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2) 양질의


 양질의 쌀 → 좋은 쌀 / 질 좋은 쌀

 양질의 제품 → 좋은 제품 / 질 좋은 제품

 양질의 노동력 → 좋은 노동력 / 훌륭한 노동력

 이 종이는 양질이다 → 이 종이는 좋다 / 이 종이는 훌륭하다


  한자말 ‘양질(良質)’은 “좋은 바탕이나 품질”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좋은 옷감”이나 “좋은 물건” 같은 말마디를 ‘양질’이라는 한자말을 빌고 ‘-의’를 곁들여서 “양질의 옷감”이나 “양질의 물건”처럼 말하기도 하는 셈입니다.


  좋기에 ‘좋다’고 합니다. 안 좋기에 ‘안 좋다’고 합니다. 나쁘기에 ‘나쁘다’고 합니다. 안 나쁘기에 ‘안 나쁘다’고 합니다. 바라보거나 느끼는 대로 말을 한다면 언제나 쉽고 부드러우면서 아름답습니다. 4348.8.15.흙.ㅅㄴㄹ



내가 받은 교육보다 나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내가 받은 교육보다 나은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기만을 애타게 바란다

→ 내가 받은 교육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만을 마음 깊이 바란다

→ 나보다 더 나은 교육을 알차게 받을 수 있기만을 온마음으로 바란다

《빅토리아 여왕 외/안상수,이혜정 옮김-살아있는 진실, 일기》(지식경영사,2003) 524쪽


과거 일본인에게 산은 소중한 재산이었다. 양질의 목재를 산출하고 땔감과 숯 등의 연료를 생산했다

→ 예전에 일본사람한테 산은 큰 재산이었다. 좋은 나무를 얻고 땔감과 숯이 나왔다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4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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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72 제철, 제맛, 제삶



  ‘제철’에 나는 밥을 먹을 줄 알아야 철이 든 사람입니다. 제철에 나지 않는 밥을 먹을 때에는 철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늘날 사람은 거의 모두 철이 없이 삽니다. 한겨울에 수박을 먹고, 이른봄에 딸기를 먹습니다. 말이 안 되는 노릇이지만, 참말 오늘날 사람은 거의 모두 스스로 철을 잊거나 잃거나 버리거나 팽개치거나 망가뜨리면서 지냅니다. 철을 잊으니 삶이라 하기 어렵고, 철을 잃으니 삶과 동떨어지며, 철을 버리니 삶과 등질 뿐 아니라, 철을 팽개치니 삶하고 멀어지기만 하는데, 철을 망가뜨리니 철이 들 수 없습니다.


  제철에 나는 밥을 먹지 않으니 ‘제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쑥은 봄에 뜯어서 먹을 때에 제맛입니다. 그런데, 쑥떡이나 쑥부침개를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한다면, 손수 쑥을 뜯어 보지 않으면, 쑥내음이 무엇이고 쑥밭이 어떠하며 쑥이 돋는 봄이 어떠한 철인지 알 수 없습니다. 능금꽃과 배꽃이 피고 나서 천천히 꽃이 지고 천천히 열매가 무르익는 결을 살피지 않은 채, 저온창고에 있던 열매를 한겨울이나 봄에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한다면, ‘아무리 좋다고 말하는 과일을 먹는다’ 하더라도 제맛을 알 수 없습니다.


  제철을 모르고 제맛을 모른다면 ‘제삶’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제길’이 아니요, ‘제자리’하고 멉니다. 제자리를 모르기에 어느 곳으로 나아가는 삶인지 모르고, 제자리를 모르니 ‘새걸음’으로 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합니다.


  ‘제대로’ 바라보지 않기에 제대로 모르는 셈입니다. 제대로 살려고 하지 않으니 제대로 사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알 길조차 없습니다. 이리하여, ‘제결’을 잃은 채 맴돌고, 주머니에 돈이 많을는지 모르나 삶은 조금도 넉넉하지 않고 즐겁지도 않습니다.


