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생각 5. 함께 탄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다니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다만,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한동안 기운을 되찾느라 살짝 처져요. 요즈음 곰곰이 생각을 기울입니다. 우리 집 일곱 살 사름벼리(2014년)는 곧 한 살을 더 먹습니다. 요즈음 들어 부쩍 많이 컸다고 느껴요. 올해까지는 샛자전거에 앉아서 다니는 데에 더욱 익숙하도록 하고, 이듬해부터 따로 자전거를 타 보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이듬해에 우리 집에 셋째가 찾아오면, 셋째는 세 해 뒤부터 자전거수레에 앉을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첫째 사름벼리는 따로 제 자전거를 탈 무렵에 셋째는 수레에 앉을 수 있을 테며, 그무렵에 둘째 산들보라는 샛자전거로 자리를 옮기리라 봅니다.


  첫째인 사름벼리가 혼자서 따로 자전거를 타도록 조금 더 빨리 이끌 수 있습니다만, 샛자전거에서 느긋하게 바람을 즐기도록 하고 싶어서 살짝 미루었습니다. 굳이 서둘러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두발자전거를 더 빨리 탈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두발자전거를 탈 때란, 아이 몸이 알맞게 자라고 팔다리에 힘이 제대로 붙은 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일곱 살 아이가 다리힘이 제법 붙기는 했지만, 새끼바퀴를 붙인 두발자전거를 혼자 멀리 몰고 다닐 만한 힘까지는 좀 멀었습니다. 힘이 제대로 붙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면 다리가 아프기 마련이에요. 이러다가는 그만 다리가 휘지요. 왜냐하면, 다리힘이 제대로 붙지 않은 채 발판을 구르려면 ‘힘이 많이 들’기 마련이라, 억지로 발판을 구르려 할 테니, 이러다가 다리가 휩니다. 때로는 무릎과 발목이 엇나갑니다. 제대로 발판을 구를 만큼 힘이 붙은 뒤에라야 두발자전거를 타도록 해야지 싶어요. 새끼바퀴는 함부로 떼어서는 안 됩니다. ‘새끼바퀴 붙인 두발자전거’로 꽤 오래, 이를테면 몇 해쯤 탔다 하더라도 다리힘이 어느 만큼 되는가를 살펴서 새끼바퀴를 떼거나 두어야 합니다.


  함께 타는 자전거입니다. 아이들이 어른 빠르기에 맞추어 달리는 자전거가 아닌, 어른들이 아이 빠르기에 맞추어 달리는 자전거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제법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자전거를 달릴 수 있으면 됩니다. 어른들도 아이 곁에서 아이가 달리는 빠르기에 맞추어 ‘천천히 달리기’를 몸에 익혀야지요. 천천히 달리기를 할 수 있을 때에 제대로 달립니다. 천천히 달리기를 할 수 있어야 둘레를 잘 살핍니다. 천천히 달리기를 할 수 있어야 자전거를 타면서 내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건사합니다. 4347.10.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 생각 4. 걷는 사람 살피기



  아이한테 자전거를 가르치려면 어버이가 옆에서 어버이가 함께 타면 됩니다. 아이만 혼자 타도록 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함께 타요. 어버이가 아직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면, 이참에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배우면 되지요.


  어버이 스스로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알아야 아이한테도 자전거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자전거로 달리며 누리는 바람맛을 알아야 아이한테도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자전거를 달리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이웃을 살피면서 차근차근 자전거를 달리도록 하자면, 어버이와 아이가 모두 자전거를 잘 알아야 합니다. 아니,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삶과 넋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니, 어버이부터 먼저 삶과 넋을 아름답게 추스를 수 있어야겠지요.


  자전거를 처음 익혀서 탈 적에는 자전거에 몸을 맞추면 안 됩니다. 언제나 내 몸에 자전거를 맞추어야 합니다. ‘좋은’ 자전거를 얻었기에 자전거를 타도록 하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탈 만한 까닭’이 있을 때에 자전거를 탑니다.


  여느 때에는 두 다리로 즐겁게 다니다가, 때때로 자전거로 조금 더 멀리 마실을 다니는 즐거움을 누리려는 뜻에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더 빨리 달리려는 뜻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남보다 더 빨리 달리도록 하려고 자전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탈 적에는 ‘내 자전거’보다 ‘걷는 사람’을 먼저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자전거가 싱싱 달리니까, ‘걷는 사람’이 나한테 길을 열어 주어야 하지 않아요. 갑작스레 맞닥뜨리는 내리막길이라면, 이때에는 ‘걷는 사람’이 길을 내주는 쪽이 낫다고 할 만해요. 왜냐하면,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서기는 좀 어렵거든요. 내리막길에서 섣불리 자전거를 세우다가는 앞으로 한 바퀴 구를 수 있어요. 그리고, 자전거는 내리막길에서 함부로 빨리 달리면 안 됩니다. 둘레에 아무도 없는 내리막길이라면 빨리 내리꽂는 바람을 가를 수 있겠지만, 도심지나 골목처럼 사람들이 늘 오가는 데에서는 자전거가 함부로 빨리 달리면 안 돼요. 빠르기를 알맞게 늦추어 내려와야 합니다.


