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2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저녁에 낫 한 자루를 들고 두 아이를 이끌고 도서관으로 갑니다. 작은아이는 내 오른손을 잡고, 큰아이는 내 왼손을 잡습니다. 가을이 깊으며 저녁에 해가 일찍 지니, 별을 보며 걷고 싶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여 별도 달도 안 보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시골순이 시골돌이는 저녁길(또는 밤길)을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도서관이 깃든 옛 초등학교 담을 둘러싸며 억새가 자랍니다. 이 저녁에 나는 낫으로 억새를 벱니다. 가슴으로 한 아름이 될 만큼 벱니다. 이 억새를 도서관 어귀에 살살 깔아 놓습니다. 얼마 앞서까지 돌콩줄기를 훑어서 깔았는데,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꾸만 돌콩줄기가 발에 걸리더군요. 억새를 살살 깔아 놓으면 발로 디딜 적에 소리도 좋고, 발목에 걸리는 일도 없을 테지요. 저녁에 큰아이는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읽고, 작은아이는 손전등 놀이를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