  겨울에는 찬바람을 마십니다. 봄에는 포근한 기운이 가득한 바람을 마십니다. 여름에는 무더우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마십니다. 가을에는 따사로우면서도 살짝 서늘한 바람을 마십니다. 철마다 바람이 다릅니다. 철바람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바람이고 숲에서는 숲바람입니다. 그러니, 철을 아는 사람은 밥을 알 뿐 아니라, 바람을 압니다. 바람을 살펴 어느 때에 씨앗을 심어야 하는가를 알고, 바람을 살펴 열매를 언제 거두어야 하는가를 알며, 바람을 살펴 보금자리를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를 압니다.


  밥과 바람을 알기에 흙을 알고, 밥과 바람과 흙을 알기에 풀과 나무를 알며, 밥과 바람과 흙과 풀과 나무를 알기에 해와 별과 달을 알아요. 앎은 차츰 넓고 깊게 퍼집니다. 차츰 넓고 깊게 퍼지는 앎에 따라 삶이 거듭납니다.


  그런데, 사람은 철만 든다고 해서 삶을 이루지 않습니다. 철은 들되 사랑이 없으면 삶이 메마릅니다. 이리하여, 오늘날 사회에서도 ‘철없는 밥’을 먹는다 하더라도, 기쁜 웃음으로 고맙게 맞아들일 수 있다면, ‘아름다운 밥’으로 몸에 받아들입니다. 이는 곧 ‘아이 마음’입니다. 아이는 따로 씨를 뿌리거나 돌보거나 거두거나 갈무리하지 않아요. 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차려서 주는 밥을 먹고, 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지은 집에서 살며, 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마련한 옷을 입어요. 아이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목숨인데, 철이 안 들었어도 늘 기쁘게 웃으면서 고맙게 모두 받아들입니다.


  철이 들지 않았다면 ‘아이다운 웃음과 노래’를 누리면서 나눌 수 있으면 됩니다. 아이다운 웃음과 노래를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잇는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는 하루를 맞이합니다.


  씨앗을 뿌릴 줄 알아도, 웃고 노래하면서 기쁘게 뿌리는 마음이어야 제대로 자라도록 북돋웁니다. 열매를 거둘 줄 알아도, 웃음과 노래와 기쁨과 고마움을 누리면서 나누는 마음이어야 제대로 거두는 손길이 됩니다. 철이 들려는 사람은 ‘어른’이고,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서 철이 들고자 하는 사람은 ‘어버이’입니다.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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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23 : 노래老來


노래(老來) : ‘늘그막’을 점잖게 이르는 말


 노래老來에

→ 늘그막에

→ 다 늙어서

→ 늦깎이에

→ 늙은 나이에


  한국말로 ‘노래’라고 하면 “귀로 듣는 소리나 가락”입니다. ‘老來’ 같은 한자말은 한국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한자말도 한국말이라고 여기는 마음일는지 모르나, 한자를 밝혀야만 뜻을 어림할 수 있다든지, 한자를 밝혀도 뜻을 어림하기 어렵다면, 영어나 프랑스말처럼 외국말입니다. ‘늘그막’이라는 한국말이 어엿하게 있으니 ‘老來’ 같은 외국말은 한국말사전에서도 털고, 지식인들 입에서도 씻어낼 수 있기를 빕니다. 4348.8.12.물.ㅅㄴㄹ



참으로 노래老來에 소일거리로는 벅찬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참으로 늘그막에 심심풀이로는 벅찬 일이었다고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 참으로 다 늙어서 할 일로는 벅찼다고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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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5) 최초의


 최초의 로봇 → 처음 나온 로봇

 최초의 라면 → 맨 처음 라면

 최초의 자동차 → 처음 만든 자동차


  한자말 ‘최초(最初)’는 “맨 처음”을 뜻합니다. “세계 최초이다”라든지 “최초의 발견”이라든지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자동차”처럼 쓰기도 합니다만, “세계에서 처음이다”나 “첫 발견”이나 “우리나라 첫 국산 자동차”로 고쳐쓸 수 있어요.


