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21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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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60



귤빛 감도는 거문딸기를 보았니?

― 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펴냄, 2014.4.25. 11000원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에 ‘딸기’라고 하면 그냥 딸기로만 알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딸기가 어디에서 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 시골집에 나들이를 가서야 비로소 밭자락에서 나는 딸기를 보았고, 딸기가 밭에 뿌리를 내린 줄기에서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외갓집 형이나 누나가 이끌어서 숲으로 마실을 가면서 개암을 처음으로 알았고, 들이나 숲에서 훑는 딸기나 오디도 알았습니다. 도시에서는 도무지 만날 수 없던 맛이자, 가게에서 파는 열매로는 느낄 수 없던 맛이었어요.


  이제 나는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살면서 아이들한테 시골맛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겨울이 저무는 봄에 봄나물 맛을 보여주고, 봄이 저물며 여름으로 접어드는 무렵에 들딸기 맛을 보여줍니다. 들딸기랑 나란히 오디 맛도 함께 보여주고요.



“엄마, 숲의 딸기가 제철이래요. 딸기잼 먹고 싶어요.” “딸기 따러 가고 싶어.” “응, 가고 싶다!” (2쪽)



  마츠오카 다츠히데 님이 빚은 그림책 《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천개의바람,2014)은 봄 끝자락이랑 여름 첫머리에 걸맞는 ‘제철 그림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지난가을에 장만하고는 바로 이 ‘제철’, 그러니까 ‘들딸기철’을 기다렸어요. 이 그림책은 아무래도 봄 끝자락하고 여름 첫머리에 가장 어울리면서 재미나고 신나기 때문입니다.



모두 강가에 왔어요. 노란 꽃이 핀 뱀딸기, 커다랗고 하얀 꽃이 핀 장딸기, 분홍색 꽃이 핀 멍석딸기를 발견했어요. (8쪽)



  들딸기나 숲딸기가 돋는 곳을 보면, 빨갛게 익은 딸기가 가득한 데에도 뒤늦게 꽃을 피우는 아이가 있어요. 딸기는 자꾸 넝쿨을 뻗으면서 새롭게 꽃을 피우고, 새롭게 열매를 맺어요. 일찌감치 꽃을 피운 아이는 오월 한복판부터 열매를 맺고, 느즈막히 꽃을 피운 아이는 유월이 저물 무렵에도 열매를 맺어 줍니다.


  요즈음 들마실이나 숲마실을 하면서 마주한 여러 가지 딸기 가운데 귤빛이 감도는 딸기가 있어요. 어떤 딸기인데 이렇게 귤빛일까 하고 한참 갸웃갸웃했지요. 아이들은 이제 뼛속까지 시골아이가 된 터라 새빨간 들딸기를 잘 훑어서 먹고, 뱀딸기도 잘 가려내는데, 귤빛 들딸기에는 선뜻 손을 뻗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먼저 먹을 테니 너희도 먹으렴. 못 먹을 만하면 너희한테는 안 주지.” 처음에는 ‘들딸기 같지 않다’고 여기던 아이들이지만, 한번 맛을 본 뒤에는 “우와, 빨간 딸기보다 훨씬 달아!” 하면서 나중에는 귤빛 딸기를 더 골라서 먹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 아이는 몇 해 앞서 ‘오디’도 처음에는 아주 낯설어 하면서 손을 안 대었어요. 이제는 숲에서 저희끼리 스스로 뽕나무를 찾아내어 오디를 씩씩하게 훑지만요. 아무튼, 우리가 들에서 만난 귤빛 딸기는 ‘거문딸기’라고 한다는군요.



딸기가 높이 있어도 괜찮아요. 쥐돌이 형제들은 나무 위로 살살 올라갔지요. 그러고는 나무딸기를 따서 밑에서 보자기를 펼치고 있는 청개구리 선생님과 엄마를 향해 떨어뜨렸어요. (16쪽)



  거문딸기는 거문도에서 처음 찾았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은 듯합니다. 그런데 《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은 일본 그림책입니다. 귤빛이 감도는 딸기는 거문도뿐 아니라 일본에도 제법 있구나 싶고, 저희는 고흥에서 만났으니 거문도뿐 아니라 바다랑 가까운 남녘에 두루 있으리라 느껴요.


