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도서관학교 일기 2017.1.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나 먼저 갈래.” 하는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달려서 저만치 앞서 가는 작은아이. 큰아이도 작은아이만 하던 때에 으레 이처럼 바람처럼 달려서 저렇게 멀리 앞서 갔어요.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언제나 참말 바람처럼 휙휙 달립니다. 나는 늘 아이들 뒤에서 이 바람 같은 숨결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어버이라는 자리는 으레 아이한테 먼저 길을 틔워 주고, 어른이라는 자리는 한결같이 아이더러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는 넋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나한테는 여러 어른이 곁에 있었기에 그분들이 내어준 길을 먼저 걸을 수 있었을 테지요. 나도 천천히 어른이 되면서 새로운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며 기쁘게 이 길을 먼저 가도록 하는 몸짓으로 거듭날 테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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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쇄 (도서관학교 일기 2017.1.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학교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살려쓰기》 8쇄가 옵니다. 2011년에 고흥으로 깃들면서 선보인 책입니다. 어느덧 일곱 해가 된 책이고, 제법 사랑을 받았습니다. 올해이든 이듬해이든 이제 이 책 고침판을 쓸 때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지난 일곱 해 동안 새로 익히고 살핀 이야기가 있으니, 이를 담아서 줄거리를 가다듬을 만하지 싶어요. 책을 낼 적에 한국에서는 흔히 ‘다섯 해 계약’을 맺는데, 이 계약기간은 한 출판사에서 책을 맡아서 내는 나날이기도 할 테지만, 이 계약기간이 지나면 글쓴이로서도 ‘처음 쓴 글’을 손질하거나 보태거나 고쳐서 책을 새로 꾸미는 때로 삼을 만하지 싶어요. 학교에서 교과서를 몇 해에 한 번씩 새로 쓰는 뜻도 그동안 새로 나온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일 테지요. 꾸준히 사랑받는 책을 꾸준히 손질해서 이웃님한테 선보이는 일은 글쓴이로서는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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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도서관학교 일기 2017.1.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새해 첫날 떡국을 끓입니다. 새해 첫날이기에 끓인다기보다 ‘오늘은 떡국을 끓일까? 그러면 어떤 떡국으로 끓이면 더 맛날까?’ 하고 생각하며 끓이는데, 마침 오늘이 새해 첫날입니다. 날이 포근하기에 도서관에 오래 머물 만하겠네 생각했으나, 아침을 차리고서 평상에 드러누워 한동안 해바라기를 한 뒤에 부엌을 치우느라 부산합니다. 도서관에는 짐만 살짝 가져다 놓고 면소재지를 자전거로 다녀옵니다. 헌 형광등을 면사무소에 갖다 놓으려고 갔는데, 면사무소 건물에 커다란 걸개천이 나부낍니다. 걸개천 글을 읽으니 2017년 1월 1일부터 고흥군은 모든 군내버스가 1000원이라고 합니다. 며칠 앞서 읍내 버스역에서 표를 끊을 적에 새해부터 ‘미리 끊어 놓는 표는 새해부터 못 쓴다’고 하기에, 해가 넘어가면 예전 해 버스표를 못 쓰나 하고 갸우뚱했는데, 그 뜻이 아니라 고흥에서 이제 어디를 가든 표값이 모두 1000원이라는 뜻이었군요. 도화에서 읍내를 거쳐 나로나 녹동으로 가자면 5000원쯤 드는데 2000원으로도 갈 수 있겠네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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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내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읍내마실을 합니다. 자전거를 몰아서 우체국에 갈까 하다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마침 깍두기가 거의 다 떨어졌으니 무를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감을 거의 다 먹었기에 감도 한 자루 장만할 생각입니다. 11시 15분에 마을 앞을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탑니다. 읍내에는 11시 40분쯤 닿을 테니, 12시 30분에 돌아올 버스를 타자면 서둘러야 합니다. 좀 빠듯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통통 달려서 우체국에 가서 도서관학교 소식지 서른다섯 통을 부칩니다. 이튿날 더 봉투질을 해서 부쳐야지요. 자루감(자루에 쉰 알씩 담아서 파는 감)을 내놓은 과일집이 있는가 하고 살피는데 한 군데도 없습니다. 이제 단감은 막철이로구나 싶네요. 그러나 무는 가방 가득 장만했고, 굵은소금도 한 봉지 장만합니다. 후다닥 볼일을 마쳤습니다. 이제 집에서 밥을 지어 아이들을 먹이고 등허리를 쉽니다. 해 떨어진 저녁에 느긋하게 별바라기를 하면서 아이들하고 도서관에 갑니다. 전기난로를 켜고 호젓한 밤을 누리고는 다시 천천히 별바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학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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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룸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 소식지 〈삶말〉 25호를 부치려고 하다가 하루 미루기로 합니다. 봉투에 주소를 적고 소식지를 넣고 종이테이프로 마감을 한 뒤,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갈는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갈는지 십 분 동안 망설이다가 드러눕기로 합니다. 막상 짐을 다 챙기고 길을 나서려 하다가 머리가 매우 지끈거리고 등허리가 결리기에 ‘이런 머리랑 몸으로 움직이다’가는 큰일이 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우체국 마실을 하고 싶은 아이들더러 “오늘 안 갈래. 오늘 말고 내일 가자.” 하고 말하니 몹시 서운해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니. 너희도 낮잠을 자렴. 꿈을 꾸고 가장 느긋하면서 튼튼하며 맑은 몸으로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읍내로 군내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다녀오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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