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


《작은 풀꽃의 이름은》

 나가오 레이코 글·그림/강방화 옮김, 웅진주니어, 2019.2.25.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가려고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어, 여기에도 흰민들레 있네?” 큰아이 말에 쳐다보니, 우리가 선 곁에 조그맣게 피었다. 2011년에 처음 이 마을에 깃들고 몇 해쯤 마을 할매는 자루 가득 흰민들레를 캐서 내다팔았다. 그때는 읍내 저잣거리에서 흰민들레를 봄나물로 쉽게 보았으나, 이제는 싹 사라졌고, 무엇보다 마을에서 흰민들레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할매들 호미질에 못 살아남기도 했고, 논둑이며 도랑을 온통 잿빛(시멘트)으로 덮느라 엄청 죽었고, 흰민들레가 자랄 만한 빈터에 커다란 헛간이 갑자기 들어서기도 했다. 옆에서 꼬르르르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니 고라니가 논을 가로지른다. ‘고라니’는 ‘송곳니’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말하는 분도 있으나, 오늘로 열아홉 해째 고라니를 만날 적마다 ‘고르르 꼬르르’ 같은 울음소리를 먼저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면 ‘고라라’거린다고도 할 만하다. 《작은 풀꽃의 이름은》은 무척 아름답다. 그저 아름답다. 다만 옮김말은 바보같다. 아름책을 왜 바보스럽게 옮겼을까? 무엇보다 이 책은 ‘잣나물’을 다루는데, 일본 풀이름인 ‘별꽃’을 그냥 쓰고 만다. 얼마나 서운한지. 옮긴이(번역가)도 엮는이(편집자)도 서울서만 사니 이런 일이 불거진다.


#ざっそうの名前 

#ぼくの草のなまえ

#長尾玲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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