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58 후회 2023.5.27.
참개구리가 벌렁 누웠다
하얀 배 드러내고 뻗었다
들고양이가 톡톡 치더니
입맛 다시며 어슬렁 간다
한나절이 지나가고
해가 솟아오르니
살짝 꼼찔 슬 꼼지락
살금살금 숨는구나
앵두알이 톡 떨어진다
새 여럿이 앵두잔치이다
열매는 새밥이 되면서
멀리 날아가 통 씨앗으로
하루하루 부드럽다
겨울 잠들어 봄으로
봄 깨어나 여름으로
가만히 쉬면서 거듭난다
ㅅㄴㄹ
나중에 땅을 치거나 발을 동동 구를 일을 한 적이 있나요? 배를 하얗게 드러내고 뻗는 개구리는 창피나 부끄러움을 헤아릴 겨를이 없습니다. 자칫 잡아먹히거든요. 들고양이를 보자마자 얼른 뻗고서 죽은 체합니다. 아주 오래 벌렁 눕더군요. 들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면서 떠나고서도 한참 뒤에야 천천히 꼼지락하더니 살살 풀숲으로 숨습니다. ‘후회(後悔)’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뜻한다지요. 때로는 뉘우칠 수 있고, 아프기도 해요. 그런데 앵두나무도 감나무도 열매가 문득 툭 떨어져도 아쉬워하지 않아요. 열매를 누가 따가도 섭섭하지 않지요. 나무는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개미가 훑을 줄 알고, 거름이 되어 다시 나무를 살찌우는 줄 압니다. 새가 열매를 쪼면서 으레 씨앗까지 삼키는데, 새는 훨훨 날다가 다른 곳에 똥을 뽀직 눠요. 씨앗이 멀리까지 날아가서 새로 싹틉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일을 치르거나 맞이하면서 무엇을 느끼거나 받아들이는지 돌아봐요. 차근차근 새기면서 생각을 기울여요. 다 뜻이 있게 마련이고, 새롭게 잇닿습니다. 부드러이 바라봐요. 늦추거나 미룰 일이란 없고,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낼 일도 없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