  ‘걷는 사람’이 ‘내 자전거’한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면, 이는 폭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으레 ‘걷는 사람’한테 이렇게 하지요? 자전거마저 폭력이 된다면 내 이웃과 동무는 길에서 걸어다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전거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자전거를 맞추라고 이야기합니다. ‘빠르기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자전거로 마실을 다니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 생각 3. 몸에 맞는 자전거



  자전거를 탈 적에는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야 합니다. 더없이 마땅한 말이기는 한데, 몸에 안 맞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누가 선물로 주었다든지, 경품으로 자전거를 받았다든지, 아이가 나중에 자랄 몸을 생각해서 되게 큰 자전거를 받는다든지, 이런저런 때에 몸에 안 맞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퍽 많습니다.


  옷이라면 소매를 접어서 입겠지요. 그런데, 발보다 큰 신은 꿰기 어렵습니다. 커다란 신을 어떻게 신고 다닐까요. 발보다 작은 신도 꿰기 힘듭니다. 작은 신을 어떻게 신고 다닐까요.


  내 몸보다 작은 자전거를 타면 몸도 자전거도 힘듭니다. 내 몸보다 작은 자전거를 자꾸 타면 무릎이 아프고 등허리를 굽혀야 하며 팔이 늘 저리기 마련입니다. 목도 아플 테지요.


  내 몸보다 큰 자전거를 타면 몸이 고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발이 닿지 않는 커다란 자전거를 탑니다. 안장에 앉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버이는 왜 이 아이한테 ‘몸에 맞는 자전거’를 장만해 주지 못할까요? 자전거 한 대 장만하는 값이 비쌀까요? 어차피 몸이 클 테니, 몇 해쯤 ‘큰 자전거’를 타도록 해야 돈을 아낄까요?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돈이 아깝다면, 아이한테 큰 신을 신겨 보셔요. 몇 해쯤 큰 신을 신겨 보셔요. 자, 몇 해쯤 큰 신을 신기면 어찌 될까요? 아이가 발이 자라면 ‘큰 신’이 어느덧 발에 맞을까요? 아마 맞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큰 신을 몇 해쯤 신으면 신도 닳아서 더 못 신어요. 처음부터 발에 잘 맞는 신을 신도록 했으면, 신이 낡거나 닳을 때까지 즐겁게 신습니다.


  자전거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그러나,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도록 하는 일은 ‘돈을 버리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가 ‘몸에 맞는 자전거’를 몇 해 즐겁게 탄 뒤, 몸이 자라고 나면, ‘몸에 작은 자전거’는 자전거집에 팔면 됩니다. 이웃한테 선물하면 됩니다. 집이 넓거나 광이 큼지막하다면, ‘작은 자전거’를 곱게 모셨다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녁 아이를 낳을 적에 물려주어도 됩니다.


  자전거를 처음 탄다면, 인터넷에서 자전거를 골라서 장만하기보다는 자전거집에 찾아가서 ‘내 몸에 맞는 크기’를 고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자전거를 골라서 장만한다면, ‘자전거 크기에 따라 어떤 몸(키)일 때에 타야 하는가’ 하는 도표를 먼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4347.7.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 생각 2. 건널목에서



  건널목에서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린 뒤 두 다리로 거닐면서 자전거를 끌어야 합니다.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탄 채 달리면 ‘교통법 위반’입니다. 오토바이도 그렇지요. 오토바이도 건널목을 달리면서 건널 수 없습니다. 이렇게 건너면 안 되지요.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어요. 오토바이뿐 아니라 자전거도 건널목에서는 반드시 끌면서 지나가야 합니다. 더 따지고 보면, 오토바이는 건널목으로 지나가면 안 돼요. 오토바이는 교통신호에 맞추어 찻길로 지나가야 합니다.


  오토바이가 건널목을 부릉부릉 달리며 지나갈 적에 붙잡아 딱지를 먹이는 경찰은 못 봅니다. 자전거가 건널목을 씽 달리며 지나가려 할 적에 멈춰 세워서 딱지를 먹인다든지 으름장을 놓는 경찰도 못 봅니다.


  어른인 나도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마주치면 움찔합니다. 아이들은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마주치면 깜짝 놀라 얼어붙어 그 자리에 우뚝 섭니다. 건널목에서 함부로 자전거를 싱 달리며 건너는 짓은 대단히 아슬아슬해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건널목을 건너야겠으면 자전거에서 내리셔요. 자전거에서 반드시 내려야 합니다.


