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6.


《고릴라를 보려면》

 최영민 글, 삐삐북스, 2021.6.15.



다시 부슬부슬 비가 뿌린다.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에 들르고서 이웃마을까지 들길을 걷는다. 그냥 비를 맞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오늘날 시골 논둑길은 잿빛으로 덮고서 짐수레가 지나다녀서 엉망이다. 지난날 논둑길은 사람하고 소하고 짐승하고 풀벌레가 다니면서 비날에도 느긋이 다닐 만했다. 둘이서 한참 거닐면서 예전에 보내고 놀던 이야기를 한다. 저녁에 비가 그치고 별이 살짝 돋는다. 《고릴라를 보려면》을 돌아본다. 오늘날 깊이 헤아릴 대목을 차근차근 짚는다고 느낀다. 다만, 몇 가지는 못 짚는다. 첫째, 시골을 모르고 못 짚는다. 둘째, 숲과 들과 바다 곁에서 숲들바다를 살피는 눈이 없다. 셋째, 말이 너무 어렵고, 일본말씨·옮김말씨를 못 추스른다. 고릴라를 보려면, 마음으로 볼 노릇이다. 숲과 마을을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지. 말과 글도 마음으로 볼 노릇이다. 마음이 없이 섣불리 부스러기(정보·지식)로 다가서려 하니 그르치기 일쑤이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부스러기를 머리에 담고서 “이렇게 바꿔야 해요!” 하고 외치는 아이들이지 않기를 빈다. 아이들 스스로 소꿉놀이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하면서 하루를 사랑해요!” 하고 노래하는 아이들이 태어나기를 빈다. 마음을 담는 말부터 씻어야 푸른별도 씻을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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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5.


《분단시대의 사회학》

 이효재 글, 한길사, 1985.10.20.



비는 그친 아침. 구름이 가득하다. 아침 일찍 면사무소로 두바퀴를 달린다. 시골에서 쓰레기를 줍는 두루일(공공근로)을 하는 할매할배가 옆마을 바깥채에 앉아서 쉰다. 면사무소를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며 보니 이분들은 다 그대로 있다. 숱한 두루일은 시늉이기는 하다. 낮부터 다시 빗줄기가 듣는다. 앵두꽃이 활짝 피고, 동박꽃도 나란히 피며, 꽃찔레도 잎이 나온다. 《분단시대의 사회학》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지난 2021년에 새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1985년부터 2024년 사이에도 우리 터전은 썩 안 바뀌었기에, 얼마든지 되새길 만하다. 여러 벼슬꾼이 바뀌고, 주먹꾼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순이는 바지를 마음껏 꿰고, 배움터에서 길잡이가 매를 휘두르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그렇지만 골목집과 마을집이 사라지면서 잿집이 늘고, 한 집에 쇳덩이(자가용)를 두셋씩 거느리기도 할 뿐 아니라, 시골이 확 무너졌고, 아직 우리말을 쉽고 상냥하게 쓰는 살림길이 깃들지 못 한다. 돈은 늘었으나, 숲이 줄어든 이 나라이다. 배움터를 다닌 사람이 부쩍 늘지만,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를 온몸으로 읽는 사람은 확 줄었다. 마음을 읽거나 사랑을 속삭이는 길이 줄면서, 겉치레가 늘어난다면, ‘분단사회’가 아닌 ‘죽음수렁’일 수 있다.


《분단시대의 사회학》(이이효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1.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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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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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4.


《사치코, 살아 있습니다 4》

 츠게 아야 글·그림, 미우, 2023.6.15.



엊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멎기도 하다가 내리기도 한다. 고즈넉하게 흐르는 하루이되, 밤부터 새벽 사이에는 숱한 멧새가 신나게 노래를 들려준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열 남짓 다른 멧새노래가 하나로 섞인다. 오늘도 《말밑 꾸러미》 석벌손질을 하는데 한참 멀었다. 서두르지 말자고, 느긋이 꼼꼼히 보자고 생각한다. 《사치코, 살아 있습니다 4》을 읽었다. 넷에서 맺는구나. 그림님이 앞서 선보인 《노다라고 합니다》는 첫머리는 볼 만했으나, 갈수록 길을 잃다가 어영부영 맺었는데, 《사치코》는 그리 어영부영은 아닌 듯하면서도, 길머리가 없이 헤매다가 맺는구나 싶다. 샛길과 어영부영을 줄거리로 보여주려는 뜻일 수 있으리라. 삶이라는 길을 구태여 바른길이나 반짝길로 가야 할 까닭이 없다. 다만, 어느 길이건 다 다르게 꽃길인 줄 알아보면 된다. ‘삶’은 좋은일도 나쁜일도 가리지 않고서 일어난다. 삶을 바라보며 가다듬기에 ‘살림’이다. 스스로 짓는 손길인 살림을 펴고 풀고 맺고 여미는 사이에 ‘사람’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이때에 스스로 눈을 빛내어 마음을 틔우니 ‘사랑’을 바라보면서 피어난다. 삶에서 멈추거나 맴돌면 ‘나’를 잊거나 잃으면서 떠돈다.


