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 문충성 시집
문충성 지음 / 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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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8.3.

노래책시렁 409


《귀향》

 문충성

 각

 2016.11.24.



  서정주가 애틋하게 여긴 아이가 ‘고은’인 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만, ‘서정주·고은’은 글결이 나란히 흐릅니다. 고은은 추레질(성추행)을 일삼은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현기영·유홍준을 비롯한 숱한 글바치는 도리어 추레놈을 감쌀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다들 한통속으로 묶을 글담이 서슬퍼렇습니다. 《귀향》을 읽다가 자꾸 갸웃거렸는데, ‘보들레르’에 ‘시인 고은’을 읊는 대목은 차마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제주를 말하는 제주스러운 노래란 무엇일까요? 어느 한때 모습만 못으로 박아 놓고서 되새김질을 하거나 추킴질을 할 적에는 아무런 노래가 없습니다. 노래는 외곬(이즘·주의)이 아닌, 오롯이 걷는 오솔길에서 피어납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술잔치에는 노닥질과 엉큼질과 추레질이 물결칠 뿐입니다. 높낮이가 없이 어깨동무하는 작은집이 품는 나무 한 그루하고 들풀 한 포기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멧새를 곁에 두는 살림터에서 누구나 수수하게 노래 한 가락을 두런두런 읊습니다. 이 나라에는 틀림없이 ‘한국시’가 있을 테지만, ‘우리노래’는 잊히거나 억눌리거나 스러졌습니다. 글담이 줄줄이 세운 ‘한국시’에 한자리 얻은 글바치는 잔뜩 있을 테지만, 그들은 노래지기도 노래이웃도 노래살림도 아닙니다.


ㅅㄴㄹ


아들네 살고 있는 의왕시 오전동 / 삼 층짜리 자그만 하얀 집 / 보들레르가 어린 시절 살던 작은 집이 생각난다 / 이 집에서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 어린 날부터 오래 산 것 같은 생각 (하얀 집/37쪽)


시인 고은이 말했다 / “내가 노래 부를 때 따라 하지 마!” / 아리랑을 불렀다 … “서부두엘 가자!” 시인 고은이 외친다 / 시인 허영선이 모는 자동차 타고 가는 나는 / 아픈 허리가 많이 불편해 죽겠다 / 허영선이 말 한다 / “옛 서부두가 없어진 게 어딘데 / 서부두엘 가 봐도 서부두는 없어요!” / “그럼 쐬주 집으로 가자!” / 시인 고은이 외친다 (어느 날/108, 109쪽)


+


《귀향》(문충성, 각, 2016)


고희를 넘겼으면 본전은 된 것이니

→ 일흔을 넘기면 밑돈은 되니

→ 바른철 넘기면 제값은 되니

23쪽


당신은 요술쟁이

→ 그대는 깜짝이

→ 너는 반짝쟁이

24쪽


계획된 퇴원일보다 하루 빨리 나간다고

→ 나갈 날보다 하루 빠르다고

→ 나간다는 날보다 하루 빠르다고

25쪽


사이비 논객도 죽어야 되는 줄 알았네

→ 거짓말쟁이도 죽어야 하는 줄 알았네

→ 뻥쟁이도 죽어야 하는 줄 알았네

→ 겉말쟁이도 죽어야 하는 줄 알았네

32쪽


어린 날부터 오래 산 것 같은 생각

→ 어린 날부터 오래 산 듯하다고

→ 어린 날부터 오래 살았구나 하고

37쪽


일본 장사꾼들과 교역하며 되레 큰 돈 벌었네

→ 일본 장사꾼과 사고팔며 되레 큰돈 벌었네

→ 일본 장사꾼과 흥정하며 되레 큰돈 벌었네

42쪽


가을 잎 떨어지고 북풍한설 차가운 날 천지에 가득하면 새하얗게

→ 가을잎 떨어지고 겨울빛 차가운 날 온곳에 가득하면 새하얗게

→ 가을잎 떨어지고 얼음바람 차가운 날 둘레에 가득하면 새하얗게

64쪽


환해진다 세상이 밝아온다 점점

→ 환하다 온누리가 밝아온다 차츰

65쪽


발산개세拔山蓋世 그대는 실패하지 않았네

→ 힘찬 그대는 꺾이지 않았네

→ 우렁찬 그대는 곤두박이 아니네

→ 드센 그대는 그르치지 않았네

→ 기운찬 그대는 망치지 않았네

→ 커다란 그대는 못 이루지 않았네

100쪽


나의 마지막은 시작되었으니

→ 내 마지막을 열었으니

→ 나는 마지막을 걸어가니

101쪽


새 방파제 생겨나고 있다 마구

→ 새 나루둑 생겨난다 마구

→ 둑이 새로 생겨난다 마구

122쪽


매립을 두 번씩이나 해서

→ 두 벌씩이나 메워서

122쪽


열이 40도도 더 높아 의식불명 되었을 때

→ 40눈금도 더 달아올라 해롱해롱할 때

→ 40마디도 넘게 뜨거워 쓰러졌을 때

→ 40자리도 넘게 후끈거려 뻗었을 때

13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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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창비시선 475
송경동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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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7.19.

