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63 : 백미러 속 누군가 -고 있었다



백미러(back mirror) : 뒤쪽을 보기 위하여 자동차나 자전거 따위에 붙인 거울 ≒ 후사경

バックミラ-(일본어 back + mirror) : (자동차의) 백미러; 후시경(後視鏡)



일본말 ‘백미러’를 굳이 그냥 쓰는 분이 아직 많습니다. 우리말 ‘뒷거울’이 있으니, 이제는 좀 말끔히 털기를 바라요. 일본말을 부러 써야 글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누가’로 손봅니다. 거울을 볼 적에는 “거울로 보다”나 “거울을 보다”예요. “거울 속을 보다”가 아닙니다. 하늘을 볼 뿐, “하늘 속”을 보지 않아요. 옮김말씨 ‘-고 있다’도 털어냅니다. ㅅㄴㄹ



백미러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 뒷거울로 누가 달려온다

→ 뒷거울을 보니 누가 달려온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신용목, 창비, 201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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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59 : 년 역사 지닌 세계적 수도 중의



년(年) : (주로 한자어 수 뒤에 쓰여) 해를 세는 단위

역사(歷史) :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사·춘추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4.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 역사학

세계적(世界的) : 이름이나 영향이 온 세계에 미치거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도(首都) :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 ≒ 국도(國都)·수부(首府)·주도(主都)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역사를 지닌”은 옮김말씨입니다. 한자말 ‘역사’를 살리고 싶다면 “역사가 있는”이나 “역사가 흐른”이라 해야 알맞습니다. 우리말로는 “600해를 이은”이나 “600해를 살아온”이라 하면 되어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도 옮김말씨예요. ‘가장 (무엇) 중의 하나’라는 얼개인데, 이 옮김말씨는 ‘아주·무척·매우·대단히’를 가리킵니다. 뜻 그대로 ‘아주·무척·매우·대단히’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이 보기글은 우리나라 ‘서울’이 아주 오래된 곳이라고 밝히는 얼개이기에,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는 ‘으뜸고을’이나 ‘꼭두’로 손볼 만합니다. ㅅㄴㄹ



600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다

→ 600해를 이은 아주 오래된 꼭두이다

→ 600해를 살아온 참 오래된 으뜸고을이다

《가난이 사는 집》(김수현, 오월의봄, 2022)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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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100 : 다채 배역의 라이브러리 거론 유의 점



다채(多彩) : 여러 가지 색채나 형태, 종류 따위가 어울리어 호화스러움 ≒ 컬러풀

배역(配役) : [영상] 배우에게 역할을 나누어 맡기는 일. 또는 그 역할

라이브러리(library) : [정보·통신]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되는 부분 프로그램들을 모아 놓은 것.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거론(擧論) : 어떤 사항을 논제로 삼아 제기하거나 논의함

유의(留意) : 마음에 새겨 두어 조심하며 관심을 가짐 ≒ 유심(留心)

점(點) : 1. 작고 둥글게 찍은 표 2. 문장 부호로 쓰는 표. 마침표, 쉼표, 가운뎃점 따위를 이른다 3. 사람의 살갗이나 짐승의 털 따위에 나타난, 다른 색깔의 작은 얼룩 4. 소수의 소수점을 이르는 말 5. 여러 속성 가운데 어느 부분이나 요소



토씨만 우리말이라면, 우리말로 쓴 글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월처럼 ‘다채·배역·거론·유의·점’ 같은 한자말에 ‘라이브러리’라는 영어에 ‘-의’이라는 일본말씨를 섞을 적에는 이래저래 허울스럽습니다. 그저 여러모로 구실하는 꾸러미를 들면서 둘레를 보면 됩니다. 살피는 눈이란 헤아리는 마음이면서, 눈여겨볼 줄 아는 넋입니다. 온갖 몫을 하거나 맡아요. 두루 다루거나 합니다. 일본말은 ‘도서관’이고, 영어는 ‘라이브러리’라면, 우리말은 ‘꾸러미’요, ‘보따리’에다가, “책으로 여민 숲”인 ‘책숲’이기도 합니다. 단출히 ‘숲’으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마음을 담는 소리인 말을 어떻게 들려주려는지 곰곰이 생각할 일입니다. ㅅㄴㄹ



