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파문 波紋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 조용한 물결이 일었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다 → 엄청난 물결을 몰고 오다

 파문이 확산되다 → 물결이 퍼지다

 파문에 휩싸여 → 물결에 휩싸여

 회사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 회사에 큰 물결을 일으켰다


  ‘파문(波紋)’은 “1. 수면에 이는 물결 2. 물결 모양의 무늬 3. 어떤 일이 다른 데에 미치는 영향”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은 “≒ 파륜(波輪)”처럼 비슷한말을 싣지만 ‘파륜’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수면에 이는 물결”이라는 뜻풀이는 얼마나 올바를까요?


  ‘수면(水面)’은 “물의 겉면”을 가리키고, ‘물결’은 “물이 움직여 그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운동”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물이 움직여서 물 겉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물결’이라 하며, 이는 바로 ‘파문’이니, 한국말사전에서 “수면(물 겉에) 이는 물결”처럼 뜻풀이를 달면 겹말이 됩니다.


  그리고 한국말사전에 실은 보기글 가운데 “잔잔한 물결이 불빛에 차랑차랑 파문을 그려 나간다”가 있는데, ‘물결’이 불빛에 ‘파문’을 그린다는 말은 말이 될 수 없어요. 물결이 불빛을 받아서 물결을 그린다는 꼴이니까요. 2016.7.22.쇠.ㅅㄴㄹ



잔잔한 마음에 파문이 일어난다

→ 잔잔한 마음에 물결이 일어난다

→ 잔잔한 마음에 너울이 일어난다

《노동자 글모음-비바람속에 피어난 꽃》(청년사,1980) 203쪽


일본 사회를 향해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 일본 사회에 크게 물결을 일으켰다

→ 일본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혼다 야쓰하루/강무홍·박정선 옮김-김희로, 나의 전쟁》(춘추원,1991) 옮긴이 말


성공을 거둔 책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 성공을 거둔 책이 일으킨 물결은 차츰 퍼져나갔다

→ 성공을 거둔 책이 내는 물결은 잇달아 퍼져나갔다

→ 성공을 거둔 책은 더욱 크게 물결을 일으켰다

《존 맨/남경태 옮김-구텐베르크 혁명》(예·지,2003) 15쪽


산사에서 내려온 저녁 종소리가 파문을 일으킬 때

→ 산사에서 내려온 저녁 종소리가 물결을 일으킬 때

→ 멧절에서 내려온 저녁 종소리가 내 마음을 흔들 때

《김선향-여자의 정면》(실천문학사,2016) 8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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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생면부지의


 생면부지의 부랑자에게 → 낯선 떠돌이한테

 생면부지의 분들과 함께 하는 → 처음 보는 분들과 함께 하는

 생면부지의 아저씨 → 낯선 아저씨 / 처음 만나는 아저씨

 생면부지의 여동생 → 낯선 여동생 / 서로 본 적 없는 여동생


  ‘생면부지(生面不知)’는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생면부지’에서 ‘생면(生面)’은 “처음으로 대함. 또는 그런 얼굴”을 뜻하고, ‘부지(不知)’는 “알지 못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처음 봐서 알지 못하는 얼굴”을 가리키고, 이는 “낯선 얼굴”이에요. 굳이 한자말을 빌어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 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나 “본 적 없는 얼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6.7.21.나무.ㅅㄴㄹ



서로 생면부지의 운전사들이 애써 손신호나 헤들라이트로

→ 서로 처음 보는 운전사들이 애써 손신호나 앞등으로

→ 서로 본 적 없는 운전사들이 애써 손신호나 앞등으로

→ 서로 낯선 운전사들이 애써 손신호나 앞등으로

→ 서로 모르는 운전사들이 애써 손신호나 앞등으로

《김형국-하면 안 된다》(지식산업사,1986) 70쪽


생면부지의 인간들은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늘었지만

→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힐 만큼 늘었지만

→ 낯선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힐 만큼 늘었지만

→ 얼굴 모르는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힐 만큼 늘었지만

《박병상-우리 동물 이야기》(북갤럽,2002) 195쪽


생면부지의 두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아 있었다

→ 낯선 두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았다

→ 처음 보는 두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았다

→ 서로 만난 적 없는 두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았다

→ 알지 못하는 두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았다

《김선향-여자의 정면》(실천문학사,2016) 8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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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횡행 橫行


 각지에서 도적이 횡행하였다 → 곳곳에서 도적이 들끓었다

 폭력이 횡행하다 → 폭력이 판치다 / 폭력이 넘치다

 불법이 횡행한다 → 불법이 판친다 / 불법이 넘친다

 사기 광고가 횡행한다 → 속임수 광고가 판친다 / 거짓 광고가 물결친다


  ‘횡행(橫行)’은 “1. 모로 감 2. 아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행동함”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첫째 뜻으로 쓰는 일은 드물고, 둘째 뜻은 ‘들끓다’나 ‘판치다’나 ‘넘치다’로 손볼 만합니다. ‘물결치다’나 ‘잇달다’나 ‘퍼지다’로 손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벌어지다’나 ‘일어나다’나 ‘불거지다’로 손볼 수 있고, “-기 일쑤이다”나 “-기 마련이다”나 “-곤 한다”처럼 말끝을 살짝살짝 다르게 적어 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비슷한말이라며 ‘방행(方行)’을 싣는데, 이 낱말은 “1. 널리 미침 2. 제멋대로 행동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널리 미치다”나 “제멋대로 굴다”로도 손볼 수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한자말 ‘횡행’을 넣어 “행위가 횡행한다”처럼 쓸 적에는 어떤 뜻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제멋대로 행동한다”를 가리키는 ‘횡행’이라는데, “행위가 횡행한다”고 한다면 “어떤 행동(행위)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꼴이 되고 맙니다. 2016.7.21.나무.ㅅㄴㄹ