  ‘처음’이라고만 써도 되는데 ‘맨’을 앞에 붙여서 “맨 처음”이라고 하면 뜻을 한결 힘주어서 나타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처음’을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으로 풀이합니다. 이 같은 말풀이라면 ‘최초’를 “맨 처음”처럼 풀이할 적에는 얄궂은 겹말이 됩니다.


  아무튼, ‘처음’으로만 써도 되고, 뜻을 힘주어 나타내고 싶다면 “맨 처음”이나 “가장 처음”으로 적으면 됩니다. 4348.8.12.물.ㅅㄴㄹ



이들은 세상을 창조한, 최초의 신들이 아니었어. 맨 처음의 일곱 신은 결코 싸우지 않았거든

→ 이들은 온누리를 지은, 첫 하느님이 아니었어. 맨 처음 일곱 하느님은 싸우지 않았거든

《마르코스/박정훈 옮김-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다빈치,2001) 17쪽


숨막힐 듯한 순간, 최초의 한 음만 내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 숨막힐 듯한 때에, 첫 소리 하나만 내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시키 마코토-피아노의 숲 12》(삼양출판사,2006) 48쪽


광자쌍의 얽힘을 테스트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

→ 광자쌍 얽힘을 실험한 첫 사람들 가운데 하나

《니콜라스 지생/이해웅,이순칠 옮김-양자우연성》(승산,2015)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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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3) -의 : 과학적 접근방식의 성공


그 당시까지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한 버려진 것들

→ 그때까지 누구한테서도 눈길을 받지 못한 버려진 것들

→ 그무렵까지 누구 눈길도 받지 못한 버려진 것들

《야나기 무네요시/이목 옮김-수집 이야기》(산처럼,2008) 101쪽


  ‘그 당시(當時)’는 ‘그때’나 ‘그무렵’으로 손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과학적 접근방식의 성공에 만족한 앨리스

 이 문제를 과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성공하여 기쁜 앨리스

→ 이 문제에 과학으로 다가설 수 있어 기쁜 앨리스

→ 이 문제를 과학으로 바라볼 수 있어 기쁜 앨리스

《니콜라스 지생/이해웅,이순칠 옮김-양자우연성》(승산,2015) 40쪽


  ‘-에 대(對)한’은 번역 말투입니다. 이 번역 말투하고 ‘-의’이 맞붙은 글월입니다. “과학적(-的) 접근방식(接近方式)”은 “과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나 “과학으로 다가설”로 손볼 만합니다. ‘성공(成功)하여’는 ‘이루어’로 손질할 수 있는데, 이 글월에서는 앞말하고 묶으면서 ‘-ㄹ 수 있어’로 풀어낼 만합니다. ‘만족(滿足)한’은 ‘기쁜’으로 손봅니다.


학생들의 작지만 중요한 반항의 경험들이

→ 학생들이 반항했던 작지만 중요한 경험이

→ 학생들이 반항했던 작지만 큰 경험이

→ 학생들이 반항했던 작지만 뜻깊은 경험이

《전쟁없는세상-저항하는 평화》(오월의봄,2015) 286쪽


  글짜임이 엉성한 탓에 ‘-의’를 두 군데에나 넣습니다. 글짜임만 바로잡으면 ‘-의’는 모두 사라집니다. “중요(重要)한 경험”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큰 경험”이나 “뜻깊은 경험”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양반제라는 구제불능의 제도를 접한 나는

→ 양반제라는 구제불능 제도를 들은 나는

→ 양반제라는 바보스러운 제도를 들은 나는

《사노 요코/이지수 옮김-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2015) 144쪽


 ‘구제 불능(救濟 不能)’은 “도울 수 없는”을 뜻하지만, 이 글월에서는 “바보스러운”이나 “어처구니없는”이나 “터무니없는”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접(接)한’은 ‘들은’으로 손질합니다.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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