다채로운 배역의 라이브러리를 거론하면서 유의할 점은

→ 여러모로 구실하는 꾸러미를 들면서 살필 곳은

→ 온갖 몫을 한다고 들려주면서 헤아릴 대목은

→ 두루 맡는다고 이야기하면서 눈여겨볼 일은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마음산책, 202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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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099 : 묘사 미수 낙천적 행위



묘사(描寫) : 어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함. ‘그려 냄’으로 순화

미수(未遂) : 1. 목적한 바를 시도하였으나 이루지 못함 2. [법률] 범죄를 실행하려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일.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중지 미수, 외부의 방해에 의한 장애 미수, 불능 미수가 있다

낙천적(樂天的) : 세상과 인생을 즐겁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행위(行爲) : 1.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 2. [법률] 법률상의 효과 발생의 원인이 되는 의사(意思) 활동 3. [심리] 환경에서 유발되는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는 유기체의 행동 4. [철학]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고 생각과 선택, 결심을 거쳐 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의지적인 언행. 윤리적인 판단의 대상이 된다 ≒ 행동(行動)



꾸미려 하는데 꾸미지 못 할 수 있습니다. 손만 대다가 그칠 수 있어요. 하려고 했으나 시늉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아쉽지만 느긋하게 지나갑니다. 서둘러 하기보다는 이다음에 펴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가볍게 건너갑니다. 쌀작 담고서 살며시 노래합니다. ㅅㄴㄹ



묘사는 미수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제법 낙천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 시늉처럼 꾸밀 수밖에 없지만, 제법 느긋한 일이기도 하다

→ 손만 대듯 담을 수밖에 없지만, 제법 가볍기도 하다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마음산책, 20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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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17.

오늘말. 땋다


집안일은 혼자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집안일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란히 하고, 아이들도 서로돕기로 합니다. 가만 보면, 돕는 일이기에 앞서 모둠일입니다.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둥그렇게 어울리면서 누리는 두레일이기도 합니다. 한집안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 한동아리로 어깨동무하면서 다같이 하고 쉬고 나누고 펴고 베풀고 즐기면서 가꾸어 가는 집일입니다. 집일을 여미다 보면, 물결처럼 일어나는 살림이로구나 싶어서 ‘집살림’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여요. 하나하나 땋습니다. 조금씩 엮습니다. 알뜰살뜰 째요. 걸상이나 옷칸을 짜고, 구멍난 겉옷을 꿰맵니다. 우리가 품은 살림은 이웃하고 나눕니다. 굳이 이웃돕기라고 하지는 않아요. 한마음이요 한마을이니, 함께짓는 하루입니다. 오늘도 해가 솟고 바람이 일렁이다가 땅거미가 내리더니 별이 돋습니다. 너랑 내가 같이 걸어가는 길입니다. 팔짱을 끼다가 입을 맞추듯 말을 섞다가, 한넋으로 속삭이면서 풀벌레와 노래하는 삶이에요. 품앗이처럼 같이짓기를 해요. 둥글둥글 맞잡으면서 모둠짓기를 해요. 버거운 큰일이라면 이웃마을하고 울력을 할 만합니다. 곰곰이 이으면서 한빛으로 피어납니다.


같이짓다·함께짓다·같이하다·함께하다·나눔일·울력·일나눔·품앗이·다같이·다함께·-랑·-과·-와·-하고·어깨동무·팔짱·팔짱꽃·한동아리·한울·한울타리·한뜻·한넋·한마음·한얼·한빛·한빛깔·한빛살·도와주다·돕다·두레·두레일·모둠일·모둠짓기·모둠쓰기·맞잡다·마주잡다·서로돕다·서로이웃·손잡다·꿰맞추다·꿰매다·낳다·땋다·여미다·엮다·짜다·째다·이웃하다·이웃돕기·이어가다·잇다·입맞춤·혀맞춤 ← 공동작업


겉옷·겉겉옷·바람막이 ← 잠바(ジャンパ-), 점퍼(jumpe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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