#?植文 #幸子生きてます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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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3.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윌리엄 재스퍼슨 글·척 에카르트 그림/이은주 옮김, 비룡소, 2000.5.1.



텃노랑민들레가 무럭무럭 오른다. 곁에서 제비꽃이 나온다. 앵두꽃망울이 몇 송이 벌어지고, 동박꽃도 함초롬하다. 큰아이랑 들길을 걸어 옆마을에 가서 시골버스를 타고 저잣마실을 간다. 삽질소리가 시끄럽고 매캐하다. 열 몇 해째 내내 뚝딱거린다. 무엇을 하려는 삽질이고, 시골은 돈을 어디다 쏟아붓는지 알쏭하지만, 이런 일이 끝없다. ‘삽질나라’는 이명박 혼자서 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도 삽질나라였고, 김영삼·박근혜도 삽질나라였다. 누가 우두머리에 앉든 온나라가 구석구석 삽질로 돈벌이를 한다. 아이하고 기스락숲을 걷는다. 조금 돌더라도 부릉길 아닌 샛길로 가서 멧새노래를 듣는다. 저녁에는 다시 비가 온다.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되읽는다. 이 책을 처음 만나던 스무 해쯤 앞서를 떠올린다. 그때나 이때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만큼 글그림을 여미어서 선보이기 어렵다. 글꾼도 그림꾼도 온통 서울·큰고장에 사는걸. 시골빛을 머금고서 숲빛을 노래하는 살림을 지을 줄 모르는 채 어떻게 ‘숲글·숲그림’을 펼 수 있을까? ‘서울에서 살며 새를 보는 책’은 꽤 나오지만, ‘시골에서 아이랑 살림을 지으면서 새랑 이웃하는 책’은 여태 못 본다. 겉으로만 훑으면 알맹이를 모르게 마련이다.


#How the Forest Grew #WilliamGJaspersohn #ChuckEckar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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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2.


《처음 만나는 물고기 사전》

 이상권 글·김미정 그림, 한권의책, 2015.6.17.



바람이 잔잔하다가 훅 불면서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햇볕이 그득하지만 빨래가 바싹 마르지 않는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빗방울이 듣는다. 비내음이 섞인 바람에 하루였구나. 어쩐지. 날씨는 여러모로 읽을 수 있다. 하늘빛과 땅빛으로도 읽고, 새가 어떤 날갯짓인지를 살펴서도 읽고, 꽃망울과 잎으로도 느낀다. 바람결과 바람내와 바람빛으로도 읽고, 개미가 어떻게 다니는지로도 읽으며, 나비하고 벌을 보아도 읽을 만하다. 눈을 감고서 둘레를 헤아려도 날씨를 읽을 만하다. 책읽기도 이와 같으니, 종이에 적힌 꾸러미로만 ‘읽기’일 수 없다. 《처음 만나는 물고기 사전》를 아홉 해쯤 앞서 읽었는데, 잘 나온 책이기는 하면서도 여러모로 아쉽기도 했다. ‘물고기’를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줄거리와 풀이와 글결이 확 다르게 마련이다. 헤엄이는 사람한테 이웃인가? 아니면 밥(식량자원)인가? 아니면 숲(생태계)인가? 헤엄이를 어떻게 만나서 한살림을 읽거나 느꼈는가? 헤엄이랑 동무하는 마음으로 만나서 얼거리를 풀어내는가? 어른뿐 아이한테 부스러기(전문지식)를 펴지 않기를 빈다. 살림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길을 바탕으로 둘레를 읽도록 이끌어야지 싶다. 누구나 새로 디디는 걸음이 하루하루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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