  저도 철이 들기 앞서까지는 이렇게 해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건널목에서 그냥 자전거를 탄 채 건너기 일쑤였어요. 둘레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철이 들고 나서 혼자 이럭저럭 ‘교통 법규’와 ‘자전거 교통법’을 살피면서 뒤늦게 알았어요.


  생각해 보면,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타는 짓은 참 우악스럽습니다. 굳이 교통 법규나 자전거 교통법을 익힌 뒤에 깨달을 일이 아닙니다. 핑계일 뿐입니다. 사람이라면, 어른이라면, 이런 대목은 스스로 몸으로 알아야 합니다. 나도 참 철부지였으니 스물대여섯 살이 넘도록 바보스럽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건너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찻길로 달려야지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으면서 길을 건너고 싶다면 그저 찻길로만 달려야지요. 건널목으로 넘어오면 안 됩니다. 건널목은 오직 ‘걷는 사람’ 자리입니다. 걷는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섣불리 자전거로 올라와서는 안 됩니다. ‘자전거 다니는 길’에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올라오면 어떻겠어요? 끔찍하겠지요. 사람이 걷는 길에 자전거가 올라오면 어떠할까요? 어른도 아이도 모두 고단합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 생각 1. 안장 높이



  내가 처음 두발자전거를 타던 때를 떠올려 봅니다. 그때 참 많이 넘어지거나 부딪혔습니다. 어떻게 넘어졌느냐 하면 꽈당 하고 넘어지고, 와장창 하면서 부딪혔습니다.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도시인 인천이니 흙바닥 아닌 아스팔트바닥입니다. 이런 길바닥에서 처음으로 두발자전거를 달리며 무릎과 정강이가 길게 긁히거나 찢겼습니다. 전봇대나 가로등에 아주 세게 부딪혔습니다. 머리통이 깨지는 줄 알았고, 자전거가 부서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다리를 절며 자전거를 타려 했습니다.


  나한테 안장 높이를 알려준 어른이나 동무는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있었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몸이 작던 우리들은 어른들처럼 ‘높은 자전거’를 타고 싶었습니다. 발이 안 닿아도 안장을 높이 올리고 싶었습니다.


  안장을 허리보다 살짝 낮은 자리에 맞추어야 하는 줄 알려준 어른은 왜 없었을까요. 엉덩이보다 안장이 높아야 하는 줄 가르친 어른은 왜 없었을까요. 자전거에 올라타서 발판을 구를 적에 무릎이 안장 위로 올라오면 안 되는 줄 살핀 어른은 왜 없었을까요.


  발판을 구르는 무릎은 안장보다 낮은 데에서 가볍게 맴돌아야 합니다. 발판은 앞꿈치로 가볍게 구르면서, 발판이 한 바퀴를 돌 적에 앞꿈치에 살짝 힘을 주며 끌어당기듯이 하고, 다른 발로는 앞꿈치로 가볍게 누르듯이 발판을 밟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전거가 안 흔들리고 곧게 나아갑니다. 무릎과 발목도 아프지 않습니다.


  안장 높이를 제대로 맞추어야 등허리를 곧게 폅니다. 빨리 달리려는 ‘사이클’은 등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면서 타지요. 그러나, ‘사이클’이라는 자전거가 아니라면 등허리를 곧게 펴면서 타야 합니다. ‘산 타는 자전거(멧자전거)’도 등허리를 곧게 펴면서 타기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여느 마을에서 가볍게 타면서 다니는 자전거라면 모두 등허리를 곧게 펴면서 탑니다. 팔은 손잡이까지 곧게 뻗습니다. 손목은 아래로 처지지 않게 팔 흐름에 따라 곧게 폅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자전거를 한두 차례 장만해 주지 싶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제대로 모르는 채 장만해 줄 뿐 아니라, 안장 높이를 아이가 스스로 알맞게 맞추도록 가르치지 못할 뿐더러, 어버이(어른) 스스로 아이 자전거 안장을 맞추어 주지도 못합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안장 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무릎이 힘들어 얼마 못 타거나 외려 다리가 아프고 몸이 결리기 마련입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 생각)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07-12 07:28   좋아요 0 | URL
안장 높이가 이래야 하는군요. 언젠가 자전거를 타다가 자꾸만 안장이 내려 앉아 혼난적이 있었어요. ㅎㅎ
앞으로 '자전거 생각'을 열심히 읽으며 자전거에 대해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숲노래 2014-07-12 07:37   좋아요 0 | URL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에 나오는 안장은
'최소 높이'입니다 ^^

이 그림에서 안장은 살짝 낮은데,
아이가 일곱 살이라 이만큼으로 했구나 싶은데,
팔을 저렇게 곧게 뻗고
손목도 팔흐름에 따라
이렇게 되면서
등허리를 반듯하게 펴야
자전거를 타는 '가장 바른 매무새'예요.

이렇게 하면 자전거를 오래 타도
몸이 힘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