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집 멋지네 (2020.10.7.)

― 부산 〈주책공사〉


  돌고도는 시외버스는 고흥서 부산까지 네 시간 삼십 분쯤 걸립니다. 자가용으로는 두 시간 남짓인데 참 멉니다. 이동안 버스에서 노래꽃을 여러 꼭지 쓰고 책을 몇 자락 읽습니다. 바깥일을 보러 길을 나서려고 밤을 새웠으니 눈도 조금 붙여요.


  사상에 닿아 전철로 갈아탑니다. 중앙역에서 내려 마흔디딤돌(40계단)이 있는 곁에 새로 피어난 〈주책공사〉로 걸어갑니다. 스산할 뻔한 골목에 책집이 깃드니 싱그럽게 빛납니다. 으리으리하거나 번쩍번쩍한 책집이 아니기에 골목이 한결 초롱초롱합니다. 비록 등불에 가려 밤별을 올려다보기 어려운 부산이지만, 책집이 밝히는 빛살은 이 골목을 거니는 사람들한테 “어, 여기 책집 있네?” “그래, 책집이가? 참말 책집이네.” “와, 여기에 책집 멋지네. 함 들어가 보까?” “응, 살짝 들렀다 가지?” 〈주책공사〉 책시렁을 두리번두리번하는데, 책집 앞에서 도란도란 말을 섞는 젊은 두 사람 말소리가 흘러듭니다. 두 부산 짝꿍이 ‘책집’이란 낱말을 쓰는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래요, 수수한 자리에서 수수하게 사랑을 짓는 마을사람은 ‘찻집·빵집·꽃집·떡집·책집’입니다.


  책집지기님이 책을 손수 써서 내놓은 줄 압니다. 누리책집에서 그 책을 살 수 있지만, 꾹 참았습니다. 부산마실을 하는 날 부산에서 즐거이 장만해서 책집지기님 손글씨를 받으려고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요 몇 해 사이에 요시타케 신스케 님 그림책이 잔뜩 우리말로 나옵니다. 이럭저럭 재미있다고 여길 만하지만, 졸가리나 얼거리가 엇비슷하면서 슬쩍 뻔합니다. 언뜻 생각이 날개를 다는구나 싶지만, 날개를 다는 시늉을 하다가 그치지 싶어요. 그런데 이녁 그림책 가운데 《이게 정말 마음일까?》는 제법 낫습니다. 이 그림책도 아쉬운 대목이 수두룩하지만, 마음하고 얽혀 이렇게 풀어낸 이야기는 우리 집 아이들하고 나누어 보자 싶습니다.


  2020년으로 다가오는 동안 부산 보수동 헌책집골목은 뒷걸음을 쳤습니다. 부산시에서도 엉뚱하게 손을 댔습니다. 쓸쓸합니다. 그렇게 굳은살 먼지땀으로 일군 책집골목을 이렇게 엉망으로 뒤틀리도록 손을 놓다니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새롭게 꿈을 품으며 조그맣게 씨앗을 심는 마을책집이 곳곳에 있으니, 부산 책골목은 새롭게 날개돋이를 하겠지요. 젊고 푸른 눈빛이 싱그럽습니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요시타케 신스케/양지연 옮김, 김영사, 2020.2.24.)

《책에 바침》(부르크하르트 슈피넨 글·리네 호벤 그림/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2020.2.10.)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성갑, 스토어하우스, 2020.7.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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