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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ㅣ 피리 부는 카멜레온 187
앨리슨 제이 글.그림, 김영미 옮김 / 키즈엠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8
쓰레기 아닌 예쁜 발자국을 남겨요
―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앨리슨 제이 그림
김영미 옮김
키즈엠 펴냄, 2015.7.7. 9500원
아이들하고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뜻하지 않은 ‘쓰레기’를 봅니다. 시골에서 시외버스를 탈 적에 시외버스 주머니에 덩그러니 놓인 쓰레기를 보지요. 버스를 타신 분이 쓰레기를 갖고 내리지 않으셨어요. 시외버스에서 내리면 맞이방 바깥에서 담배꽁초나 비닐봉지를 보지요. 담배를 태운 분들이 아무 데나 던지기 일쑤이고, 비닐 껍데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아무 데나 버려요. 도심지를 걷다 보면 빈 깡통이나 빈 커피잔이 곳곳에 있어요.
아이들이 묻습니다. “아버지, 저기 쓰레기 있어!” “그래, 그렇구나.” “사람들은 왜 자꾸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 “그래, 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릴까? 즐겁게 잘 썼으면 알맞게 치우면 좋을 텐데 말이야.” “내가 사람들한테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고 말해 줄 테야.” “응,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다른 사람들 걱정에 앞서, 우리부터 우리 살림에서 쓰레기가 없도록 다스릴 수 있으면 돼.”
자전거를 몰아 숲길이나 골짜기로 나들이를 가서 들딸기랑 멧딸기를 훑을 적에도 쓰레기를 봅니다. 들딸기를 훑던 아이가 다시금 쓰레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립니다. “누가 여기다 쓰레기를 버렸어!” 참말 그렇습니다. 누가 골짜기나 시골 숲길에까지 텔레비전이나 밥솥 같은 커다란 쓰레기까지 싣고 와서 버렸을까요? 누가 시골 풀섶에 빈 병이나 깡통이나 담뱃갑을 마구 버렸을까요?
아이들하고 바닷가에 놀러갈 적에도 으레 쓰레기를 만나야 합니다. 바닷가에 놀러온 사람들이 그대로 놓고 간 쓰레기도 있지만, 물결에 떠밀려서 모래밭에 쌓인 쓰레기도 있어요.
쓰레기 얘기만 거듭 했는데, 그림책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키즈엠,2015)을 읽다가 그만 쓰레기가 떠올랐어요. 이 그림책은 말이 한 마디도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맨 끝에 이르러 ‘우리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알려줍니다.
[바닷가] 바다와 육지가 맞닿아 있는 바닷가는 신기하고 멋진 것들로 가득해요. 바닷가에는 많은 동식물이 살고, 거북같이 육지와 먼바다를 오가며 생활하는 동물도 있어요.
[쓰레기] 종종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누군가 버리거나 파도에 쓸려 온 것들이지요. 쓰레기는 바닷가에 사는 생물들에게 아주 위험해요. 쓰레기를 잘못 먹거나 쓰레기가 몸에 엉켜 붙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어요.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우리한테 ‘남긴 것’은 참 많습니다. 예쁜 조개껍데기도 있을 테고, 바닷물에 닳고 닳아 반들반들해진 돌도 있을 테지요. 미역이 떠밀려 오기도 하고, 해파리나 불가사리가 떠밀려 오기도 해요. 때로는 커다란 고래까지 떠밀려 와요.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을 읽으면, 커다란 물결이 바닷가에 커다란 문어를 떠밀어 놓는 모습이 나옵니다. 바닷가에 놀러온 아이들은 이 커다란 문어를 바다로 돌려 보내려고 애씁니다. 그만 그물에까지 묶여 꼼짝하지 못하는 커다란 문어인데, 아이들이 영차영차 힘을 내니, 바닷속에서도 수많은 바닷물고기가 찾아와서 아이들을 거들어요.
아름다운 바다 이야기가 아름답게 흐르고, 정갈하면서 싱그러운 바다 숨결이 정갈하면서 싱그러이 흐릅니다. 지저분하거나 쓰레기가 넘치는 바다나 바닷가가 아니라, 누구나 즐겁고 아름답게 누릴 바다 이야기를 담는 그림책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이라고 할 만해요.
그림책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고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무엇을 남길까요?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에 무엇을 남길까요? 즐거움이나 기쁨을 남길까요? 사랑이나 꿈을 남길까요? 평화나 평등을 남길까요? 아니면 쓰레기를 남길까요? 군대와 전쟁무기를 남길까요? 싸움과 미움을 남길까요? 참말 우리는 이 땅에 무엇을 남기는 사람으로 하루를 살까요? 2016.5.2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