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3 서울말



  서울에서 살면 서울말을 씁니다. 서울말을 쓸 적에는 서울이란 고장에 따라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나눠요. 시골에서 살아 시골말을 씁니다. 시골말을 쓸 적에는 시골이란 터전을 살펴서 헤아리고 맞이하고 지으면서 나눠요. 서울은 높지도 낮지도 않습니다. 시골은 낮지도 높지도 않습니다. 삶빛이 달라 말빛이 다르고, 숨빛이 새로워 글빛이 새삼스러울 뿐입니다. 서울사람은 서울이란 고장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보아야 서울말과 서울글과 서울책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높이기·낮추기’가 모두 아닌, 오롯이 ‘사랑’입니다. 나라말(국가표준어)이 아닌 마을말을 바라보기로 해요. 틀말(계급언어)이 아닌 살림말을 가꾸기로 해요. 오늘날은 서울이 잿빛집으로 가득하지만, 워낙 서울도 푸른숲으로 아름다우면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어우러진 고장이었습니다. 집이 가득하고 부릉부릉 찻길이 넘치는 오늘날 모습이 아닌, 풀꽃나무가 그윽하면서 생각도 이야기도 살림살이도 넉넉히 나누던 사랑어린 서울빛을 그려서 서울말로 담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는 비닐하고 풀죽임물(농약)하고 틀(기계)이 아닌, 아이들이 신나게 맨발로 뛰놀고 나무를 타는 싱그러운 놀이빛을 그려서 시골말로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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