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비행 -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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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26


《도시 비행》

 박현민

 창비

 2023.3.15.



  전남 고흥에서도 두메에 고즈넉히 깃든 우리 살림집부터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가면 시끄럽습니다. 고흥읍에서 시외버스를 타고서 순천이며 광주로 가든, 부산이며 서울로 가면 훨씬 시끄럽습니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면소재지하고 읍내는 이제 서울하고 똑같습니다. 바람소리하고 별빛을 누리지 않는 데라면 시골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고, 들풀내음하고 나뭇잎빛을 마주하지 않는 곳도 시골일 수 없습니다. ‘서울’이란 낱말은 ‘새 + 벌’인 얼개입니다. ‘벌 = 벌판’입니다. 푸나무가 자라기 어렵게 넓게 펼친 판판한 땅인 ‘벌’이에요. 그러니까 ‘새벌 = 서울 = 도시’란, 이미 이름부터 사람한테도 새한테도 풀나무한테도 매캐하고 괴로운 터전이란 밑뜻인 셈입니다. 《도시 비행》을 보고서 슥 넘기는데 첫 쪽부터 눈이 따갑습니다. 꾹 참고서 마지막까지 넘기고서 숨을 돌렸습니다. 숨막히고 눈아프고 메스껍습니다. 그런데 서울내기는 이 끔찍한 곳을 삶터로 여깁니다. 아니, 북적이고 돈과 일거리가 넘치며, 이름을 드날리는 그곳 ‘서울·도시’가 사람한테 어울린다고 여기겠지요. 시골에서 어찌 사느냐 여기니 서울사람입니다. ‘서울 그림책’은 그저 따갑고 메마르고 어지러울 뿐이겠지요. 빛이 없는 빛이 서울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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