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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1.18.
까칠읽기 102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동아시아
2017.11.21.
마치 안 읽으면 안 된다는 듯이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정상가족》을 추켜세웠지만, 이 모든 추킴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나서 차분히 읽어 보았다. 다른 숱한 ‘인문책’과 마찬가지이니, 온통 뒤틀리고 비틀린 이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 여러 보기를 바탕으로 걱정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얼거리이다. 그렇다면 “안 이상한 안 정상가족”이란 무엇인가? 어느 무렵부터 우리나라 ‘인문책’은 새길(대안)은 아예 없이 목소리(정의로운 주장)만 높인다. 남이 일구는 새길을 안 찾아보기 일쑤일 뿐 아니라, 스스로 어떤 새길을 가꾸는지도 안 담는다. 그저 ‘남탓’과 ‘남삶’만 길게 늘어놓는다.
‘이상·정상·가족’은 모두 일본말이다. 우리말이 아니다. ‘이상가족’이나 ‘정상가족’도 그냥 일본말이다. 우리는 먼 옛날 옛적부터 수수하게 ‘집’이라고만 했다. 경남과 전라 시골에서는 수수한 집을 일구는 사람들이 서로 일컬을 적에 ‘이녁’이라 부르곤 한다. 전라남도 시골에서는 ‘지비(집이)’라 부른다. 한자로 ‘택(宅)’이 있으나, 손수 온살림을 지으며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쓰고 나눈다.
집이란 어떤 곳인가? 집은 “짓는 곳”이다. 안 짓는다면 집이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은 “짓는 곳인 집”이 아닌 “사고파는 값(부동산)인 늪”이게 마련이다. 서울뿐 아니라 시골마저 ‘집’이 아닌 ‘값’으로 치는 데가 늘어나고 퍼진다. 집에서는 ‘지내다’라는 낱말을 쓴다. 하루를 지으면서 살아내기에 ‘지내다’이다. 집은 쉬는 곳이기만 하지 않다. 집에서 모든 삶과 살림과 사랑을 지어온 이 나라요 수수한 사람들이다.
왜 “이상한 정상가족”이건 “정상인 이상가족”이건 말장난 같은 일본말로 이 나라를 가리킬 만한지 곱씹을 노릇이다. 우리는 엉터리 나라이기 앞서 “엉터리 하루살이”를 한다. 집을 집이 아닌 값으로 후려치면서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무너진 집”으로 뒤바뀔 수 있다. 으리으리하거나 비싸거나 널따랗기에 ‘집’이지 않다.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집살림과 집일을 온집이 함께하기에 비로소 ‘집’이다. 책쓴이쯤 된다면 예부터 ‘집’이란 무엇인지 밝히고 ‘집’이라는 우리말이 무슨 뜻인지 똑바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짓고 지내며 즐겁기에 즈믄해를 잇는 곳”이라서 집이라고 한다.
ㅍㄹㄴ
체벌이 훈육 방법으로 효과적이지 않으며 해롭다는 것을 넘어서서 내가 체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더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폭력도 사랑이라고 가르치며 가해자의 논리를 내면화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36쪽)
의무교육조차 시키지 않는 교육적 방임은 심각한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했더라면 그 아이들이 그토록 처참한 죽음을 당했을까. (61쪽)
나는 아동인권단체에서 일하면서도 한동안은 입양의 여러 문제점을 잘 몰랐다. (144쪽)
2017년 대선에서 쟁점이 됐던 기초생활수급제의 부양의무제가 그 대표적 사례다 … 허울뿐인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해 극빈층으로 전락하거나, (172, 173쪽)
애초에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보편적 아동수당이 국회에서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면서 선별 지급으로 후퇴한 것이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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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동아시아, 2017)
부양의무제로 인한 부작용이 많은데도 이 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이유는
→ 살림몫 탓에 골칫거리인데 이 틀을 걷어내지 않는 까닭은
→ 삶몫 때문에 말썽거리인데 이 얼개를 치우지 않는 뜻은
173쪽
가족 내 문제로 치부하기 마련인 사안에서
→ 집안일로 여기게 마련이어서
→ 집에서 풀 일로 삼게 마련이어서
22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