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47
김바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6.

노래책시렁 407


《싱글》

 김바다

 실천문학사

 2016.11.16.



  저는 어디를 가든 사람낯은 잘 안 쳐다보거나 아예 안 들여다봅니다. 이러다 보니 곧잘 만난 사람 얼굴이 안 떠오르거나 이름까지 잊기 일쑤입니다. 사람살이에서 얼굴을 잊거나 모른다면 참 허술한 셈일 텐데,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바깥에서도 으레 하늘부터 봅니다. 이다음에는 나무하고 풀꽃을 봅니다. 이러면서 새랑 풀벌레랑 벌나비를 보고, 바람에 햇살에 별을 보려고 합니다. 《싱글》을 가만히 읽다가 덮었습니다. 요새는 ‘싱글’ 같은 영어야 아무렇지 않게 쓴다고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길든 말씨로는 스스로 새길을 호젓하게 나아가는 말길이나 글길하고는 좀 멀구나 싶어요. 우리말 ‘혼자’하고 ‘호젓’뿐 아니라, ‘홀가분(자유)’하고 ‘호미’가 서로 얽힌 줄 알아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빗물이 흐르는 ‘홈’하고 ‘혹’도 다 얽힌 낱말인 줄 얼마나 느낄까요. 한 사람은 ‘혼’이고, 다른 한 사람을 마주하면 ‘함’입니다. ‘한’하고 ‘함’은 길이 다르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모두 ‘하늘’을 품는 사랑입니다. 말 한 마디가 아무렇지 않을는지 모르나, 바로 이 수수한 말씨 하나를 고르게 여미면서 한참 마주할 적에는, 언제나 스스로 확 틔우는 글자락을 열리라 봅니다.


ㅅㄴㄹ


혼자 산다 /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싱글/12쪽)


아주 작은 구덩이에 다리 오그린 시를 눕힌다 / 이 끓는 시를 내린다 / 빈 젖 물고 숨이 멎은 / 시를 심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28쪽)


우리는 접시 위 덜 구운 스테이크를 향해 / 단정히 침을 뱉으며 팔리지 않을 시를 읽는다 / 시를 읽는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물병자리 우리는/101쪽)


+


《싱글》(김바다, 실천문학사, 2016)


유년(幼年)의 한낮

→ 어린 한낮

→ 어릴 적 한낮

11쪽


물이 나와 너를 고의적으로 가르는 곳

→ 물이 나와 너를 굳이 가르는 곳

→ 물이 나와 너를 일부러 가르는 곳

→ 물이 나와 너를 애써 가르는 곳

12쪽


별들의 입은 재갈이 물려져 있다

→ 별은 입에 재갈이 물렸다

12쪽


한 장의 하늘 구름을 펼쳐놓았을 뿐

→ 한 자락 하늘 구름을 펼쳐놓았을 뿐

16쪽


각각의 얼굴 이두박근과 장딴지가 주목받는 동안

→ 딴 얼굴 위팔두갈랫살과 장딴지를 보는 동안

→ 다른 얼굴 위팔두살과 장딴지가 돋보이는 동안

22쪽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아무 상관없는 춤이 계속된다

→ 서로 헤아리지 않는 춤을 이어간다

→ 서로 들여다보지 않는 춤을 잇는다

→ 내내 서로 안 쳐다보며 춤춘다

34쪽


칼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 칼은 종이로 빚지 않았을까

→ 칼은 종이로 엮지 않았을까

41쪽


해부시간 팔딱거리던 개구리

→ 몸 째면 팔딱거리던 개구리

64쪽


이것은 인내심의 문제입니다

→ 참는 일입니다

→ 견디느냐입니다

86쪽


우리는 접시 위 덜 구운 스테이크를 향해 단정히 침을 뱉으며

→ 우리는 접시에 올린 덜 구은 두툼고기에 곱게 침을 뱉으며

→ 우리는 접시에 놓는 덜 구은 고기에 멋지게 침을 뱉으며

1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