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꽃 2023.1.30.

나는 말꽃이다 126 한자 ㄱ



  ‘한자(漢字)’는 ‘중국글’입니다. ‘한글’은 ‘한겨레글’입니다. 중국글로 지은 낱말이라면 중국말입니다. 한겨레글로 지은 말이라면 한말(한겨레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기울여서 새말을 짓습니다. 때로는 이웃나라 말씨를 받아들입니다. 바깥말을 우리말로 삼아요. 이모저모 쓰는 한자말은 바깥말이되 ‘받아들인 말’입니다. 이웃이며 둘레를 바라보는 눈을 넓히면서 가꾸려는 뜻으로 굳이 바깥말을 받아들인다고 할 만합니다. 이 바깥말을 한동안 쓰다가 “아,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펴서 새말을 지어 볼까?” 하고 마음을 기울이지요. 우리가 아직 손수 짓지 않는 살림을 가리키는 이름(말)이라면 아직 우리말이 없어요. 이때에는 기꺼이 바깥말을 받아들여요. 이러다가 우리 삶에 차곡차곡 녹아든 뒤부터는 “우리 삶을 바탕으로 우리말을 새롭게 짓”습니다. 모든 말은 삶을 비춥니다. 이웃나라에서 쓰는 말(바깥말)은 이웃사람이 짓는 살림을 비춥니다. 한자는 안 나쁩니다. 그저 한자는 중국사람 중국살림을 담은 글이요, 한자말은 중국살림을 비출 뿐이에요. 숱한 일본 한자말은 일본살림을 비추지요. 그래서 우리 살림을 손수 짓고 가꾸려는 뜻으로 우리말을 새로 엮거나 짓지요. 우리 눈을 환히 틔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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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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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25 눈길



  오늘날은 ‘케케묵다’로 쓰지만 오래도록 ‘켸켸묵다’ 꼴이었어요. 낱말은 돌멩이처럼 꼴을 바꿉니다. 냇물이며 바닷물이 돌멩이를 몽글몽글 가다듬어 주듯, 숱한 사람들 손길하고 입을 거치면서 거듭나요. ‘켸켸묵다’에서 ‘켸’는 ‘켜’이고, 낟알을 감싼 ‘겨’랑 맞물리며, ‘겉’으로 이으며, ‘거죽·가죽’에 ‘살갗’으로도 잇습니다. ‘켜·겨’는 ‘겹’이나 ‘거듭’하고도 잇기에, 이 모든 낱말을 한묶음으로 놓고서 바라보아야 비로소 뜻풀이를 슬기로이 합니다. 모든 뜻풀이는 낱말 하나씩 하되, 모둠으로 살피면서 다 다르고 비슷한 결을 가르는 셈입니다. 하나를 보기에 하나를 알기도 하지만, 하나만 보다가 정작 이 하나조차 놓치거나 잃기 일쑤입니다. 낱말을 다루고 낱말책을 엮자면 모둠살림을 보아야 하니 이른바 ‘정치·사회·경제·문화·종교·교육·체육’에 ‘왼쪽·가운데·오른쪽’도 샅샅이 보아야 해요. 쓰는 자리에 따라 결이 바뀌는 말일 뿐, 누구나 모든 낱말을 마음껏 쓰거든요. 우리 삶에서 대수로운 곳은 우두머리(대통령)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두머리는 살피되 그이 이름은 몰라도 되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며 사랑하는 길을 가듯 낱말을 차곡차곡 여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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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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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24 이름값 이야기꽃



