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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3.


《개정판 우리말의 상상력》

 정호완 글, 지문당, 2014.1.10.



작은아이가 부른다. 마당을 내다본다. 비둘기가 동백나무 곁에 내려앉았다. 동백꽃을 톡톡 쪼다가 마당으로 내려서고, 쪼르르 걷다가 나무 곁으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와서 가볍게 걷는다. 작은아이는 슬슬 비둘기한테 다가가고, 비둘기는 눈치를 채고 천천히 비켜선다. 모과꽃송이를 훑으면 손에 배는 모과꽃내음이 짙다. 꽃송이 하나를 아이한테 건네고, 나도 가만히 혀에 얹고서 꽃내음이며 꽃꿀을 헤아린다. 낮에 읍내마실을 하는데, 읍내 한복판에 우뚝 선 높다란 잿빛집이 드리우는 시커먼 그늘이 서늘하다. 논밭을 까뒤집고서 잿빛집을 밀어붙인 벼슬아치(군수·공무원)는 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리라. 이 고장을 사랑한다면 잿더미가 아닌 푸른숲을 바라볼 테지. 냇가 풀숲에서 자는 깜고양이를 본다. 넌 아늑히 지낼 곳을 아는구나. 《개정판 우리말의 상상력》을 읽었다. 처음 나온 판하고 사뭇 다르겠지. 그동안 새로 읽어낸 말결을 담으려 하셨을 테고. 여러모로 돌아볼 이야기를 다루는구나 싶으면서도 “우리말 생각”이나 “우리말을 생각하다”처럼 붙이지 못 한 책이름이 아쉽다. 우리말 ‘생각’이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글님 스스로 읽었다면 책이름을 이내 바꾸었겠지. 새롭게 밝혀서 가는 길을 품는 ‘생각’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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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


《카지카》

 토리야마 아키라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1.30.



어제 큰아이랑 읍내를 다녀오면서 버스나루에 놓고 떡이랑 빵을 그대로 놓고 왔다. 큰아이가 모처럼 읍내 빵집에서 빵을 고르셨는데 상자째 놓고 오다니! 이튿날인 오늘 다시 읍내를 다녀올 일이 있어 나왔으나 우리가 짐을 놓고 온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잘 되었다. 먹을거리가 하루를 넘기면 곰팡이가 피지 않겠나. 누가 가져가서 즐거이 누렸기를 빈다. 오늘 드디어 《곁책》에 이은 《곁말》 꾸러미(원고)를 매듭짓고 애벌글를 추슬러서 펴냄터로 보낸다. 숨을 돌린다. 요새 둘레에서는 벚꽃을 본다면서 왁자지껄할 텐데, 우리 집에서는 모과꽃을 기쁘게 맞이한다. 그래, 4월로 들어서는 이맘때는 모과꽃이지. 거리마다 모과꽃이 잔치를 이루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모과잎도 훑어서 ‘모과잎물(모과차)’을 우린다. 모과꽃이나 모과잎으로 잎물을 마셔 보면 다들 깜짝 놀란다. 모과알만 쓰는 줄 알았다고들 하지. 가벼이 일렁이는 바람하고 봄볕 사이로 새잎이 돋는다. 《카지카》는 토리야마 아키라 그림꽃 가운데 딱 하나 ‘푸름이한테 읽힐 만한’ 눈금이라고 느낀다. 이이는 왜 진작 이렇게 안 그렸을까? 얄딱구리한 그림은 좀 집어치우고, 오직 줄거리에 마음을 기울이면 이만큼 잘 그릴 수 있는데 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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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


