살려고 집을 올린다지만, 사람이 살려면 풀꽃나무가 늘 곁에 있어야 해요. 집은 좀 작아도 됩니다. 길은 좀 좁아도 됩니다. 풀밭이 너르면 좋고, 숲길이 깊으면 아름다워요. 들풀에 풀벌레가 또아리를 틀면서 풀노래를 들려준다면 그곳은 바야흐로 ‘시티’ 아닌 ‘마을’로 거듭나면서 제대로 ‘책마을’이 될 테지요.

.

《김훈 世說》(김훈, 생각의나무, 2002.3.8.)

《테하누》(어슐러 르 귄/최준영·이지연 옮김, 황금가지, 2006.7.24.)

《어느 날 난민》(표명희, 창비, 2018.3.16.)

.

ㅅㄴㄹ

.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책집 멋지네 (2020.10.7.)

― 부산 〈주책공사〉


  돌고도는 시외버스는 고흥서 부산까지 네 시간 삼십 분쯤 걸립니다. 자가용으로는 두 시간 남짓인데 참 멉니다. 이동안 버스에서 노래꽃을 여러 꼭지 쓰고 책을 몇 자락 읽습니다. 바깥일을 보러 길을 나서려고 밤을 새웠으니 눈도 조금 붙여요.


  사상에 닿아 전철로 갈아탑니다. 중앙역에서 내려 마흔디딤돌(40계단)이 있는 곁에 새로 피어난 〈주책공사〉로 걸어갑니다. 스산할 뻔한 골목에 책집이 깃드니 싱그럽게 빛납니다. 으리으리하거나 번쩍번쩍한 책집이 아니기에 골목이 한결 초롱초롱합니다. 비록 등불에 가려 밤별을 올려다보기 어려운 부산이지만, 책집이 밝히는 빛살은 이 골목을 거니는 사람들한테 “어, 여기 책집 있네?” “그래, 책집이가? 참말 책집이네.” “와, 여기에 책집 멋지네. 함 들어가 보까?” “응, 살짝 들렀다 가지?” 〈주책공사〉 책시렁을 두리번두리번하는데, 책집 앞에서 도란도란 말을 섞는 젊은 두 사람 말소리가 흘러듭니다. 두 부산 짝꿍이 ‘책집’이란 낱말을 쓰는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래요, 수수한 자리에서 수수하게 사랑을 짓는 마을사람은 ‘찻집·빵집·꽃집·떡집·책집’입니다.


  책집지기님이 책을 손수 써서 내놓은 줄 압니다. 누리책집에서 그 책을 살 수 있지만, 꾹 참았습니다. 부산마실을 하는 날 부산에서 즐거이 장만해서 책집지기님 손글씨를 받으려고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요 몇 해 사이에 요시타케 신스케 님 그림책이 잔뜩 우리말로 나옵니다. 이럭저럭 재미있다고 여길 만하지만, 졸가리나 얼거리가 엇비슷하면서 슬쩍 뻔합니다. 언뜻 생각이 날개를 다는구나 싶지만, 날개를 다는 시늉을 하다가 그치지 싶어요. 그런데 이녁 그림책 가운데 《이게 정말 마음일까?》는 제법 낫습니다. 이 그림책도 아쉬운 대목이 수두룩하지만, 마음하고 얽혀 이렇게 풀어낸 이야기는 우리 집 아이들하고 나누어 보자 싶습니다.


  2020년으로 다가오는 동안 부산 보수동 헌책집골목은 뒷걸음을 쳤습니다. 부산시에서도 엉뚱하게 손을 댔습니다. 쓸쓸합니다. 그렇게 굳은살 먼지땀으로 일군 책집골목을 이렇게 엉망으로 뒤틀리도록 손을 놓다니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새롭게 꿈을 품으며 조그맣게 씨앗을 심는 마을책집이 곳곳에 있으니, 부산 책골목은 새롭게 날개돋이를 하겠지요. 젊고 푸른 눈빛이 싱그럽습니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요시타케 신스케/양지연 옮김, 김영사, 2020.2.24.)

《책에 바침》(부르크하르트 슈피넨 글·리네 호벤 그림/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2020.2.10.)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성갑, 스토어하우스, 2020.7.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