  엊그제에는 들마실을 하면서 ‘나무딸기’도 만났습니다. 나무딸기는 넝쿨로 뻗는 아이하고 열매나 잎이 달라요. 나무딸기라는 이름처럼 줄기도 제법 억세고 야무집니다. 맛은 어떠할까 하고 훑어서 입에 넣으니 단맛도 새롭습니다.



딸기 설탕 조림, 딸기 젤리, 딸기 케이크, 딸기 주스 …… 맛있는 간식이 많이 생겼어요. 쥐돌이네 가족과 청개구리 선생님은 딸기 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28쪽)



  그림책 《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은 들딸기로 잼을 졸이는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들딸기로 케익을 굽는다든지, 젤리를 빚고, 주스를 우리는 길도 알려줍니다.


  그림책에는 청개구리 선생님하고 쥐돌이네 식구가 함께 나오는데, 그림책 주인공은 이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빚은 뒤에 잔치를 연다고 해요. 넉넉하게 얻고, 넉넉하게 지어서, 넉넉하게 나눈다고 합니다. 마을사람들은 청개구리 선생님하고 쥐돌이네 식구가 마련한 들딸기잔치를 실컷 즐겼다고 해요.


  그림책 이야기이지만 참 멋지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철에 숲과 들에서 선물처럼 얻는 기쁨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이 선물을 이웃한테 따스한 사랑으로 나누어 주는 손길을 보여주거든요. 숲이랑 들이 있기에 즐거운 시골이요, 숲이랑 들에서 얻은 기쁨을 나눌 수 있기에 아름다운 시골이라고 새삼스레 배웁니다. 2016.6.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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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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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9



꿈을 그리려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

― 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그림

 김세희 옮김

 봄봄 펴냄, 2004.2.25. 9500원



  꿈은 어떻게 그릴 적에 이루어질까요? 다른 사람한테 “해 줘!” 하면서 조르거나 “사 줘!” 하면서 달라붙으면 이루어질까요?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면 저희가 갖고 싶다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잔 제퍼스 님이 빚은 그림책 《나의 조랑말》을 보면, ‘조랑말 한 마리를 무척 갖고 싶은 가시내’가 나와요. 이 아이는 조랑말을 어찌나 사랑하는지, 밥상맡에도 조랑말 인형을 여럿 올려놓아요. 게다가 숙제를 하다가도 조랑말을 그림으로 그려요. 더욱이 아이 방에는 온통 ‘조랑말 그림’이에요. 아이가 바지런히 그린 ‘조랑말 그림’이 온 벽을 가득 채워요.



나는 조랑말을 갖고 싶었어요. 나는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조랑말을 갖고 싶었어요. (2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마 도시에 살지 싶습니다. 도시에 있는 작은 집이 고작인 어버이로서는 ‘조랑말을 갖고 싶다’고 하는 아이 바람을 들어 주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말 한 마리를 사는 값도 비쌀 테고, 말한테 줄 먹이 값도 만만하지 않을 테며, 말을 둘 자리라든지, 말이 눌 똥오줌을 치울 자리도 헤아리기 어렵겠지요.


  그러나 아이는 이 모두를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오직 ‘내 조랑말’을 갖고 싶어요. 조랑말을 타고 들판을 마음껏 달리고 싶어요. 조랑말을 타고 숲을 가르고 싶으며, 수많은 다른 조랑말에 둘러싸여서 함께 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랑 어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는 마냥 조르기만 해야 할까요? 어버이는 아이더러 ‘기다리라’고만 말합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해요. 아무래도 어버이로서는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는지 모를 테지요.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에도 나는 조랑말을 타는 꿈을 꾸었어요. 나는 이 조랑말을 실버라고 불렀어요. 실버는 얼룩무늬가 있고 반짝이는 털을 가지고 있었어여. 내가 실버를 그림으로 그리면, 마치 실버가 진짜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5쪽)



  이러던 어느 날이에요. 아이는 여느 날처럼 조랑말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보내요. 이렇게 하루를 보낸 뒤 여느 날처럼 책상맡에서 숙제 말고 ‘조랑말 그림’을 또 그렸어요. 그런데 이날은 그림을 그리다가 그만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었지요. 한손에 연필을 쥐고,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조랑말 그림에 살며시 엎드려서 꿈나라로 갔어요.