《작은 풀꽃의 이름은》

 나가오 레이코 글·그림/강방화 옮김, 웅진주니어, 2019.2.25.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가려고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어, 여기에도 흰민들레 있네?” 큰아이 말에 쳐다보니, 우리가 선 곁에 조그맣게 피었다. 2011년에 처음 이 마을에 깃들고 몇 해쯤 마을 할매는 자루 가득 흰민들레를 캐서 내다팔았다. 그때는 읍내 저잣거리에서 흰민들레를 봄나물로 쉽게 보았으나, 이제는 싹 사라졌고, 무엇보다 마을에서 흰민들레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할매들 호미질에 못 살아남기도 했고, 논둑이며 도랑을 온통 잿빛(시멘트)으로 덮느라 엄청 죽었고, 흰민들레가 자랄 만한 빈터에 커다란 헛간이 갑자기 들어서기도 했다. 옆에서 꼬르르르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니 고라니가 논을 가로지른다. ‘고라니’는 ‘송곳니’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말하는 분도 있으나, 오늘로 열아홉 해째 고라니를 만날 적마다 ‘고르르 꼬르르’ 같은 울음소리를 먼저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면 ‘고라라’거린다고도 할 만하다. 《작은 풀꽃의 이름은》은 무척 아름답다. 그저 아름답다. 다만 옮김말은 바보같다. 아름책을 왜 바보스럽게 옮겼을까? 무엇보다 이 책은 ‘잣나물’을 다루는데, 일본 풀이름인 ‘별꽃’을 그냥 쓰고 만다. 얼마나 서운한지. 옮긴이(번역가)도 엮는이(편집자)도 서울서만 사니 이런 일이 불거진다.


#ざっそうの名前 

#ぼくの草のなまえ

#長尾玲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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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31.


《조선과 일본에 살다

 김시종 글/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6.4.3.



오늘 날씨는 놀랍고 재미있다. 아침에는 해, 낮에는 구름, 저녁에는 별이다. 비는 오지 않되 춤추는 날씨로 하루가 흐른다. 우리는 하늘을 보면서 무엇을 읽을까? ‘우리’라고 했으나, 이 ‘우리’는 누구일까? 시골하고 서울을 ‘우리’로 묶을 만할까? 남·북녘을 나란히 ‘우리’로 묶으면 될까? 한겨레란 이름을 모두 ‘우리’라 하면 되나? 싸움짓에 미친 이들도 ‘우리’라고 할 만할까? 《조선과 일본에 살다》를 천천히 읽는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얼마나 ‘일본 우두머리한테 미친 아이’였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글쓴이를 비롯해 숱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일본바라기(친일부역)를 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수두룩했다. 어릴 적에 얼마나 철딱서니가 없었는지 스스로 밝히는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 창피한 어린날을 밝힐 수 있기에 비로소 씩씩한 어른으로 선다. 부끄럽던 어린날을 말할 수 있기에 드디어 어질며 참한 어른으로 살림을 꾸릴 생각을 세운다. 잘못이란, 너희만 아니라 우리도 잘못이다. 참이란, 우리만 아니라 너희도 참이다. 무엇보다 ‘너희·우리’를 가르는 틀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낱낱이 다시 들여다볼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푸른별(지구)을 이루는 사람인가? 우리는 숲 곁에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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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30.


《크게 휘두르며 4》

 히구치 아사 글·그림/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9.25.



집안을 치운다. 먼지를 털고 쓸고닦는다. 한참 비질에 걸레질을 하고서 가만히 바람을 쐬며 쉰다. 오늘은 이만큼 치우기로 하고서 저녁에 별을 바라보고 잠든다. 이불을 마당에 내놓으며 햇볕을 쪼이면서 꽃내음을 듬뿍 맡았다. 나도 이불도 나란히 꽃내음으로 물든다. 이제 낮에는 마루닫이를 열어도 될 만한 날씨이다. 고흥은 아침해가 솟으면 제법 덥기까지 하다. 《크게 휘두르며》를 하나하나 읽으며 제법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걸음이 늘 적마다 어쩐지 샛길로 빠진다. 공치기(야구)를 다루는 그림꽃만 이러하지 않다. 다들 ‘꼭 이겨서 더 높은 자리로 오르는 길’을 바라보려 한다. 좀 못 하거나 어리숙한 모습이 나온다고 해서 나쁠 일이 없으며 재미없을 까닭이 없다. 오히려 ‘꼭 이길 사람(주인공)’을 그리려 하니 줄거리가 뒤틀리고, ‘이 판에서 이기면 더 센 쪽하고도 또 이기는 줄거리’로 나아가게 마련이라, 자꾸자꾸 엉클어진다. 공치기뿐 아니라 놀이(스포츠)를 제대로 담아낸 그림꽃은 퍽 드문데, 야마모토 오사무 님이 빚은 《머나먼 갑자원》만 한 책이 드물다. 틀(규칙)을 알려주고, 길(훈련법)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다. 왜 공 하나로 여럿이 한마음으로 만나서 어떤 삶을 이루려 하는가를 보여주어야 비로소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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