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5.


《분단시대의 사회학》

 이효재 글, 한길사, 1985.10.20.



비는 그친 아침. 구름이 가득하다. 아침 일찍 면사무소로 두바퀴를 달린다. 시골에서 쓰레기를 줍는 두루일(공공근로)을 하는 할매할배가 옆마을 바깥채에 앉아서 쉰다. 면사무소를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며 보니 이분들은 다 그대로 있다. 숱한 두루일은 시늉이기는 하다. 낮부터 다시 빗줄기가 듣는다. 앵두꽃이 활짝 피고, 동박꽃도 나란히 피며, 꽃찔레도 잎이 나온다. 《분단시대의 사회학》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지난 2021년에 새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1985년부터 2024년 사이에도 우리 터전은 썩 안 바뀌었기에, 얼마든지 되새길 만하다. 여러 벼슬꾼이 바뀌고, 주먹꾼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순이는 바지를 마음껏 꿰고, 배움터에서 길잡이가 매를 휘두르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그렇지만 골목집과 마을집이 사라지면서 잿집이 늘고, 한 집에 쇳덩이(자가용)를 두셋씩 거느리기도 할 뿐 아니라, 시골이 확 무너졌고, 아직 우리말을 쉽고 상냥하게 쓰는 살림길이 깃들지 못 한다. 돈은 늘었으나, 숲이 줄어든 이 나라이다. 배움터를 다닌 사람이 부쩍 늘지만,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를 온몸으로 읽는 사람은 확 줄었다. 마음을 읽거나 사랑을 속삭이는 길이 줄면서, 겉치레가 늘어난다면, ‘분단사회’가 아닌 ‘죽음수렁’일 수 있다.


《분단시대의 사회학》(이이효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1.2.4.)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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