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25 눈길
오늘날은 ‘케케묵다’로 쓰지만 오래도록 ‘켸켸묵다’ 꼴이었어요. 낱말은 돌멩이처럼 꼴을 바꿉니다. 냇물이며 바닷물이 돌멩이를 몽글몽글 가다듬어 주듯, 숱한 사람들 손길하고 입을 거치면서 거듭나요. ‘켸켸묵다’에서 ‘켸’는 ‘켜’이고, 낟알을 감싼 ‘겨’랑 맞물리며, ‘겉’으로 이으며, ‘거죽·가죽’에 ‘살갗’으로도 잇습니다. ‘켜·겨’는 ‘겹’이나 ‘거듭’하고도 잇기에, 이 모든 낱말을 한묶음으로 놓고서 바라보아야 비로소 뜻풀이를 슬기로이 합니다. 모든 뜻풀이는 낱말 하나씩 하되, 모둠으로 살피면서 다 다르고 비슷한 결을 가르는 셈입니다. 하나를 보기에 하나를 알기도 하지만, 하나만 보다가 정작 이 하나조차 놓치거나 잃기 일쑤입니다. 낱말을 다루고 낱말책을 엮자면 모둠살림을 보아야 하니 이른바 ‘정치·사회·경제·문화·종교·교육·체육’에 ‘왼쪽·가운데·오른쪽’도 샅샅이 보아야 해요. 쓰는 자리에 따라 결이 바뀌는 말일 뿐, 누구나 모든 낱말을 마음껏 쓰거든요. 우리 삶에서 대수로운 곳은 우두머리(대통령)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두머리는 살피되 그이 이름은 몰라도 되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며 사랑하는 길을 가듯 낱말을 차곡차곡 여밉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