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24 이름값 이야기꽃



  글은 이름값으로 쓰지 않습니다. 글은 언제나 이야기꽃으로 씁니다. 누가 쓴 글이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었느냐가 대수롭습니다. 이 글을 어디에 실었느냐도 대단하지 않아요. 이 글이 무슨 이야기를 짚느냐를 눈여겨볼 노릇입니다. ‘마을사람 아닌 구경꾼’ 눈이라면 마을 이야기가 아닌 뜬금없는 글이 될 테지요. ‘마을책집으로 책을 장만하러 나들이를 하지 않은’ 몸짓이라면 오늘날 마을마다 새롭게 여는 조촐한 책집이 어떤 몫을 하는가를 못 헤아리는 글이 될 테고요. 이제는 아저씨 아줌마에 어린이 할머니 할아버지 누구나 글을 쓰는 터전입니다만, 아직 숱한 책은 ‘교사·교수·작가·예술가·학자’란 이름을 내건 사람들이 쏟아냅니다. 그러나 “‘교사·교수·작가·예술가·학자’란 이름을 모두 내려놓고서 ‘살림꾼’이 되어 ‘소꿉놀이’를 ‘숲’에서 하는 아이”라는 마음이어야 비로소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글을 쓴다고 느껴요. 아이는 늘 아이로서 글을 쓸 뿐입니다. 아이는 이름값을 따지거나 내세우지 않습니다. 말밭지기(국어학자)라서 낱말책을 쓰지 않습니다. ‘학자’란 이름을 떼고 ‘삶에서 말을 배워서 나누는 마음과 눈빛’일 적에 비로소 낱말책다운 낱말책을 쓸 만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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