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12월 25일이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날을 생각해 보려고 몇 가지 그림책을 장만해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핀두스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를 장만했고, 마녀 위니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마녀 위니의 크리스마스 대소동》을 장만했어요. 이 그림책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철에만 읽는 이야기라고 느끼지 않아요. 우리한테 ‘생일’이 한 해 가운데 하루뿐이지 않듯이, 크리스마스나 ‘새해’도 하루뿐일 수 없다고 느껴요. 삼백예순닷새가 모두 ‘생일’이요 ‘크리스마스’요 ‘새해’라고 할까요. 유투브에서 ‘마샤와 곰’을 러시아말로 아이들하고 보았어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다루는데, 아주 멋지게 잘 보여주어요. 선물은 남이 나한테 주지 않고, 늘 내가 스스로 준다고 하는 대목을 헤아릴 노릇이에요. 아무튼 12월 24일 낮에 읍내로 가서 ‘도서관학교 소식지 삶말 25호’를 복사합니다. 읍내 가게에 들러 포도술을 석 병 장만합니다. 석 병이면 석 주에 걸쳐서 조금씩 누릴 만하지 싶습니다. 다른 고장은 모르지만, 고흥은 포근하며 겨울비가 싱그럽고, 갓풀 냄새나 봄맞이풀 냄새가 산뜻한 나날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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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우리가 부르기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하고 겨울이 온다고 느낍니다. 여름에 더위로 펄펄 끓으며 시원한 바람을 바라니 어느새 겨울이요, 겨우내 추위로 꽁꽁 얼며 따스한 바람을 꿈꾸니 어느덧 여름이지 싶어요. 해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 유채꽃하고 갓꽃을 만납니다. 경관사업으로 논에 뿌리는 유채씨는 봄에 한꺼번에 꽃이 터지지만,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유채하고 갓은 십일월 끝자락부터 꽃이 터집니다. 들에 피는 들갓꽃을 보면서 올해에도 곧 갓김치를 담글 철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들바람을 쐬며 들노래를 배우고, 들꽃을 보며 들살림을 배웁니다. 아마 지난날에는 여느 사람들한테 종이책이 없었어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 들하고 숲하고 바람하고 하늘하고 풀이 사랑스러운 삶책이 되어 즐거이 배울 이야기를 베풀었으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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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발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오늘은 비가 안 오겠거니 여겼으나 비가 옵니다. 어쩌면 비를 생각하면서 마음에 비를 그렸으니 비가 올는지 몰라요. 맑은 하늘과 밝은 구름과 환한 햇살을 생각하면서 마음에 이런 날씨를 그렸으면 맑고 밝으며 환한 하루였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집에 여러 달째 쌓아 두고서 거의 안 들춘 책을 치우기로 합니다. 천바구니로 세 꾸러미를 골라냅니다. 곧 느낌글을 써서 도서관으로 옮기자고 생각했지만 정작 여러 달 동안 제대로 안 들추고 자리만 차지한 책입니다. 이런 책은 아직 집에 많습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으리라 여기며 장만한 책인데 꽤 오래 손을 못 타는 책인 셈입니다. 책한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속삭이면서 도서관으로 옵니다. 다 읽었되 느낌글까지는 안 써도 되리라 여기는 책은 제자리를 찾아 꽂힙니다. 곧 마저 읽고 느낌글까지 쓰려는 책은 도서관 책상맡에 놓습니다. 설마 도서관에서 미처 못 치우는 책이 또 쌓이려나요. 낮에 사진꾸러미가 택배로 옵니다. 곁님 일산 식구가 예전에 다 같이 모여 찍은 사진을 크게 여러 장 뽑았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도서관학교랑 마을이랑 집에서 노니는 사진은 작은 사진책으로 묶었습니다.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앞으로 아이들 사진책을 상자에 담아서 부치기로 합니다. 가늘게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달려서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옵니다. 겨울비이지만 등에서 후끈후끈 땀이 납니다. 차갑지 않고 시원한 겨울 빗발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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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묵음 짐꾸러미를 끌러서 버릴 것은 버리고, 둘 것은 두다가 묵은 명함책을 봅니다. 그동안 모은 헌책방 명함에다가 예전에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명함이 담깁니다. 이 가운데에는 소설가이기 앞서 잡지사 편집장이던 박민규 님 명함이 있습니다. 작은아이가 갓 태어날 무렵 찍은 사진들이 담긴 상자를 봅니다. 큰아이가 동생 곁에 누워서 그림책을 읽어 주는 사진이며 어느새 거의 잊었구나 싶은 아스라한 예전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놀면서 자라고, 우리는 나날이 새롭게 일하면서 크지 싶어요. 오늘 나는 어떤 일손을 붙잡으면서 스스로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나는 하루를 보내는가 하고 가만히 되새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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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다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2011년에 고흥에 뿌리를 내렸으나 아직 풀지 않고 상자에 쟁인 살림이 제법 있습니다. 도서관 한켠에 이런 상자나 꾸러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풀어서 제자리를 찾아서 놓겠지 하고 여기지만, 막상 이렇게 안 한 지 여러 해가 흘렀어요. 여러 해가 흐르도록 따로 돌아보지 않기까지 합니다. 이럴 때마다 생각에 잠겨요. 이처럼 여러 해가 흐르도록 한 번도 안 들추는 살림이라면 나한테 굳이 없어도 되는 짐덩이인 셈은 아닌가 하고요. 버려야 한다면 버리자는 생각으로 묵은 짐꾸러미를 끌르는데 곁님이 인천에서 한창 종이접기를 하면서 보던 작은 책이 여러 권 나옵니다. 곁님을 만나기 앞서 헌책방을 다니며 모은 ‘일본 오리가미 책’입니다. 종이접기를 할 생각이 딱히 없었어도 ‘일본 오리가미 책’이 퍽 야무지고 알차다고 여겨서 장만해 둔 적이 있고, 곁님하고 살며 이 책을 보라고 건네었는데, 몇 차례 살림집을 옮기면서 그만 짐꾸러미에 박혔구나 싶어요. 마침 큰아이가 종이접기를 몹시 좋아하고 즐기니 이 책을 새롭게 건넬 만합니다. 큰아이는 일본말을 모릅니다만, 종이접기는 ‘말을 몰라’도 그림으로 생각을 밝혀서 익힐 수 있습니다. 두 시간 남짓 묵은 짐을 치우고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작은아이가 도서관 자물쇠를 채웁니다. 마을 논둑에서 펑퍼짐하게 잎을 내놓은 유채를 만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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