노래책시렁 437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창비

 2022.4.22.



  우리말은 ‘왼쪽·오른쪽’처럼 말합니다. 늘 ‘왼’이 먼저입니다. 한자로 옮겨도 ‘좌우’라 할 뿐, ‘우좌’라 안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왼오른’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왼오른’이 없느냐면, 왼다운 왼이라면 오른을 품고서 함께 살림을 짓고, 오른다운 오른이라면 왼을 안고서 함께 살림을 일구는걸요. 왼을 물어뜯는 오른이라면 ‘오른시늉’을 하는 허깨비입니다. 오른을 족치려는 왼이라면 ‘왼흉내’를 내는 도깨비입니다.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를 읽으면서 몇 가지를 떠올립니다. 첫째, 글님은 글솜씨가 있으나 자꾸 글재주로 기울려고 하는군요. 둘째, 글님은 왼날개가 될 수 있는데 자꾸 왼흉내로 치닫습니다. 셋째, 글님은 살림하고 어쩐지 등집니다. 넷째, 글님은 사랑이며 숲이며 시골이 아니라, 서울에서 쳇바퀴를 돌면서 ‘새마을바람 글짓기’에서 멈춘 듯싶습니다. 무리(정당) 이름을 슬슬 바꾸는 오른시늉인 놈팡이가 있다면, 무리(정당) 이름은 그대로 두되 왼흉내이면서 똑같이 힘자랑에 돈장사에 이름팔이를 하는 녀석이 있어요. 글님은 전남 보성이라는 두멧시골에서 태어났을 텐데, 이 나라 두멧시골이 오롯이 굴러간 적이 아직 없습니다. 경상도도 전라도도 벼슬잡이가 ‘돌라먹기’를 하는걸요. 부디 ‘왼시늉 장사’와 ‘오른흉내 삽질’ 두 민낯을 똑똑히 보기를 바라요.


ㅅㄴㄹ


어디서부터 잘못 살아온 걸까 /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 주요 캠프에서 웬 벤또도 아니고 멘토나 / 무슨 위원이 돼달라고 한다 / 그때마다 싫다고 했다 (대한민국 예술원 풍경/28쪽)


박근혜라는, 권력이라는, 재벌이라는 / 특권과 비리와 부당함과 불공평과 불평등이 없는 세상을 위해 / 얼굴과 당 이름만 바뀌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 새로운 세상의 기준과 윤리를 세우고 싶어 / 이 광장에 나왔습니다. (대답해 드리죠, 스님/1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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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씨가 키득키득
김미희 지음, 슷카이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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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7.19.

노래책시렁 436


《어찌씨가 키득키득》

 김미희 글

 슷카이 그림

 뜨인돌어린이

 2023.7.7.



  우리말을 모르는 분이 많은데, 우리말을 배운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말을 익히려고 스스로 애쓰지 않은 탓입니다. ‘놀이’하고 ‘장난’은 아주 다르고, ‘솜씨’하고 ‘재주’도 참으로 다릅니다. 놀이란, 노래하고 한동아리입니다. 놀기에 노래하고, 노래하기에 놉니다. ‘장난’은 ‘재주’하고 맞닿으니, ‘자질구레’하고 ‘잘다’고 할 잔짓(잔몸짓)입니다. 솜씨란 ‘손씨’요 “손으로 심는 씨앗”입니다. ‘장난·재주’는 ‘자랑’으로 기운다면, 솜씨는 천천히 북돋우면서 손길을 빛내어 즐겁게 나누는 살림으로 나아갑니다. 《어찌씨가 키득키득》은 어찌 보면 재미나다 싶지만, ‘재미 = 재주 = 장난 = 자랑’이에요. ‘말재미 = 말재주 = 말장난 = 말자랑’입니다. 어린이한테 ‘어찌씨’를 엮어서 들려주는 말재미가 나쁘지는 않으나, 이런 말자랑으로는 말빛을 못 익히고 말씨하고 동떨어지고 맙니다. 우리가 먼저 어른스럽게 말빛을 살피고 말솜씨를 천천히 북돋아서 말씨를 마음밭에 포근히 심어서 돌보는 길을 갈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어린이가 “어진 사람”인 어른 곁에서 살림살이를 눈여겨보고 함께 일구면서 말결도 차근차근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요. 말재주는 ‘문해력’으로 치닫습니다. ‘말빛’이어야 ‘살림말’입니다.