  아이는 꿈나라에서 ‘꿈에도 그리던 말’을 만납니다. 아이가 ‘실버’라는 이름을 붙여 준 말을 만납니다. 조랑말 실버는 달빛을 받으면서 하늘을 날아서 아이한테 찾아옵니다. 아이는 조랑말 실버를 타고 달빛을 밟으면서 먼먼 하늘을 날았고, 온누리 곳곳을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돌아다녀요.


  그래요. 꿈이에요. 꿈에서 꿈을 이루어요. 늘 그리고, 늘 생각하고, 늘 마음에 품은 조랑말을 꿈에서 만나면서 ‘꿈을 이룹’니다. 아이가 ‘내 조랑말’을 갖고 싶다고 했을 적에는 ‘눈앞에서 만지는 조랑말’이라는 뜻을 넘어서 ‘마음으로 기쁘게 만나며 누리는 조랑말’이었구나 싶어요.



우리는 소나무 향기 가득한 키 큰 나무가 있고 다람쥐들이 재잘거리는 숲으로 들어갔어요. 우리는 맑은 물과 얼룩무늬 돌들이 있는 개울 위를 빨리 달렸어요. 실버랑 나, 우리 둘은 달빛 속을 여행했어요. (8쪽)



  그림책을 살짝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는 두 가지를 해요. 하나는 “마음에 그리기”를 합니다. 그리운 조랑말을 마음으로 사랑스레 바라는 ‘그리기’를 합니다. 여기에 “종이에 그리기”를 합니다. 조랑말을 그리는 마음으로 손에 연필을 쥐고 종이에 조랑말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요. 이 ‘조랑말 그림’을 온 집안에 붙이고 늘 바라보았지요. 이러면서 아이는 두 가지 ‘꿈꾸기’를 해요. 하나는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꿈’을 꾸고, 다른 하나는 ‘밤에 잠들면서 꿈’을 꾸어요. “꿈을 꿈에서 이룬다”고 할까요? 꿈을 꿈에서 이루면서 기쁜 하루가 된다고 할까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아이는 ‘집에 조랑말을 두지’ 못해요. 이런 모습을 본다면 아이가 바라던 일은 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는 밤마다 꿈자리에서 늘 조랑말을 만나요.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동무한테도 말하지 않지만, 아이는 늘 조랑말을 꿈자리에서 만나요. 그러니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아이는 참으로 즐겁고 훌륭하며 멋지게 꿈을 이룬 셈이에요. 밤새 꿈자리에서 조랑말하고 하늘을 날고 들판을 가르면서 놀거든요.


  꿈을 이룬다는 일이란 ‘물건을 두 손에 쥐는’ 일만 가리키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꿈을 이룬다는 일이란 ‘날마다 기쁨이 넘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살림이리라 느낍니다.


  그림책에서 아이는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조랑말 사 달라’는 말을 이제 더 하지 않는다고 해요. 꿈자리에서 조랑말을 날마다 만나니까요. 우리가 어버이로서 아이가 마음에 품는 꿈을 이루도록 돕는다고 할 적에는 ‘아이 손에 장난감이나 어떤 물건’이 있도록 하는 몸짓을 넘어서야지 싶습니다. ‘아이 마음자리에 언제나 싱그럽게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꿈’이 깃들도록 할 수 있어야 하리라 느껴요. 2016.6.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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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피리 부는 카멜레온 187
앨리슨 제이 글.그림, 김영미 옮김 / 키즈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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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8



쓰레기 아닌 예쁜 발자국을 남겨요

―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앨리슨 제이 그림

 김영미 옮김

 키즈엠 펴냄, 2015.7.7. 9500원



  아이들하고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뜻하지 않은 ‘쓰레기’를 봅니다. 시골에서 시외버스를 탈 적에 시외버스 주머니에 덩그러니 놓인 쓰레기를 보지요. 버스를 타신 분이 쓰레기를 갖고 내리지 않으셨어요. 시외버스에서 내리면 맞이방 바깥에서 담배꽁초나 비닐봉지를 보지요. 담배를 태운 분들이 아무 데나 던지기 일쑤이고, 비닐 껍데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아무 데나 버려요. 도심지를 걷다 보면 빈 깡통이나 빈 커피잔이 곳곳에 있어요.