  글은 이름값으로 쓰지 않습니다. 글은 언제나 이야기꽃으로 씁니다. 누가 쓴 글이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었느냐가 대수롭습니다. 이 글을 어디에 실었느냐도 대단하지 않아요. 이 글이 무슨 이야기를 짚느냐를 눈여겨볼 노릇입니다. ‘마을사람 아닌 구경꾼’ 눈이라면 마을 이야기가 아닌 뜬금없는 글이 될 테지요. ‘마을책집으로 책을 장만하러 나들이를 하지 않은’ 몸짓이라면 오늘날 마을마다 새롭게 여는 조촐한 책집이 어떤 몫을 하는가를 못 헤아리는 글이 될 테고요. 이제는 아저씨 아줌마에 어린이 할머니 할아버지 누구나 글을 쓰는 터전입니다만, 아직 숱한 책은 ‘교사·교수·작가·예술가·학자’란 이름을 내건 사람들이 쏟아냅니다. 그러나 “‘교사·교수·작가·예술가·학자’란 이름을 모두 내려놓고서 ‘살림꾼’이 되어 ‘소꿉놀이’를 ‘숲’에서 하는 아이”라는 마음이어야 비로소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글을 쓴다고 느껴요. 아이는 늘 아이로서 글을 쓸 뿐입니다. 아이는 이름값을 따지거나 내세우지 않습니다. 말밭지기(국어학자)라서 낱말책을 쓰지 않습니다. ‘학자’란 이름을 떼고 ‘삶에서 말을 배워서 나누는 마음과 눈빛’일 적에 비로소 낱말책다운 낱말책을 쓸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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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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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3 서울말



  서울에서 살면 서울말을 씁니다. 서울말을 쓸 적에는 서울이란 고장에 따라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나눠요. 시골에서 살아 시골말을 씁니다. 시골말을 쓸 적에는 시골이란 터전을 살펴서 헤아리고 맞이하고 지으면서 나눠요. 서울은 높지도 낮지도 않습니다. 시골은 낮지도 높지도 않습니다. 삶빛이 달라 말빛이 다르고, 숨빛이 새로워 글빛이 새삼스러울 뿐입니다. 서울사람은 서울이란 고장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보아야 서울말과 서울글과 서울책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높이기·낮추기’가 모두 아닌, 오롯이 ‘사랑’입니다. 나라말(국가표준어)이 아닌 마을말을 바라보기로 해요. 틀말(계급언어)이 아닌 살림말을 가꾸기로 해요. 오늘날은 서울이 잿빛집으로 가득하지만, 워낙 서울도 푸른숲으로 아름다우면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어우러진 고장이었습니다. 집이 가득하고 부릉부릉 찻길이 넘치는 오늘날 모습이 아닌, 풀꽃나무가 그윽하면서 생각도 이야기도 살림살이도 넉넉히 나누던 사랑어린 서울빛을 그려서 서울말로 담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는 비닐하고 풀죽임물(농약)하고 틀(기계)이 아닌, 아이들이 신나게 맨발로 뛰놀고 나무를 타는 싱그러운 놀이빛을 그려서 시골말로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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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2 말밑



  나무는 밑이 든든하기에 줄기를 튼튼히 올립니다. 집은 밑이 단단하기에 기둥을 탄탄히 세워 지붕을 올립니다. 사람은 마음이며 몸을 이루는 밑바탕을 어질면서 참하게 가꾸기에 삶을 즐겁게 일구면서 사랑을 곱게 펴고 누립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밑뿌리가 있습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바닥 없는 집이 없고, 마음 없는 사람이 없듯, 밑이 없는 말은 없어요. 먼 옛날부터 수수한 어버이는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수수한 보금자리에서 수수하게 태어나는 아이들한테 수수하게 말을 들려주면서 삶을 스스로 깨닫도록 북돋았습니다. 수수한 어버이가 살림을 지으면서 쓰던 모든 말은 숲에서 수수하게 태어났어요. 숱한 말은 수수한 눈빛으로 스스로 빚거나 엮은 삶노래라 할 만합니다. 말밑읽기란, 말밑을 이루는 삶·살림이 숲에서 깨어난 사랑으로 어떻게 노래를 이루는가를 헤아리는 길입니다. 말밑을 읽기에 말뜻을 제대로 알아차려요. 말밑을 모르기에 말뜻을 엉뚱히 넘겨짚어요. 말밑을 찾고 살피기에 말결을 곰곰이 짚으면서 말빛을 드러내지요. 말밑을 생각하며 돌보기에 “오늘을 이야기로 짓는 수수께끼를 누구나 스스로 찾아나서는 놀이요 노래인 삶을 즐거이 사랑하며 일으키는 숨결을 밝히고 빛내는 하루”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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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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