백인 우월론자 집단에 의한 암살은 오랫동안 미국에 횡행되어 왔는데

→ 백인 우월론자 집단이 저지르는 암살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퍼졌는데

→ 백인 우월론자 쪽에서 저지르는 암살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불거졌는데

《존 헨릭 클라크/김영일 옮김-말콤X와 검은 혁명》(일월서각,1982) 534쪽


그리고 들개가 횡행하여 자신들의 신변이 위험해지면 퇴치에 나설 것이다

→ 그리고 들개가 떠돌며 저희 둘레가 위험해지면 죽이려 나설 것이다

→ 그리고 들개가 돌아다니며 저희 삶터가 위험해지면 죽이려 나서리라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숨겨진 풍경》(달팽이,2010) 137쪽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행위가 횡행한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짓이 판친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짓이 넘친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기 일쑤이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기 마련이다

《마루야마 겐지/이영희 옮김-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바다출판사,2015) 102쪽


기억조작 프로그램이 횡행하고 있어

→ 기억조작 프로그램이 판쳐

→ 기억을 바꾸는 프로그램이 떠돌아

→ 기억을 바꾸는 풀그림이 자꾸 퍼져

《다카하시 겐이치로/박정임 옮김-은하철도 저 너머에》(너머,2016) 3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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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단언 斷言


 단언을 내리다 → 딱 잘라 말하다

 미래의 일을 단언하다 → 앞일을 딱 잘라 말하다

 단언하건대 → 딱 잘라 말하건대

 지나치게 자신 있게 단언하는 사람은 → 지나치게 힘주어 말하는 사람은

 자기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단언했다 →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 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를 단언하기는 → 어느 쪽이 옳은지를 잘라 말하기는

 그만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 그만한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단언(斷言)’은 “주저하지 아니하고 딱 잘라 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딱 잘라 말함”처럼 쓰면 되고, “힘주어 말함”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그냥 ‘말하다’라고만 써도 될 텐데, ‘잘라말하다’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도 즐겁습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단언(端言)’을 “= 정언(正言)”으로 풀이하면서 싣는데, ‘정언’은 “도리에 어긋나지 아니한 바른말을 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면 ‘단언·정언’을 굳이 쓰기보다 ‘바른말’을 쓰면 됩니다. 2016.7.21.나무.ㅅㄴㄹ



그렇지만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 그렇지만 마무리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어

→ 그렇지만 끝이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어

《고미카와 쥰페이/맹사빈 옮김-인간조건 1》(양우당,1982) 82쪽


무지막지한 인간의 행동도 모두 자연의 섭리라고 단언했다

→ 사람이 그악스레 하는 짓도 모두 자연 섭리라고 잘라 말했다

→ 그악스러운 우리 몸짓도 모두 자연 섭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히로세 다카시/이규원 옮김-제1권력》(프로메테우스 출판사,2010) 99쪽


작품에 작가 자신의 독창성이 없으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단언한다

→ 작품에 작가다운 독창성이 없으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잘라 말한다

→ 작품에 작가다운 숨결이 없으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힘주어 말한다

→ 작품에 작가 목소리가 오롯이 없으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밝힌다

《이주영-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보리,2011) 143쪽


방사능과 관련 없다고 단언하고서

→ 방사능과 얽히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고서

→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고 뚝 끊고서

→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고 딱 자르고서

《오에 겐자부로/이애숙 옮김-오키나와 노트》(삼천리,2012) 48쪽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 어떤 뜻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어

→ 어떤 뜻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똑똑히 말할 수 있어

→ 어떤 뜻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단단히 밝힐 수 있어

《다카하시 겐이치로/박정임 옮김-은하철도 저 너머에》(너머,2016) 3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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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양 兩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았다 →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았다

 양 집안의 반대로 → 두 집이 반대하여

 양 무릎 안에 얼굴을 파묻고 →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양(兩)’은 “‘둘’ 또는 ‘두 쪽 모두’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 뜻처럼 ‘둘’이나 ‘두’라는 낱말을 알맞게 살펴서 손보면 될 테지요. 2016.7.21.나무.ㅅㄴㄹ



국내와 해외 양쪽에서

→ 국내와 국외 모두에서

→ 나라안과 나라밖 모두에서

→ 나라 안팎 모두에서

《스탠리 언윈/한영탁 옮김-출판의 진실》(보성사,1984) 252쪽


도서거래업의 양쪽, 즉 출판업과 도서판매업 사이의 협력을 위해서

→ 도서거래업에서 두 가지, 곧 출판업과 도서판매업이 서로 돕자면

→ 도서거래업에서 두 갈래, 곧 출판업과 도서판매업이 서로 도우려면

《스탠리 언윈/한영탁 옮김-출판의 진실》(보성사,1984) 252쪽


미국인들을 양분시켰다

→ 미국사람들을 둘로 쪼갰다

→ 미국사람들을 둘로 갈랐다

《바바라 호버맨 레바인/박윤정 옮김-병을 부르는 말, 건강을 부르는 말》(샨티,2004) 202쪽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 두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조반니 모스카/김효정 옮김-추억의 학교》(우리교육,2004) 171쪽


황금가마우지처럼 양팔을 벌리고 달리면서

→ 황금가마우지처럼 두 팔을 벌리고 달리면서

《베아트리스 퐁타넬/김영신 옮김-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큰북작은북,2006) 3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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