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4.


《바다로 간 고래》

 트로이 하월 글·리처드 존스 그림/이향순 옮김, 북뱅크, 2019.10.15.



오늘은 폭 쉬기로 한다. 어제 옮겨심기를 할 적에는 이럭저럭 즐거이 했다고 여겼으나 새벽에 일어나고 보니 온몸이 찌뿌둥하다. 이처럼 찌뿌둥하기 싫으니 다들 틀(기계)을 곁에 두리라 본다. 삽차를 쓰면 수월하고 빠르겠지. 일꾼을 부리면 힘이 안 들 테지. 손으로 삽질에 호미질을 하면, 부릉이를 건사하지 않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면, 온몸을 고스란히 쓰니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욱씬거리게 마련이다. 마당에 서서 하늘을 보니 온통 먼지로구나. 안개도 조금 끼었지만 먼지하늘이다. 《바다로 간 고래》를 다시 편다. 갓 태어날 무렵부터 서울(도시) 한켠에 갇힌 채 사람들한테 구경거리 노릇을 하던 고래는 바다가 있는 줄 모르며 살았다고 한다. 구경거리가 되는 곳(수족관) 빼고는 간 적이 없고 듣거나 배운 적이 없으며, 고래 동무나 헤엄이 이웃도 없으니까. 오늘날 우리는 누가 이웃이고 동무일까? 숲을 속삭이고 풀꽃나무를 들려주고 별빛하고 햇빛이 어우러지는 삶빛을 이야기하는 이웃하고 동무가 있는 삶인가, 아니면 나라(사회·정부)가 떠드는 대로 배움터에 길들면서 쳇바퀴를 도는 굴레인가? 어느 날 아이는 고래한테 ‘집’이 따로 있다고 속살거렸단다. 아이라면 누구나 처음 태어날 적부터 무엇이든 다 안다.


ㅅㄴㄹ

#whaleinaFishroom #TroyHowell #Richard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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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3.


《열두 살 해녀》

 김신숙 글·박둘 그림, 한그루, 2020.8.27.



오늘은 모과나무를 옮겨심는다. 아홉 해쯤 앞서 감나무 곁에서 가지를 못 뻗는 석류나무를 너른 자리로 옮겼는데, 이때 옮긴 곳 옆에 조그마한 나무가 있었다. 그때에는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는데 아홉 해 즈음 지나고 보니 굵다란 모과나무로 뻗었다. 처음에는 혼자 뿌리를 캤고, 이내 작은아이가 알아채고서 거들고, 이윽고 곁님하고 큰아이도 알아보고서 돕는다. 옮겨심을 적에는 구덩이를 똑같이 둘 파는 셈이라 힘이 곱으로 든다. 봄볕하고 봄바람을 누리면서 삽질에 호미질을 한다.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살살 파다가 더 깊이 팔 수 없을 즈음 톱으로 자른다. 모과나무 뿌리를 캘 일이 여태 없었으니 몰랐을 텐데, 호미나 삽으로 뿌리를 스칠 적마다 해맑으며 달달한 내음이 훅 끼친다. 이토록 달며 싱그러이 냄새가 퍼지는 뿌리가 있던가? 저녁에 서울 손님이 찾아온다. 이야기꽃을 늦도록 편다. 《열두 살 해녀》를 돌아본다. 늙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이야기로 엮은 노래꽃(동시)이다. 나는 우리 어버이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물려받았을까? 오늘 우리 아이들은 나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이어받을까? 함께 짓고 같이 돌보고 서로 아끼면서 나누는 손길이 모이면 저절로 이야기밭을 이루지 싶다. 이야기는 참말 먼데에 있을 까닭이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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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


《하늘에서 돌이 쿵!》

 존 클라센 글·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2021.9.5.



