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꽁 피자 그림책이 참 좋아 69
윤정주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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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27


《꽁꽁꽁 피자》

 윤정주

 책읽는곰

 2020.7.17.



  큰고장에 나오면 얼핏설핏 놀랍니다. “와, 서울에서는 밭이 없고 논을 몰라도 다 배불리 먹는구나!” 같은 말이 절로 나와요. 그렇지만 시골에서 나고자란 어린이랑 푸름이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시골내기조차 논이나 밭을 거의 모르거나 아예 모릅니다. 적잖은 시골 어린이는 ‘벼’라는 낱말조차 모르고, 시골 푸름이인데 ‘볍씨’라는 낱말마저 모르기 일쑤입니다. 논밭도 모르고 벼랑 볍씨를 몰라도 다들 밥을 먹습니다. 아니, 요새는 ‘밥’이 아닌 ‘급식’을 먹느라 ‘도시락’이란 낱말은 그릇국수 이름인 줄 여기는 아이들조차 수두룩해요. 《꽁꽁꽁 피자》를 몇 해 앞서 읽고서 조용히 내려놓은 적 있습니다. 문득 다시 읽었으나 또 내려놓았습니다. 꽁꽁꽁이라고 나오는 그림책이 몽땅 서울내기한테 맞춘 줄거리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철이 없고 날을 모르고 달을 등지고 해를 잊은 채 쳇바퀴를 도는 얼거리라면, 어린이는 킥킥 하하 웃고 나서 무엇이 남을까요. 서울이며 서울곁은 스스로 빛(전기)을 뽑아내지도 못 하기에 먼먼 시골에서 끌어당깁니다. 온나라가 빛줄(송전선)이 빼곡합니다. 둘레를 헤아리는 마음부터 꽁꽁 얼었고,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품는 마음은 아예 꽁 걸어잠갔습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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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비행 -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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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26


《도시 비행》

 박현민

 창비

 2023.3.15.



  전남 고흥에서도 두메에 고즈넉히 깃든 우리 살림집부터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가면 시끄럽습니다. 고흥읍에서 시외버스를 타고서 순천이며 광주로 가든, 부산이며 서울로 가면 훨씬 시끄럽습니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면소재지하고 읍내는 이제 서울하고 똑같습니다. 바람소리하고 별빛을 누리지 않는 데라면 시골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고, 들풀내음하고 나뭇잎빛을 마주하지 않는 곳도 시골일 수 없습니다. ‘서울’이란 낱말은 ‘새 + 벌’인 얼개입니다. ‘벌 = 벌판’입니다. 푸나무가 자라기 어렵게 넓게 펼친 판판한 땅인 ‘벌’이에요. 그러니까 ‘새벌 = 서울 = 도시’란, 이미 이름부터 사람한테도 새한테도 풀나무한테도 매캐하고 괴로운 터전이란 밑뜻인 셈입니다. 《도시 비행》을 보고서 슥 넘기는데 첫 쪽부터 눈이 따갑습니다. 꾹 참고서 마지막까지 넘기고서 숨을 돌렸습니다. 숨막히고 눈아프고 메스껍습니다. 그런데 서울내기는 이 끔찍한 곳을 삶터로 여깁니다. 아니, 북적이고 돈과 일거리가 넘치며, 이름을 드날리는 그곳 ‘서울·도시’가 사람한테 어울린다고 여기겠지요. 시골에서 어찌 사느냐 여기니 서울사람입니다. ‘서울 그림책’은 그저 따갑고 메마르고 어지러울 뿐이겠지요. 빛이 없는 빛이 서울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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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체조 탄탄 과학아 놀자
오치 노리코 지음, 사와다 도시키 그림 / 여원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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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19


《불가사리 체조》

 오치 노리코 글

 사와다 도시키 그림

 박숙경 옮김

 여원미디어

 2013.



