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살림 사랑 삶 (2019.5.26.)

― 전남 순천 〈책방 심다〉


  서울에 계신 이웃님이랑 만날 일이 있어 순천에서 뵙기로 합니다. 서울부터 고흥까지는 오기에도 가기에도 멀지만, 순천쯤이면 버스도 기차도 많습니다. 길그림으로 보자면 고흥에서 순천이 가까울 듯하지만, 외려 제가 집에서 고흥읍으로 나가 순천으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나가기까지가 ‘서울에서 순천으로 오기’보다 오래 걸려요. 순천에서 뵙기로 한 분한테 〈책방 심다〉로 오시라고 말씀합니다. 기차나루에서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시골버스를 타고 나오면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가면서, 여러모로 노래꽃을 씁니다. ‘풀’이라는 낱말로 쓴 노래꽃은 책집지기님한테, ‘나들이’라는 낱말로 쓴 노래꽃은 서울 이웃님한테 드립니다. 가볍게 골마루를 누비면서 여러 책을 살피고, 윗칸으로 올라가서 이야기를 폅니다.


  말하고 삶이 얽혀 마을에서 이야기로 피어나는 살림길을 배우고 나눌 수 있다면, 이러한 자리에서 손수 짓는 즐거운 마음이 될 만합니다. 따로 인문지식이나 철학이 없어도 됩니다. 살림하는 손길에 사랑하는 눈빛으로 살아가는 발걸음이라면 넉넉해요. ‘살림손 + 사랑눈 + 삶걸음’이라고 할까요.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돼요. 하루를 즐겁게 여는 마음을 말 한 마디에 사뿐히 담으면 됩니다. 아이들하고 어깨동무하는 눈빛으로 살림을 함께 지으면 돼요. 시골자락 보금자리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살림을 짓는 동안 배우는 말씨를 사전에 새롭게 담으면서, 또 이 이야기를 노래꽃으로 갈무리하면서, ‘글쓰기란 삶쓰기’란 틀을 넘어 ‘글을 쓰고 싶으면 사랑스레 살림하는 즐거운 삶’이면 된다고 느껴요.


  공공기관이든 학교이든 책집이든 모임이든, ‘인문강좌’보다는 ‘이야기밭’이나 ‘이야기꽃’을 가꾸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좌나 강의가 아닌, ‘수다밭’이며 ‘수다꽃’으로 가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손길’하고 ‘눈빛’을 나누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살림하는 하루를 노래하는 길’을 들려주고 들으면 된달까요.


  가볍게 순천마실을 하신 이웃님이 순천이란 고장을 마을책집으로 마음에 새긴다면 좋겠어요. 억지로 꾸민 꽃뜰(정원)이 아닌, 책 몇 자락으로 숨을 돌리고 눈을 틔우며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사뿐히 걸음을 옮기는 마을나들이를 마음에 얹으면 좋겠습니다. 가벼이 걷기에 가볍게 마주하고, 가볍게 마주하면서 가볍게 날아오르는 실마리를 저마다 스스로 찾아냅니다. 스스로 오늘을 노래하면 누구나 노래님입니다. 문학수업을 듣거나 문학강좌를 마치고서 잡지에 글을 실은 시인이어야 시를 쓰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노래님입니다. 아직 노래하는 숨길을 안 텄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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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 있어요?》(안은영, 천개의바람, 2019)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아하기 다몬/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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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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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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