  아이들이 묻습니다. “아버지, 저기 쓰레기 있어!” “그래, 그렇구나.” “사람들은 왜 자꾸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 “그래, 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릴까? 즐겁게 잘 썼으면 알맞게 치우면 좋을 텐데 말이야.” “내가 사람들한테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고 말해 줄 테야.” “응,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다른 사람들 걱정에 앞서, 우리부터 우리 살림에서 쓰레기가 없도록 다스릴 수 있으면 돼.”


  자전거를 몰아 숲길이나 골짜기로 나들이를 가서 들딸기랑 멧딸기를 훑을 적에도 쓰레기를 봅니다. 들딸기를 훑던 아이가 다시금 쓰레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립니다. “누가 여기다 쓰레기를 버렸어!” 참말 그렇습니다. 누가 골짜기나 시골 숲길에까지 텔레비전이나 밥솥 같은 커다란 쓰레기까지 싣고 와서 버렸을까요? 누가 시골 풀섶에 빈 병이나 깡통이나 담뱃갑을 마구 버렸을까요?


  아이들하고 바닷가에 놀러갈 적에도 으레 쓰레기를 만나야 합니다. 바닷가에 놀러온 사람들이 그대로 놓고 간 쓰레기도 있지만, 물결에 떠밀려서 모래밭에 쌓인 쓰레기도 있어요.


  쓰레기 얘기만 거듭 했는데, 그림책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키즈엠,2015)을 읽다가 그만 쓰레기가 떠올랐어요. 이 그림책은 말이 한 마디도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맨 끝에 이르러 ‘우리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알려줍니다.



[바닷가] 바다와 육지가 맞닿아 있는 바닷가는 신기하고 멋진 것들로 가득해요. 바닷가에는 많은 동식물이 살고, 거북같이 육지와 먼바다를 오가며 생활하는 동물도 있어요.


[쓰레기] 종종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누군가 버리거나 파도에 쓸려 온 것들이지요. 쓰레기는 바닷가에 사는 생물들에게 아주 위험해요. 쓰레기를 잘못 먹거나 쓰레기가 몸에 엉켜 붙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어요.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우리한테 ‘남긴 것’은 참 많습니다. 예쁜 조개껍데기도 있을 테고, 바닷물에 닳고 닳아 반들반들해진 돌도 있을 테지요. 미역이 떠밀려 오기도 하고, 해파리나 불가사리가 떠밀려 오기도 해요. 때로는 커다란 고래까지 떠밀려 와요.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을 읽으면, 커다란 물결이 바닷가에 커다란 문어를 떠밀어 놓는 모습이 나옵니다. 바닷가에 놀러온 아이들은 이 커다란 문어를 바다로 돌려 보내려고 애씁니다. 그만 그물에까지 묶여 꼼짝하지 못하는 커다란 문어인데, 아이들이 영차영차 힘을 내니, 바닷속에서도 수많은 바닷물고기가 찾아와서 아이들을 거들어요.


  아름다운 바다 이야기가 아름답게 흐르고, 정갈하면서 싱그러운 바다 숨결이 정갈하면서 싱그러이 흐릅니다. 지저분하거나 쓰레기가 넘치는 바다나 바닷가가 아니라, 누구나 즐겁고 아름답게 누릴 바다 이야기를 담는 그림책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이라고 할 만해요.


  그림책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고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무엇을 남길까요?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에 무엇을 남길까요? 즐거움이나 기쁨을 남길까요? 사랑이나 꿈을 남길까요? 평화나 평등을 남길까요? 아니면 쓰레기를 남길까요? 군대와 전쟁무기를 남길까요? 싸움과 미움을 남길까요? 참말 우리는 이 땅에 무엇을 남기는 사람으로 하루를 살까요? 2016.5.2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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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나무 풀빛 그림 아이 15
숀 탠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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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7



희망 없는 아침을 맞이하며 고단한 이웃님께

― 빨간 나무

 숀 탠 글·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펴냄, 2002.10.21. 11000원