  바닷속에 잠기면 포근합니다. 바닷속에서 가만히 눈을 뜨면 “하늘을 난다”가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바다에서는 어느 헤엄이도 이곳을 ‘물밭’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저 왼오른에 위밑옆을 홀가분하게 날아다니는 몸짓입니다. 헤엄이는 사람이란 녀석을 보면 “쟨 뭔데 저렇게 느리고 허둥거린담?” 하고 여길 만합니다. “쟤네는 얼마 놀지도 못 하면서 얼른 달아나네?” 하고도 여길 만합니다. 생각해 봐요. 민물에서도 바닷물에서도 헤엄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람은 바닷속에서 1분조차 잘 버티지 못 합니다. 《불가사리 체조》를 한참 읽었습니다. 뭍으로 나오면 좀처럼 못 움직이는 불가사리일 테지만, 바닷속에서는 슬금슬금 살랑살랑 춤을 추듯 흐르는 불가사리입니다. 사람은 뭍에서 어떤 몸짓일까요? 서로 포근하게 품을 줄 아는 몸짓인가요? 이 별에서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서 포근한 마음시로 하루를 짓는 매무새인가요? 온누리를 보면 불가사리도 헤엄이도 푸나무도 숲짐승도 풀벌레도 새가 벌나비도 암수가 사이좋습니다. 사람은 순이돌이가 얼마나 서로 사랑으로 품거나 달래는 살림길일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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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의자
길지연 옮김,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타 후미코 글 / 홍진P&M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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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7.

그림책시렁 1325


《작은 의자》

 다케시타 후미코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

 길지연 옮김

 홍진P&M

 2007.8.30.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살림살이한테는 마음이 있습니다. 걸상, 젓가락, 그릇, 신, 바지한테도 마음이 있어요. 우리 집안 살림살이를 함부로 다루거나 굴리거나 밟으면, 다들 아프고 괴롭고 눈물에 젖습니다. 곱게 다루거나 돌보면서 아낄 적에는 다들 웃고 노래하고 깔깔깔 수다잔치예요. 사람한테만 마음이 있지 않아요. 돌과 모래뿐 아니라, 비 한 방울과 바람 한 자락에도 마음이 있어요. 나뭇잎이며 가랑잎한테도 마음이 있고요. 들풀을 마구 뽑거나 풀죽음물을 함부로 뿌리면 다들 숨막히고 고단한 나머지 끙끙거리다가 죽어갑니다. 《작은 의자》는 조그마한 걸상이 태어나고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처음에는 들에서 우람하게 자라면서 숲동무한테 그늘이랑 푸른바람을 베푸는 나무였고, 어느 날 어느 할아버지 손을 거쳐서 ‘어린이하고 동무할 걸상’이라는 새몸을 입습니다. 어른은 못 앉고, 오직 아이만 앉는 걸상입니다. 아이가 앉아서 날개로 삼고, 아이가 부둥켜안으면서 마음을 달래고, 아이가 소근소근 말을 걸면서 꿈을 키우는 작은 걸상이에요. 어릴 적에 사랑받지 못 한 채 태어나는 아기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사랑을 잊을 뿐입니다. 작은 새가 내려앉는 작은 걸상처럼, 작은 어른 눈빛이 온누리를 살립니다.


#竹下文子 #鈴木まもる #ちいさいいすのはなし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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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우유 가지러 간 고양이
알프레드 스메드베르이 원작, 히시키 아키라코 지음, 김숙 옮김, 다루이시 마코 그림 / 북뱅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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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4.

그림책시렁 1298


《달에 우유 가지러 간 고양이》

 하시키 아키라코 글

 다루이시 마코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10.5.5.



  사람들이 으레 잊는데 ‘달빛은 없다’입니다. 얼핏 있는 척하지만 막상 없는 빛이 달빛입니다. 달빛이란 허울입니다. 달바라기를 하면서 멍하니 있을 적에는 우리 기운을 달한테 빼앗긴다고 여길 만합니다. 바라보려면 별바라기를 해야지요. 별을 볼 적에는 아무 기운을 안 빼앗겨요. 오히려 별바라기를 하는 사람은 별한테서 새빛을 받아들입니다. 《달에 우유 가지러 간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픈 어미 고양이 하루를 들려주는 듯한데, 고개를 자꾸자꾸 갸우뚱했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수고양이인가요? 암고양이라면 스스로 젖을 물릴 노릇입니다. 사람 아기도 고양이 새끼도 어미젖을 물어야 튼튼히 자랍니다. 암고양이 없이 수고양이만 있다면, 이때에는 소젖을 얻으려 할 수 있겠지요. 모름지기 고양이는 사람 손길을 굳이 안 타면서 스스로 의젓하게 들살림을 하는 이웃입니다. 개한테는 목줄을 하되, 고양이한테는 목줄을 안 하는 뜻을 잊지 않기를 바라요. 좁다란 집에 가두면 고양이는 미쳐버리게 마련입니다. 낮에는 풀내음 그윽한 곳에서 해바라기를 즐기고, 밤에는 별빛이 고즈넉한 데에서 밤노래를 누리는 고양이 살림길입니다. 고양이를 무턱대고 이쁘게만 그리려 하지 말고, 별이 무엇이고 들살이가 무엇인지부터 보기를 바라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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