ㅅㄴㄹ


날아서 땅에 닿기 전 / 모든 민들레는 아프다 // 호오∼ 호오∼ // 아픈 거 나아서 / 멀리 가라고 // 호오∼ 호오∼ (민들레씨/20쪽)


뜨거운 냄비에서 / 파도가 살아나요 / 태풍이 몰아쳐요 // 입 속으로 후루룩 / 모든 파도를 삼켜요 // 태풍이 잠잠해졌어요 (라면 /96쪽)


+


어찌씨의 천진함에 웃음 짓곤 합니다

→ 어찌씨가 해맑아 웃음짓곤 합니다

→ 밝은 어찌씨를 보며 웃곤 합니다

책날개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훨씬 잘 느껴지지?

→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훨씬 잘 느끼겠지?

6


가끔은 내가 과하다고, 내가 빠져 주어야 좋은 글이 된다고도 하지만

→ 가끔은 내가 나댄다고, 내가 빠져 주어야 글이 알차다고도 하지만

→ 가끔은 내가 넘친다고, 내가 빠져 주어야 글이 빛난다고도 하지만

7


이 세상 예쁜 거 다 합한 것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 온누리 예쁜 빛을 다 더한 만큼 아니 이보다 더

12


그러다 여섯이 살게 됐는지 모르죠

→ 그러다 여섯이 사는지 모르죠

19


아픈 거 나아서 멀리 가라고 호오∼ 호오∼

→ 아픈 데 나아서 멀리 가라고 호오 호오

20


땅 위에 돋은 별 때죽나무꽃의 별명입니다

→ 땅에 돋은 별 때죽나무꽃 새이름입니다

22


나를 울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화나게 하는지 왜 나여야 했는지 묻는 시간

→ 나를 울리고 나를 때리고 나를 불지르는지 왜 나여야 하는지 묻는 때

2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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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창비시선 478
신동호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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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7.19.

노래책시렁 435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신동호

 창비

 2022.6.17.



  누구나 ‘노래님’입니다. 누구나 ‘노래할’ 수 있습니다. 노래님은 노래를 부르고 나누고 폅니다. 노래님더러 ‘시’를 쓰라고 하면 막히고 걸리고 갇힙니다. 거꾸로 예나 이제나 ‘시(詩)’를 만든 이들은 노래하지 않고 ‘시’를 엮으면서 ‘시심(詩心)’에 불타올랐고, 노래하고 동떨어진 ‘말엮기’가 ‘시창작(詩創作)’이라 여깁니다. 이러다 보니, 늘 노래하는 숱한 노래님은 ‘시창작’이라는 높다란 담벼락에 막히거나 갇혀요.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라고 하는 ‘시창작 결과물’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노래님이 아닌 시인이라서 시창작을 했을 텐데, 꺼풀을 벗을 때까지는 아무래도 노래를 모르거나 멀리하거나 등지겠구나 싶어요. ‘어른’이 아닌 ‘기성세대’로는 한겨레가 하나로 피어날 수 없어요. 남녘도 북녘도 ‘어른’이 아닌 ‘기성세대’가 우두머리로 힘을 쥐락펴락합니다. 이 나라 ‘글밭’ 아닌 ‘문단’도 ‘글님’ 아닌 ‘작가’끼리 모여서 목소리만 높입니다. 참말로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돈(남녘 경제력)만으로는 하나로 못 갑니다. 주먹(북녘 핵무기·남녘 군수산업)으로도 하나로 못 갑니다. 글밭에서도 매한가지이니, ‘시’라는 굴레를 벗고서 ‘노래’를 할 때라야 비로소 글빛입니다.


