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408 : 가끔씩



가끔씩

→ 가끔


가끔 :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

-씩 : ‘그 수량이나 크기로 나뉘거나 되풀이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가끔 + 씩’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가끔’이라는 낱말은 어떤 일이 “얼마쯤씩 떨어진 채 이어지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씩’이라는 뒷가지를 다른 낱말에 붙일 적에도 이러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비가 가끔 내리네”라든지 “비가 조금씩 내리네”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가끔씩 비 오는 날”이라든지 “가끔씩 웃는다”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가끔’만 써야 하는데, ‘가끔’하고 비슷한 ‘더러·어쩌다·문득’을 넣어 보면 ‘-씩’을 붙일 수 없는 줄 알아챌 만합니다. ‘더러씩·어쩌다씩·문득씩’처럼 얄궂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2016.7.13.물.ㅅㄴㄹ



가끔씩 안부 전하듯 찾아오는 감기처럼

→ 가끔 안부 알리듯 찾아오는 감기처럼

→ 더러 안부 알리듯 찾아오는 감기처럼

→ 어쩌다 안부 알리듯 찾아오는 감기처럼

《김희업-비의 목록》(창비,2014) 2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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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탕진 蕩盡


 가산 탕진 → 집 재산 날림 / 집살림 모두 써 버림

 국고 탕진 → 국고 날림 / 나랏돈 다 써 버림

 재산이 탕진되었다 → 재산이 날렸다 / 재산이 다 없어졌다

 기력이 탕진되다 → 기운이 없어졌다 / 기운이 사라졌다 / 기운이 빠졌다

 거액을 탕진하다 → 큰돈을 잃다 / 큰돈을 날리다 / 큰돈을 다 쓰다

 힘과 시간을 탕진했다 → 힘과 시간을 다 썼다 / 힘과 시간을 날렸다


  ‘탕진(蕩盡)’은 “1.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앰 2. 시간, 힘, 정열 따위를 헛되이 다 써 버림”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탕패·판탕·탕갈” 같은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탕패(蕩敗)’와 ‘판탕(板蕩)’은 “= 탕진”으로 풀이하고, ‘탕갈(蕩竭)’은 “재물이 남김없이 다 없어짐”으로 풀이해요. 그런데 ‘탕패·판탕·탕갈’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이런 한자말은 쓸모가 없다고 여겨야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탕진’이라는 낱말도 ‘없애다’나 ‘다 쓰다’나 ‘없어지다’나 ‘사라지다’로 손볼 만합니다. 2016.7.13.물.ㅅㄴㄹ



노동자의 땀과 전문가의 창의성과 아이들의 미래마저 탕진한 것이다

→ 노동자 땀과 전문가 창의성과 아이들 앞날마저 다 써 버린 셈이다

→ 노동자 땀과 전문가 슬기와 아이들 앞날마저 몽땅 없앤 셈이다

→ 노동자 땀과 전문가 슬기와 아이들 앞날마저 죄다 날린 셈이다

《박노해-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느린걸음,2005) 208쪽


몇 푼의 화폐를 받는 대신 시간을 탕진했다

→ 몇 푼 돈을 받는 만큼 시간을 써 버렸다

→ 몇 푼 돈을 받느라 시간을 날려 버렸다

→ 몇 분 돈을 받는다며 시간을 버린 셈이다

《김담-그늘 속을 걷다》(텍스트,2009) 83쪽


열정의 탕진이며 열정의 상실이다

→ 열정을 다 없앴으며 열정을 잃었다

→ 마음이 사그라들며 마음을 잃었다

《강제윤-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호미,2013) 155쪽


빛을 탕진한 밤이 와

→ 빛을 다 쓴 밤이 와

→ 빛을 다 써 버린 밤이 와

《김희업-비의 목록》(창비,2014) 8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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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토로 吐露


 흉금을 토로하다 → 가슴에 품은 말을 털어놓다

 친구에게 심정을 토로하다 → 친구한테 마음을 털어놓다

 불만을 토로했다 → 불만을 털어놓다 / 아쉬움을 밝히다

 겁난다는 말을 토로하는 → 무섭다는 말을 털어놓는


  ‘토로(吐露)’는 “마음에 있는 것을 죄다 드러내어서 말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토파(吐破)”처럼 비슷한말을 싣는데, ‘토파’는 “마음에 품고 있던 사실을 다 털어 내어 말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나 ‘토파하다’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어요. “드러내어 말하다”처럼 쓸 수 있고 ‘털어놓다’나 ‘밝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2016.7.13.물.ㅅㄴㄹ