맑게 트인 하늘을 본다. 찌푸렸던 어제는 빨래를 안 했으니 오늘 신나게 빨래를 한다. 큰아이하고 서울·인천·일산·서울을 빙그레 돌고서 고흥에 돌아오고서 하루 잘 쉬었으니, 빨래도 하고, 뒤꼍에서 어린 후박나무 둘을 옮겨심는다. 사람이 씨앗을 심어도 잘 자랄 테지만, 새가 열매를 먹고서 눈 똥으로 묻은 씨앗일 적에 참으로 잘 자란다. 새는 어쩜 이렇게 나무심기를 잘 할까? 사람은 새한테서 숲살림을 배우고, 노래하기를 배우고, 집짓기를 배우고, 짝짓기를 배우고, 하루를 누리는 즐거운 길을 배울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에서 돌이 쿵!》을 작은아이가 좋아한다. 여러모로 돌아볼 대목이 있고, 빗대는 생각이나 이야기가 너르다. 돌이 쿵 떨어지기에 쳐다보거나 느끼는 사람이 있고, 돌이 떨어지거나 말거나 아랑곳않는 사람이 있다. 돌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고, 돌을 치우려는 사람이 있다. 돌이 무엇을 하든 스스로 하루를 아름답고 사랑스레 그리면서 둘레를 가꾸는 사람이 있고, 그냥그냥 쳇바퀴에 갇히거나 톱니바퀴가 되어 헤매는 사람이 있다. 옮긴 자리에서 어린 후박나무가 튼튼히 마음껏 뿌리를 내리기를 빈다. 살살 북돋우고 토닥인다. 옮겨심었기에 더 자주 들여다보면서 쓰다듬어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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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


《갈등 해결 수업》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1.10.29.



밤에 비가 가볍게 뿌렸다. 가문 땅을 적시지는 못하지만, 겉흙은 촉촉해 보인다. 이마저 낮이 되니 다 마른다. 죽음거름을 잔뜩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이웃집 밭은 ‘흙빛’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허여멀겋다. 우리 집 뒤꼍이나 옆마당 흙은 까무잡잡하다. 비가 안 오고 가물어도 까무잡잡한 우리 집 흙하고, 비가 와도 이내 허여멀겋게 드러나는 이웃집 밭흙은 확 다르다. 숲에 거름을 주는 사람은 없다. 가랑잎이며 숲짐승 똥오줌이며 풀벌레 주검이 모두 거름이다. 숲흙은 오래 가물어도 까무잡잡하다. 우리가 이 얼거리를 앞으로도 안 읽고 ‘죽음거름(화학비료)·죽음물(농약)·비닐·틀(농기계)’에 얽매인 길로 간다면 ‘농업’은 하겠으나 ‘흙살림’하고는 동떨어질밖에 없다. 《갈등 해결 수업》은 줄거리가 알차다. 이런 이야기를 배움터에서 펴고 듣고 배울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그런데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본다. ‘꼬인 실타래 풀기(갈등 해결)’를 하는 일은 ‘안 나쁘지’만, 정작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기울일 대목은 ‘스스로 슬기롭게 사랑하는 살림을 가꾸고 지으면서 나누는 삶’이리라 본다. 다투니까 다툼을 풀기도 해야겠는데, 처음부터 사랑이 없는 마음밭에서는 다툼만 불거지지 않을까? 사랑부터 나눠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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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28.


《행복의 가격》

 가쿠타 미쓰요 글/박성민 옮김, 시와서, 2020.8.15.



어제 묵은 일산 길손집은 불을 끄고 천으로 미닫이를 가리면 캄캄했다. 푹 잘 만하구나. 아침에 미닫이를 여니 부릉소리가 확 번진다. 책자리가 널찍해서 큰아이하고 나란히 앉아 아침일을 한다. 이윽고 짐을 추슬러 서울로 간다. 서울에서 깃들려던 마을책집은 사라지고 다른 가게로 바뀌었네. 땀빼며 헤매고서 다리를 쉬다가 길그림을 보니 다른 마을책집이 코앞이다. 〈길담서원〉이 〈문화공간 길담〉으로 세 해 앞서 바뀌었단다. 새 책집지기님이 새빛으로 이 골목을 밝히는구나. 물려줄 수 있고, 이어받을 수 있는 책집살림은 마을을 새록새록 북돋우는 밑힘이 될 테지. 책짐을 더 크게 추스르고서 걷는다. 경복궁 곁이라 그런지 ‘높으신 분’들 부릉이가 길을 막는다. 지킴이(경호요원)한테 다가가 “이봐요. 이렇게 큰짐을 들고 아이랑 걷는 사람을 막고 까만 차를 먼저 보내면 말이 됩니까? 사람이 먼저 아닙니까?” 하고 큰소리로 따지고서 시커멓고 큰 부릉이 앞으로 지나간다. 《행복의 가격》을 읽었다. ‘기쁨값’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쁨이나 웃음이나 노래나 춤이나 사랑이나 눈물에는 값을 못 매기니까. 기쁨에까지 값을 매기려는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라면 이 나라는 썩어문드러진 길로 갈 테지. 사람으로서 사랑을 생각하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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