ㅅㄴㄹ


흥에 겨워본 일 없는 생(生), 권력이 거추장스럽고 사랑이 불편하다면 도대체 어디에 머물러 너의 마음을 훔쳐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미워한 탓이다 (탓/85쪽)


그해 가을이 분명하다. 그림자를 두고 왔다. 보통강 가 버드나무길 어디다. 그림자가 버드나무 그늘에 묻혔을 때 사랑에 빠진 걸 눈치챘어야 했다.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94쪽)


+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신동호, 창비, 2022)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는 건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 따로 무엇이 된다면 참으로 놀랍다

→ 남달리 무엇이 되면 참으로 대단하다

17쪽


내 야전침대에 그가 앉아 있었다

→ 내 들자리에 그가 앉았다

→ 내 접자리에 그가 앉았다

54쪽


몇개의 언덕이 앞에 있었지만

→ 몇 언덕이 앞에 있지만

→ 언덕 몇이 앞에 있지만

56쪽


그러나 목표로 했고 지표로 삼았다

→ 그러나 과녁이었고 길눈을 삼았다

→ 그러나 노렸고 눈금을 삼았다

65쪽


포격이었는지, 일점사격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구멍 뚫린 무릎으로

→ 쏘아댔는지, 한곳쏘기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구멍 뚫린 무릎으로

88쪽


그 색다름이 우리 집 뒷산 봄날 진달래로 반복되어 핀다는 것도 안다

→ 남다르게 우리 집 뒷메 봄날 진달래로 다시 피는 줄도 안다

→ 새롭게 우리 집 뒷메 봄날 진달래로 피는 줄도 안다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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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광 창비시선 492
채길우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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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7.2.

노래책시렁 434


《측광》

 채길우

 창비

 2023.8.23.



  서울은 재미있게도 시끄럽습니다. 시골내기로서 이따금 서울로 볼일 때문에 찾아와서 하룻밤을 머무노라면, 밤새 끊이지 않고 부릉부릉 달리는 소리에다가, 거나한 순이돌이가 지르는 소리로 쩌렁쩌렁합니다. 서울은 재미없게도 시끄럽습니다. 시골내기로서는 시골에서 늘 다르면서 새롭게 온갖 소리가 노랫가락으로 어울립니다. 바람도 별도 새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숲짐승도 저마다 새록새록 빛나고, 여기에 빗물도 비노래로 피어납니다. 이와 달리 서울은 하룻내 똑같은 소리가 우렁우렁 귀를 찌릅니다. 《측광》을 읽다가 갸우뚱합니다. 한글로 적은 ‘측광’은 ‘測光’일까요, ‘側光’일까요? ‘재다’나 ‘옆빛’이라 안 하고서 굳이 한자말 ‘측광’을 써야 시나 문학이 되는 셈일까요? 한자말을 내세우거나 뽐내야 시가 된다면, 시란 참 시시합니다. 우리말로 노래하는 가락이 빛나지 않아야 문학이라면, 문학이란 참 시끌시끌합니다. 곰곰이 보면, 하룻내 시끄럽게 내달리는 쇳덩이(자동차)는 하나같이 ‘바깥말 이름’입니다. ‘우리말 이름’으로 빛나는 쇳덩이는 어쩌다가 나올 동 말 동 합니다. 우리말로 생각을 밝히고 마음을 가꾸는 글길도 어쩌다가 겨우 볼까 말까 합니다. 키재기를 멈춰요. 뱃길을 잡을 키를 살펴요.


ㅅㄴㄹ


아이는 밤새 또래들과 / 술을 마시다 돌아왔다. / 도대체 왜 사냐. / 묻지도 않고 그가 아이를 향해 / 손부터 들어 올릴 때 더이상 / 아이는 그를 피하지 않는다. / 언제 낳아달라고 했어? (도공/16쪽)


그녀를 들어 안으면 / 빛깔이 아름답지만 / 너무 얇은 기름때처럼 / 속삭이며 구겨지는 공기처럼 /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 불투명으로 헐겁고 (비닐봉투/26쪽)


+


《측광》(채길우, 창비, 2023)


새하얗고 너른 침상 위로

→ 새하얗고 너른 자리로

→ 새하얗고 너른 잠자리로

8쪽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고산지대 아낙은 말도 통하지 않는 여행객들에게

→ 겨레옷을 차려입은 높메 아낙은 말도 못 나누는 손님한테

→ 내림옷을 차려입은 숲골 아낙은 말도 안 먹히는 나그네한테

12쪽


유약 바른 눈동자 속에서

→ 잿물 바른 눈알에

→ 매흙물 바른 눈에

16쪽


가만히 처음 마주하는 작자 미상의 작품처럼

→ 가만히 처음 마주하는 모르는 꽃처럼

→ 가만히 처음 마주하는 이름없는 빛처럼

17쪽


신생아의 발 같은 조그마한 싹을

→ 아기 발 같은 조그마한 싹을

→ 갓난이 발 같은 조그마한 싹을

→ 젖먹이 발 같은 조그마한 싹을

66쪽


폭락의 시기

→ 떨어질 때

→ 무너질 때

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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