구단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 구단에 불만을 대놓고 밝힌 때도 그때부터였다

→ 구단에 아쉬움을 드러내어 말할 때도 그때부터였다

《허구연-홈런과 삼진 사이》(친구,1992) 75쪽


술과 섹스에 대한 솔직한 토로처럼

→ 술과 섹스를 놓고 꾸밈없이 하는 말처럼

→ 술과 섹스를 놓고 스스럼없이 하는 말처럼

《브루스 왓슨/이수영 옮김-사코와 반제티》(삼천리,2009) 282쪽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의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알아듣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고 했어요

→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박태희 옮김-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 82쪽


복잡한 심정 토로하네

→ 어지러운 마음 털어놓네

→ 어수선한 마음 풀어놓네

《김희업-비의 목록》(창비,2014) 20쪽


자기 나라에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 제 나라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군요

→ 제 나라에 불만스러움을 밝히더군요

→ 제 나라에 아쉬움을 털어놓더군요

《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전쟁터로 간 책들》(책과함께,2016) 22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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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7 : 각 현마다



각 현마다

→ 현마다


각(各) : 낱낱의

-마다 : ‘낱낱이 모두’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각(各)’이라는 한자를 앞에 넣고서 뒤에 ‘-마다’라는 토씨를 붙이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이런 말투를 쓰는 분들은 두 낱말을 한자리에 놓으면 겹말이 되는 줄 모릅니다. 한자말 ‘각’을 넣고 싶다면 “각 현은”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한국말 ‘-마다’를 쓰려 한다면 “현마다”처럼 쓰면 돼요. 또는 “여러 현은 저마다”라든지 “현에서는 저마다”처럼 써 볼 만합니다. 2016.7.12.불.ㅅㄴㄹ



각 현마다 경매 시장을 열고 서로 왕래도 한다

→ 현마다 경매 시장을 열고 서로 오가기도 한다

→ 여러 현은 저마다 경매 시장을 열고 서로 오가기도 한다

→ 현에서는 저마다 경매 시장을 열고 서로 오가기도 한다

《우다 도모코/김민정 옮김-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효형출판,2015) 13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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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문명의 혜택

 

문명의 혜택에서 한없이 멀어져 있는 섬, 눈앞의 오지다
→ 문명 혜택에서 끝없이 멀어진 섬, 눈앞에 있는 두메이다
→ 문명이란 혜택에서 매우 멀어진 섬, 눈앞에 있는 두메이다
→ 문명에서 가없이 멀어진 섬, 눈앞에 있는 두메이다
《박희선-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 121쪽

 

  “문명의 혜택(惠澤)”은 “문명 혜택”이나 “문명이란 혜택”으로 손볼 만하고, 이 대목에서는 ‘문명’으로만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한(限)없이 멀어져 있는”은 “끝없이 멀어진”으로 손질하고, ‘오지(奧地)’는 ‘두메’로 손질합니다.

 

독서의 치유 효과는
→ 독서로 치유하는 효과는
→ 책읽기로 마음을 달래기는
→ 책으로 마음을 다스리기는
《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전쟁터로 간 책들》(책과함께,2016) 79쪽

 

  이 글월에서는 ‘-의’를 ‘-로’로 고친 뒤, “치유 효과”를 “치유하는 효과”로 손보면 됩니다. “치유(治癒) 효과(效果)”는 “마음 달래기”나 “마음 다스리기”나 “마음을 달래는 보람”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종이를 덜 쓰는 작은 판형의 책을 출판했다
→ 종이를 덜 쓰는 작은 판형 책을 냈다
→ 종이를 덜 쓰는 작은 판으로 책을 냈다
→ 종이를 덜 쓰는 작은 책을 내놓았다
《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전쟁터로 간 책들》(책과함께,2016) 101쪽

 

  이 대목에서는 ‘-의’만 덜어도 되고, “작은 판으로”로 손보거나 “작은 책을”로 손볼 만합니다. ‘출판(出版)했다’는 ‘냈다’나 ‘내놓았다’로 손질합니다.

 

이른 봄에 먹이활동을 시작하는 여왕벌의 몸집은 크다
→ 이른 봄에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여왕벌은 몸집이 크다
→ 이른 봄에 먹이를 찾는 여왕벌은 몸집이 크다
《데이브 굴슨/이준균 옮김-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2016) 81쪽

 

  “먹이활동(-活動)을 시작(始作)하는”은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이나 “먹이를 찾는”으로 손봅니다. 이 글월에서는 토씨를 알맞게 붙이지 못한 탓에 ‘-의’가 붙었습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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