  숀 탠 님이 빚은 그림책 《빨간 나무》(풀빛,2002)를 선물로 받아서 펼치는데, 첫 쪽부터 숨이 막히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 그림책은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숨이 막히는 삶’을 보여주거든요. 줄거리가 ‘숨이 막혀서 괴로운 삶’을 보여주니, 이 그림책을 읽는 어버이로서도 괴롭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보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 가운데 ‘어린이보다 어른한테 어울리거나 걸맞는 그림책’이 있어요. 《빨간 나무》는 바로 어린이보다 어른한테 읽힐 때에 잘 어울리거나 걸맞을 만한 그림책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5쪽)



  왜냐하면, 오늘날 무척 많은 ‘어른’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모습을 느낀다고 하거든요. 메마른 사회에서 쳇바퀴를 똑같이 도는 하루를 맞이하기에 괴롭거나 고단합니다. 괴롭거나 고단한 나머지 어느새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하루를 맞이하고 맙니다.


  달력을 들여다보면 어느 때에는 끔찍하기조차 하지요. 정년퇴직을 하는 날까지 이 달력에 적힌 숫자대로 꼬박꼬박 날마다 똑같은 일만 해야 하거든요. 이러면서 받는 일삯은 그다지 크지도 않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웬만한 수험생도 ‘어른 못지않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하루를 맞이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대학교 가운데 이름이 높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중·고등학교 여섯 해를 보내야 하거든요. 푸르게 빛나는 나날이 아니라, 입시공부로 지옥 같은 나날이에요. 이런 지옥 같은 나날이라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이야, 신나는 아침!”이 아니라, “아이고, 지겨운 아침!”이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테지요.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귀머거리 기계. (11∼12쪽)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17쪽)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날 지나쳐 가고, (20쪽)



  메마른 사회에서는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는다고 느낄 만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만합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날 지나쳐” 가는구나 하고 느낄 만해요.


  그림책 《빨간 나무》를 펼치면서 피어나는 고단하고 괴로운 마음을 털고자 책을 한동안 덮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놀아야지!” 하고 노래하면서 잠옷바람으로 노는, 저녁에 눈을 감기까지 “더 놀고 싶어!” 하고 노래하면서 가까스로 꿈나라로 가는, 이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내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나도 어릴 적에 우리 아이들 못지않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놀았습니다. 다만, 국민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놀 수 있었어요. 중학교에 들어가는 날부터 머리를 박박 밀고 새벽 여섯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학교에 머물면서 입시공부를 해야 했고, 이런 나날은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이어졌어요.


  놀 수 없었고, 동무들하고 느긋한 한때를 누릴 수 없던 그무렵을 돌아보자니, 너무 끔찍합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지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열넷∼열아홉 살 즈음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가겠느냐고 한다면, 도무지 그무렵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득 바로 앞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31쪽)



  그림책 《빨간 나무》는 마지막 쪽에 이르러 ‘빨간 나무’ 한 그루를 보여줍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괴로움과 고단함에 시달리던 ‘그림책 주인공 아이’가 맨 마지막이 되어서야 비로소 ‘희망과 같은 빨간 나무’ 한 그루가 아이 마음속에서 자란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어쩌면 이 그림책 《빨간 나무》는 오늘날 수많은 아이들 마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수많은 아이들은 어른들 못지않게 ‘지겨운 공부(선행학습)’를 하느라 지치거나 힘들거든요.


  나는 국민학교를 다니는 동안 어떤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늘 노느라 바빴어요. 그렇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서너 군데뿐 아니라 예닐곱 군데나 열 군데가 넘는 학원에 다니기 일쑤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너무 바쁘고 힘들지요. 요즈음 아이들은 밤에도 쉬 잠들기 어렵지요. 숙제나 공부가 날마다 밀리니까요.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 희망이 자란다’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희망이란 이처럼 ‘그래도 있다’ 하고 말해야만 할까요?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거운 꿈과 노래로 지낼 수는 없을까요?


  아무도 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괴로워하기보다는, 스스로 짓는 즐거운 살림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달라지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기다리기보다는,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차분하게 지을 수는 없을까요?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그냥 지나쳐 간다고 슬퍼하기보다는, 아주 조그마한 것이라도 좋으니 아름다운 것을 우리 손으로 스스로 빚을 수는 없을까요?


