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영화는 찍으면 안 되겠어 (2020.8.20.)

― 서울 〈공씨책방〉


  서울마실이 잦지 않으니 예전에 서울에 살 적에 자주 드나들던 책집조차 몇 해에 하루 걸음을 하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공씨책방〉에도 몇 해 만에 들릅니다. 볕이 드는 자리에서 땅밑으로 옮기고서 처음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헌책방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영화는 찍으면 안 되겠어. 책이 다 엉망이 되었어.” 그럴듯한 그림이 나오기를 바라며 책집 차림새를 그들 마음대로 휘저어 놓을 테니, 책집지기로서는 ‘영화를 다 찍은’ 다음에 일거리가 한가득일 테지요. 새책집이건 헌책집이건 ‘책꽂이에 있던 그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안 하면 그 책을 다시 못 찾기 일쑤입니다. 우리 눈은 바로 옆으로 몇 센티미터만 옮겨놓아도 ‘어라, 여기 있어야 할 책이 왜 여기에 없지?’ 하면서 못 찾아내기 일쑤입니다.


  국민대학교 도서관에서 잔뜩 버렸구나 싶은 책더미 가운데 ‘受贈圖書’나 ‘購入圖書’란 글씨가 찍힌 책을 여럿 봅니다. 공공도서관이건 대학도서관이건 책 놓을 자리를 안 늘리니 책을 버릴밖에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버려 종이쓰레기가 될 책’이 마지막으로 우리 눈길을 받고서 되살아날 틈이 생기는 데가 헌책집입니다. 1950∼60년대 대학도서관 자취를 엿볼 책으로 몇 자락 집어듭니다. 이 곁에 ‘농활자료집’이 있습니다. 요새도 대학생은 농활을 다닐까요? 초·중·고를 거의 큰고장에서만 거치면 시골일을 모르는 터라, 책 아닌 몸으로 이웃살림을 배우자는 뜻으로 다니던 농활이나 공활인데, 요새는 이마저도 안 하겠지요.


  영화를 찍건 글을 쓰건 공무원으로 살건, 이웃살림을 온몸으로 마주한 적이 없으면 모르기 마련입니다. 책은 이웃을 사귀는 아주 조그마한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책을 왼손에 쥐었으면 오른손에는 호미를 쥐면 좋겠습니다. 책을 쥔 하루를 지냈으면, 이튿날에는 맨발에 맨손으로 숲으로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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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ictionary of Biology》(M.Abercrombier·C.J.Hickman·M.L.Johnson, penguin books, 1951)

《N.H.K.敎養大學 : 文學入門》(本間久雄, 寶文館, 1953)

《米華, 米伊友好通商航海條約の硏究》(外務省通商審議委員會 엮음, 外務省, 1949)

《放射線과 農業》(김길환·차종환, 전파과학사, 1975)

《자료집 1 : 가자! 농촌으로 해방으로 통일로 가자!》(경희대학교 총학생회·단대연합회, 1986)

《란마 1/2 1》(타카하시 루미코/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6.4.20)

《란마 1/2 2》(타카하시 루미코/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6.4.20)

《DUDEN 1 Komma, Punkt und alle anderen Satzzeichen》(Dedenverlag, 1968)

《NODDY liebt sein kleines Auto》(Enid Blyton, SchneiderBuch, 1951/1975)

《Flo mit guter laune》(Wilhelm Topsch, Boje-verlag stuttgart, 1973)

《그대가 진실을 보여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용혜원, 도서출판 바울, 1993.3.20.

《아름다운 사냥》(원수연, 도서출판 탑, 1998.12.25.)

《머리 만들기 6》(타고 아끼라/정태원 옮김, 산하, 1990.5.5.)

《Cherokee Legends and the Trail of Tears》(Thomas Bryan Underwood 글·Amanda Crowe 그림, Cherokee pub, 1956/1993)

《くららおばさんは魔法使い?》(やなぎや けいこ 글·守矢 るり 그림, 旺文社, 198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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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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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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