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1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 이야기를 묶어서 도서관 지킴이 이웃님한테 띄울 적마다 봉투에 손으로 주소하고 이름을 씁니다. 이렇게 한 지 어느덧 아홉 해가 됩니다. 지난 아홉 해 동안 손글씨로 주소하고 이름을 쓴 봉투를 받은 이웃님은 책꽂이 한칸을 도서관 이야기책으로 채울 만하리라 생각해요. 손으로 천천히 쓴 글씨가 깃든 봉투처럼, 우리 도서관도 천천히 자리를 잡습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글씨를 빚듯, 우리 도서관도 손으로 조금씩 가다듬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짓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저녁에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2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저녁에 낫 한 자루를 들고 두 아이를 이끌고 도서관으로 갑니다. 작은아이는 내 오른손을 잡고, 큰아이는 내 왼손을 잡습니다. 가을이 깊으며 저녁에 해가 일찍 지니, 별을 보며 걷고 싶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여 별도 달도 안 보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시골순이 시골돌이는 저녁길(또는 밤길)을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도서관이 깃든 옛 초등학교 담을 둘러싸며 억새가 자랍니다. 이 저녁에 나는 낫으로 억새를 벱니다. 가슴으로 한 아름이 될 만큼 벱니다. 이 억새를 도서관 어귀에 살살 깔아 놓습니다. 얼마 앞서까지 돌콩줄기를 훑어서 깔았는데,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꾸만 돌콩줄기가 발에 걸리더군요. 억새를 살살 깔아 놓으면 발로 디딜 적에 소리도 좋고, 발목에 걸리는 일도 없을 테지요. 저녁에 큰아이는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읽고, 작은아이는 손전등 놀이를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책 하나 1〉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1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월요일부터 도서관 이야기책을 보냅니다. 〈삶말〉 24호하고 〈숲노래〉 19호를 함께 보냅니다. 예전에는 〈삶말〉하고 〈숲노래〉를 따로 보냈으나, 이제는 함께 보내기로 합니다. 〈숲노래〉 19호는 “이 책 하나”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 책 하나”는 열 몇 해쯤 앞서부터 쓴 이름이에요. 누리신문에 책을 알리는 느낌글을 쓰면서 “이 책 하나”라고 해 보았어요. 다른 책은 둘째치더라도 “이 책 하나”는 읽어 보자는 마음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만화책, 그림책, 숲책, 시집, 사진책, 이렇게 다섯 갈래 책을 한 권씩 다루는 글을 모아서 〈숲노래〉 19호가 나왔어요. 10월 17일 월요일에는 열아홉 통을 부칩니다. 이주에는 날마다 바지런히 봉투에 주소랑 이름을 써서 신나게 도서관 이야기책을 보내겠네요. 도서관학교 풀베기는 이동안 조금만 해야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벼운 가을비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가볍게 비가 내리는 날, 가볍게 낫을 쥐고 풀을 벱니다. 처음에는 슬슬, 나중에는 차츰 힘을 붙여서, 마지막에는 신나게 낫질을 합니다. 가볍게 내리는 가을비는 시원하고, 가벼이 흩날리는 가을비는 낫날이 한결 잘 들도록 도와줍니다. 큰아이는 사다리에 앉아 얌전히 책에 사로잡히고, 작은아이는 그림책으로 탑을 쌓으며 조용히 놀이를 즐깁니다. 풀을 베고 눕히고, 비가 오고 그치고, 해가 나고 지고, 이렇게 하루하루 흐르면서 우리 도서관학교 둘레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쁘장한 모습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서두르지 않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하자고 되새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동차 장난감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1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여섯 살이 꽉꽉 차면서 곧 일곱 살로 접어들 작은아이는 요즈음 한 가지를 알아챕니다. 작은아이가 누리는 모든 장난감을 굳이 ‘우리 작은 집’에 다 펼쳐 놓지 않아도 된다는 대목을 천천히 알아채요. 그래서 “이 장난감은 도서관에 갖다 놓을래.” 같은 말을 합니다. 방이며 마루이며 온통 장난감을 다 깔아 놓아서 발을 디딜 틈이 없게 하는 일이 날마다 잇달아 “제발 걸어다닐 자리는 내어 주렴.” 하고 얘기하는데,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도 얼마든지 장난감 놀이를 할 수 있다는 대목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면 장난감이 아니어도 풀밭에서 되게 신나게 놀 수 있고, 사다리를 탄다든지 골마루를 달린다든지 새로운 놀이도 얼마든지 있다는 대목을 헤아립니다.


  책길을 걷는 이웃님 한 분한테 책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한 권 더 보낼까 하면서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세 권 네 권이 되더니 어느새 상자 하나만큼 됩니다. ‘


그 이웃님이 우리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준다고 하지도 않았잖아?’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도로 빼고 한 권만 부치려 하다가도, 어차피 부치는 선물이라면 주섬주섬 모아서 부치자는 쪽으로 생각을 굳힙니다. 선물하고도 넉넉히 남고도 남을 만큼 살림이 넉넉해지면 될 노릇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나는 풀베기를 하고, 큰아이는 책을 읽고, 작은아이는 장난감 놀이를 하고, 이렇게 두 시간을 보내고서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 책을 부치러 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