  아무쪼록 아이들 마음자리에 즐거운 노래가 흐를 수 있기를 바라요. 어른들 마음자리에도 기쁜 웃음이 흐를 수 있기를 바라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새로운 아침을 반기면서 활짝 웃고 노래하는 사랑이 피어나기를 바라요. 2016.5.2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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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털털 막걸리 - 우리 발효 음료 막걸리 교과서 전통문화 그림책 1
김용안 글, 홍선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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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6



울릉섬에는 ‘후박막걸리’일까 ‘호박막걸리’일까?

― 시금털털 막걸리

 김용안 글

 홍선주 그림

 미래엔 아이세움 펴냄, 2016.1.30. 1만 원



  ‘교과서 전통문화 그림책’ 가운데 하나로 나온 《시금털털 막걸리》(미래엔 아이세움,2016)를 가만히 읽어 봅니다. 아이들한테 웬 술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들려주느냐 하고 물을 만할 테지만, ‘교과서 전통문화 그림책’이라는 이름처럼 막걸리는 그냥 술이 아닌 ‘한겨레가 예부터 가까이에서 즐기던’ 살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해요. 흙을 일구어 나락을 거둔 다음 겨를 벗긴 뒤에 쌀을 얻어서 밥을 짓듯이 막걸리도 함께 빚어서, 고된 일을 하고 난 몸을 달랜다든지 손님한테 드린다든지 했어요.



누룩은 따뜻한 방을 좋아해. 누룩은 방에서 15일 동안 푹 쉴 거야. 그때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곰팡이, 효모가 누룩에 붙어. 그래서 누룩에 하얗고 노란 꽃을 피우지. (9쪽)



  막걸리는 여러 가지 ‘발효 음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된장이나 김치처럼 막걸리도 잘 삭혀서 먹는 고마운 밥 가운데 하나이지요. 오늘날에는 집에서 누룩을 띄워서 막걸리를 손수 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손수 짓는 밥살림을 헤아리면서 아이랑 함께 ‘집술’을 담가 볼 만하리라 생각해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하고 집에서 막걸리나 된장을 빚을 수 있다면, 이러한 ‘집 막걸리’하고 ‘집 된장’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할 수 있어요. 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한테 아이가 ‘내가 손수 빚은 막걸리예요’ 하면서 선물로 드릴 수 있을 테고요.



막걸리를 만들려면 먼저 ‘고두밥’을 지어야 하거든. 고두밥은 쌀을 잘 불려서 찜통이나 시루에 찐 거야. 찜통에서 김이 폴폴 나고 있어. 항아리는 볏짚을 태운 연기를 쐬어서 소독을 해 둬. 그리고 술밥을 항아리에 담아 두면 돼. 며칠이 지나면 막걸리가 발효되기 시작해. 발효되는 소리가 들리니? 부글부글, 뽀글뽀글 화산이 끓는 소리 같아. (10쪽)



  그림책 《시금털털 막걸리》를 펼치면, 먹걸리를 놓고 깊거나 넓게 살피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막걸리가 어느 때부터 비롯했는가를 헤아리고, 막걸리를 언제 어떻게 즐겼으며, 막걸리를 어떻게 빚거나 담그는가 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막걸리를 집집마다 빚던 살림이 갑자기 왜 끊어졌는가를 밝히며, 아이들이 저마다 손수 짓는 살림을 익히도록 돕는 이야기를 알려주어요.


  그림책을 아이랑 함께 보면서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 빈 독이 셋 있는데, 잘 말린 쑥을 태워서 독을 소독하고는, 이 독에다가 ‘우리 집 막걸리’를 한번 빚어 볼까 하고요. 올해에는 아이들하고 ‘집 막걸리’를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더군다나 우리 집에는 마당에 우람한 후박나무가 있어요. ‘후박막걸리’를 담가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매실막걸리’라든지 ‘모과막걸리’를 담가 볼 만해요. 우리 집에는 매화나무하고 모과나무가 있거든요. 늦가을이나 겨울에 뒤꼍 유자나무에서 유자를 따면 ‘유자막걸리’를 담글 수도 있습니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시절, 일제는 집에서 술 빚는 것을 막고 강제로 누룩 만드는 곳을 없앴어. 그래서 우리 술과 누룩은 거의 사라졌어. 23쪽)



