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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는 세계 ㅣ 십 대와 사회를 연결하다 2
최진우 지음, 도아마 그림 / 리마인드 / 2024년 1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1.19.
까칠읽기 75
《숲이라는 세계》
최진우 글
도아마 그림
리마인드
2024.1.2.
‘십대와 사회를 연결하다 2’로 나온 《숲이라는 세계》이고, 푸른씨한테 숲을 들려주려는 얼거리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렇지만 숲을 숲에서 바라보지 않으니, 숲을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 풀이나 나무가 우거져도 풀숲에 나무숲이고, 사람이 우글우글해도 사람숲이라 이른다. 그렇지만 서울이라고 하는 곳은 숲을 짓밟고 억누르며 죽이면서 세운 잿터이지 않은가. 서울에서도 잿더미(아파트)는 그야말로 들숲메를 깡그리 팽개치면서 죽이는 곳이기도 하다. 웬만한 시골(군 단위)보다 사람이 많이 살아가는 잿마을(아파트단지) 하나인데, 이 잿마을을 먹여살리고 돌보려고 밥·물·빛(전기)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여야 하는가? 잿마을에 나무 몇 그루를 심은 일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마흔 해 즈음 된 잿더미를 허물고 다시짓기를 할 적에 나무를 죄 베어서 죽이는 판이다. 나무부터 고스란히 살리는 다시짓기란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푸른씨한테 숲을 숲으로 이야기하자면, 글쓴이부터 숲이나 시골에서 살아야 맞다. 먼저 숲을 넓고 깊게 품으면서 풀과 꽃과 나무가 무엇인지 속삭여야 한다. 풀꽃나무한테 깃드는 풀벌레를 동무하면서 풀벌레가 사람한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받아적어야 한다. 풀꽃나무하고 함께살기를 이루는 숱한 새(텃새·철새)가 사람한테 알려주고 싶은 바를 곰곰이 듣고서 찬찬히 옮겨야 한다.
숲을 다루는 책이지만 정작 ‘숲말’을 안 쓰고서 ‘서울말(일본말씨인 전문용어)’만 잔뜩 늘어놓은 대목도 안타깝다. “일정한 녹지 면적을 갖추어야 합니다”라든지 “현재 아파트에 조성된 숲은 도시공원 못지않게 시민들의 중요한 녹지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같은 글자락은 차갑고 매캐한 서울말에 갇힌 보기이다. ‘숲·들숲·멧숲·푸른숲·들빛·숲빛·푸르다·푸른터·푸른길·푸른살림’ 같은 낱말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채 부스러기(전문지식)에 얽매인다면, “숲이라는 길”하고는 그저 멀 뿐이다. 숲이라는 길을 함께하려면 스스로 숲사람으로 거듭나면서 숲살림을 품고 숲사랑을 펴는 하루를 일구는 동안 익힌 숲말을 숲마음으로 들려줄 노릇이다.
나무와 사람은 다르기에, 나무는 사람처럼 안 움직인다. 나무가 사람처럼 안 움직인다고 해서 나무가 “안 움직인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나무는 새나 벌레를 꾀지(유혹) 않는다. 나무랑 새랑 벌레랑 나비랑 벌이랑 그저 ‘함께살기’를 이룬다. 소나무와 느티나무는 꽃이 작거나 수수할 뿐이다. 솔꽃과 느티꽃을 “화려하지 않은 꽃”이라고 말할 수 없다.
푸른씨한테 푸른숲을 들려주려는 뜻은 훌륭하더라도, 먼저 푸르게 살아가고 푸르게 말하고 푸르게 생각하고 푸르게 노래하는 오늘부터 지을 일이라고 본다. ‘목소리를 담을’ 책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삶을 일구는지 담을’ 책으로 거듭나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하려면 법적으로 일정한 녹지 면적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법 덕분에 아파트에 심어진 나무들이 시간이 흘러 숲으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기준 경기도의 공동주택단지 녹지의 총면적은 경기도 도시공원 면적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현재 아파트에 조성된 숲은 도시공원 못지않게 시민들의 중요한 녹지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6쪽)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적정한 토양과 뿌리의 생장을 위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나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보도에 띠 형태의 녹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수분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빗물 저장 및 공급 시스템을 확충해야 합니다. (82쪽)
이처럼 나무는 움직일 수 없기에 번식을 위해서 곤충이나 야생동물을 유혹해야 합니다. 그러나 버드나무와 은행나무의 경우에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고, 야생동물이 아니라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집니다. 꽃이 화려하지 않은 소나무와 느티나무도 바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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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는 세계》(최진우, 리마인드, 2024)
나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르는 게 많습니다
→ 나무를 잘 안다고 여기지만, 정작 잘 모릅니다
→ 나무를 잘 안다고 보지만, 막상 모르기 일쑤입니다
6쪽
이 책을 통해 자연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우리의 태도와 역할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을 읽고서 숲과 함께하는 길과 몫을 헤아려 보기를 빕니다
→ 이 책을 읽으며 푸르게 어울리는 삶을 함께 헤아려 봅시다
→ 이 책과 함께 숲빛을 헤아려 보기를 바랍니다
7쪽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는 우림(雨林)이 발달하기도 하고
→ 비가 잦은 곳에는 비숲이 우거지고
→ 비가 많이 내리면 나무숲이 짙고
14쪽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여 ‘생명의 나무’로 불립니다
→ 숲살림을 잇는 노릇을 하여 ‘살림나무’라고 합니다
→ 숲살이을 가누는 몫을 하여 ‘푸른나무’라고 합니다
18쪽
아파트에 심어진 나무들이 시간이 흘러 숲으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 잿더미에 심은 나무가 오래되면 숲이 될 수 있습니다
→ 잿집에 심은 나무도 한참 지나면 숲을 이룹니다
66쪽
현재 아파트에 조성된 숲은 도시공원 못지않게 시민들의 중요한 녹지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오늘날 잿마을에 가꾸는 숲은 쉼터 못지않게 푸른터로 여깁니다
→ 요즈음 잿집에서 돌보는 숲은 쉼터 못지않게 풀빛터로 삼습니다
66쪽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적정한 토양과 뿌리의 생장을 위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 나무가 잘 자라려면 흙이 기름지고 뿌리가 뻗을 틈이 있어야 합니다
→ 나무가 잘 자라려면 흙이 살지고 뿌리가 뻗을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82쪽
나무가 수분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빗물 저장 및 공급 시스템을 확충해야 합니다
→ 물이 메말라 나무가 힘들지 않도록 빗물을 받아서 마실 수 있어야 합니다
→ 나무가 메마르지 않도록 빗물을 받아서 마실 수 있어야 합니다
82쪽
야생동물이 아니라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집니다
→ 들짐승이 아니라 바람이 가루받이를 합니다
→ 들짐승 말고 바람이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94쪽
꽃이 화려하지 않은 소나무와 느티나무도 바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 꽃이 조그마한 소나무와 느티나무도 바람받이를 합니다
→ 꽃이 수수한 소나무와 느티나무도 바람받이꽃입니다
9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