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2.
《처음 만나는 물고기 사전》
이상권 글·김미정 그림, 한권의책, 2015.6.17.
바람이 잔잔하다가 훅 불면서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햇볕이 그득하지만 빨래가 바싹 마르지 않는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빗방울이 듣는다. 비내음이 섞인 바람에 하루였구나. 어쩐지. 날씨는 여러모로 읽을 수 있다. 하늘빛과 땅빛으로도 읽고, 새가 어떤 날갯짓인지를 살펴서도 읽고, 꽃망울과 잎으로도 느낀다. 바람결과 바람내와 바람빛으로도 읽고, 개미가 어떻게 다니는지로도 읽으며, 나비하고 벌을 보아도 읽을 만하다. 눈을 감고서 둘레를 헤아려도 날씨를 읽을 만하다. 책읽기도 이와 같으니, 종이에 적힌 꾸러미로만 ‘읽기’일 수 없다. 《처음 만나는 물고기 사전》를 아홉 해쯤 앞서 읽었는데, 잘 나온 책이기는 하면서도 여러모로 아쉽기도 했다. ‘물고기’를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줄거리와 풀이와 글결이 확 다르게 마련이다. 헤엄이는 사람한테 이웃인가? 아니면 밥(식량자원)인가? 아니면 숲(생태계)인가? 헤엄이를 어떻게 만나서 한살림을 읽거나 느꼈는가? 헤엄이랑 동무하는 마음으로 만나서 얼거리를 풀어내는가? 어른뿐 아이한테 부스러기(전문지식)를 펴지 않기를 빈다. 살림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길을 바탕으로 둘레를 읽도록 이끌어야지 싶다. 누구나 새로 디디는 걸음이 하루하루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