  그런데 《시금털털 막걸리》에서는 “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막 거른 술’이야. 네가 무슨 일을 막 한다면 그건 대충 한다는 뜻일 거야(6쪽).” 하고 이야기해요. 이 대목을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막 거른 술”은 “대충 거른 술”을 가리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막’이라는 한국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첫째, “바로 이때”나 “갓”을 가리킵니다. 둘째, “함부로”나 “마구”를 가리키지요. 이 두 가지 뜻 가운데 ‘막걸리’를 으레 둘째 것으로 여기곤 하는데, 막걸리를 빚거나 담는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마구 걸러서 담근다”거나 “아무렇게나 걸러서 빚는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품이나 겨를이 무척 많이 오래 들거든요. 누룩을 띄운다든지 고두밥을 지을 적에 ‘함부로’ 하지 않아요. 체나 천에 거를 적에도 ‘마구잡이’로 거르지 않아요.


  그러고 보면, ‘막국수’를 ‘마구’로 풀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친 메밀가루”를 쓴대서 ‘마구’로 여길 수도 있을 만하지만, 국수를 손수 빚어서 삶으려면 이때에도 손이며 품이며 겨를이 참으로 많이 들지요. 예부터 우리가 먹거나 입거나 짓는 살림 가운데 ‘마구(막)’ 하는 일은 없다고 느껴요. 모두 오래 손을 쓰고, 깊은 품을 들이며, 참으로 긴 겨를을 기다리고 지켜보면서 짓는 살림입니다.


  그러니까 막걸리라고 할 적에는 “담그고 나서 막 마실 수 있는”, 다시 말하자면 “갓 걸러서 담근 맛으로 즐기는 술”을 ‘막걸리’라고 할 만하지요. 오래도록 술독에 두어서 아주 깊이 우러나도록 하고 난 뒤에 즐기는 술이 아니라, “담가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술이 막걸리이거든요.


  그리고 《시금털털 막걸리》를 읽다 보니, “울릉도에서 많이 나는 것은? 맞아, 호박이야. 울릉도에서는 호박을 넣어 노란 호박 막걸리를 만들었어(26쪽).” 같은 대목이 나와요. 이 그림책을 쓰신 분은 ‘울릉도 호박엿’하고 ‘울릉도 호박막걸리’를 말하려 하셨구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잘못된 얘기예요. 무엇이 잘못인가 하면, 울릉도에서는 처음에 ‘호박엿·호박막걸리’를 빚지 않았습니다. 섬에서 빚은 엿하고 막걸리가 뭍에 잘못 알려져서 그만 ‘호박’으로 잘못 퍼졌어요.


  우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에서도 비슷한 엿이나 막걸리를 예부터 빚었다고 해요. 어떤 엿이나 막걸리인가 하면 ‘후박나무 껍질과 열매’로 빚는 엿이나 막걸리입니다. 후박나무는 소금기가 묻은 바닷바람이 부는 따스한 고장에서만 자라요. 이 후박나무에서 얻은 껍질하고 열매를 섞어서 빚는 엿이나 막걸리는 뱃사람이 뱃멀미를 하지 않도록 하는 약과 같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후박엿·후박막걸리’이지요.


  후박나무는 전남·경남 바닷가라든지 울릉도나 가거도 같은 섬에서 볼 수 있는 나무예요. 이러다 보니 바다와 멀리 떨어진 뭍에서는 ‘후박나무’를 모르기 일쑤이고, ‘후박엿’을 ‘호박엿’으로 잘못 말했다고 해요. 요새는 울릉도에서 아예 호박으로 엿이나 막걸리를 빚기도 한다지만(사람들이 워낙 잘못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박나무를 지키려는 뜻으로 웬만해서는 후박나무 껍질을 안 벗기려 한답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빚은 엿하고 막걸리는 ‘후박엿·후박막걸리’예요. 어린이한테 한겨레 옛살림을 들려주는 그림책인 《시금털털 막걸리》인 만큼, ‘막’이라는 낱말하고 ‘후박막걸리’라는 대목은 바로잡아 주어야지 싶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막걸리나 술은 ‘빚다’나 ‘담그다’라는 낱말로 나타냅니다. 막걸리나 술은 ‘만들다’라는 낱말로 나타내지 않아요. 이 그림책에서는 거의 모든 자리에서 “막걸리를 만든다”처럼 쓰는데, 이 말투도 “막걸리를 빚는다”나 “막걸리를 담근다”로 고쳐 주어야지 싶어요. 2016.5.1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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