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횡행 橫行


 각지에서 도적이 횡행하였다 → 곳곳에서 도적이 들끓었다

 폭력이 횡행하다 → 폭력이 판치다 / 폭력이 넘치다

 불법이 횡행한다 → 불법이 판친다 / 불법이 넘친다

 사기 광고가 횡행한다 → 속임수 광고가 판친다 / 거짓 광고가 물결친다


  ‘횡행(橫行)’은 “1. 모로 감 2. 아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행동함”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첫째 뜻으로 쓰는 일은 드물고, 둘째 뜻은 ‘들끓다’나 ‘판치다’나 ‘넘치다’로 손볼 만합니다. ‘물결치다’나 ‘잇달다’나 ‘퍼지다’로 손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벌어지다’나 ‘일어나다’나 ‘불거지다’로 손볼 수 있고, “-기 일쑤이다”나 “-기 마련이다”나 “-곤 한다”처럼 말끝을 살짝살짝 다르게 적어 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비슷한말이라며 ‘방행(方行)’을 싣는데, 이 낱말은 “1. 널리 미침 2. 제멋대로 행동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널리 미치다”나 “제멋대로 굴다”로도 손볼 수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한자말 ‘횡행’을 넣어 “행위가 횡행한다”처럼 쓸 적에는 어떤 뜻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제멋대로 행동한다”를 가리키는 ‘횡행’이라는데, “행위가 횡행한다”고 한다면 “어떤 행동(행위)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꼴이 되고 맙니다. 2016.7.21.나무.ㅅㄴㄹ



백인 우월론자 집단에 의한 암살은 오랫동안 미국에 횡행되어 왔는데

→ 백인 우월론자 집단이 저지르는 암살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퍼졌는데

→ 백인 우월론자 쪽에서 저지르는 암살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불거졌는데

《존 헨릭 클라크/김영일 옮김-말콤X와 검은 혁명》(일월서각,1982) 534쪽


그리고 들개가 횡행하여 자신들의 신변이 위험해지면 퇴치에 나설 것이다

→ 그리고 들개가 떠돌며 저희 둘레가 위험해지면 죽이려 나설 것이다

→ 그리고 들개가 돌아다니며 저희 삶터가 위험해지면 죽이려 나서리라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숨겨진 풍경》(달팽이,2010) 137쪽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행위가 횡행한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짓이 판친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짓이 넘친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기 일쑤이다

→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기 마련이다

《마루야마 겐지/이영희 옮김-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바다출판사,2015) 102쪽


기억조작 프로그램이 횡행하고 있어

→ 기억조작 프로그램이 판쳐

→ 기억을 바꾸는 프로그램이 떠돌아

→ 기억을 바꾸는 풀그림이 자꾸 퍼져

《다카하시 겐이치로/박정임 옮김-은하철도 저 너머에》(너머,2016) 3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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