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 스웨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2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3



어항은 물고기한테는 감옥이라구!

―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7.11.10. 7500원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시공주니어,2007)를 읽습니다. 한국말로 나온 이녁 그림책 가운데 《펠레의 새 옷》이 있습니다. 《펠레의 새 옷》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새 옷’ 한 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 손길을 타야 하는가를 다룰 뿐 아니라, 아이가 둘레 어른들 일손을 거들기도 하고 스스로 씩씩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해내면서 비로소 옷 한 벌을 얻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는 ‘꼬마 물고기’하고 ‘꼬마 아이’가 나옵니다. 꼬마 물고기는 물 바깥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사람’을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꿈을 키웁니다. 꼬마 아이는 물 안쪽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물고기’를 낚시로 꼭 한 번 낚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그 커다란 개구리가 누군데요?” 꼬마 날쌘이가 물었어요. “‘사람’이라고 하지.” 가자미 아줌마가 대답했어요. “사람을 한번 보고 싶어요!” 날쌘이가 말했어요. “이 녀석, 큰일 날 소릴 하는구먼!” (4쪽)



  물 안팎을 둘러싸고 궁금한 것이 많은 두 ‘어린이(어린 물고기하고 어린 사람)’는 어느 날 드디어 만납니다. 꼬마 물고기는 낚싯줄에 걸린 미끼가 맛있어 보여서 덥석 물어요. 이제껏 낚시놀이를 하며 물고기를 낚은 적이 없던 꼬마 아이는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지요.


  사람한테 낚인 물고기는 ‘잡혔어도 사람 모습을 똑똑히 보고 싶어서 씩씩하게 얼굴을 마주봅’니다. 물고기를 낚은 아이는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았지만 너(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고 살뜰히 돌봐 주겠노라’ 하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물고기를 넣을 만한 것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토마스는 장화 한 짝을 벗어 물을 채웠지요. 그리고 날쌘이를 그 안에 놓아주었어요. 가엾은 날쌘이! 장화 속 세상은 맑은 강하고는 전혀 달랐어요! (10쪽)



  우리 집 아이들이 마을 빨래터에서 놀다가 미꾸라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옵니다. 아이들이 데리고 온 미꾸라지는 죽었습니다. 빨래터에서 놀려고 하다가 미꾸라지를 보았는데 그때부터 죽었다고 해요. 아이들은 죽은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작은 통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왔고, 죽었어도 오랫동안 쳐다보면서 함께 놀았어요.


  지난번에는 빨래터에서 물방개를 데려오기도 했고, 거머리나 게아재비를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소금쟁이도 데려오려다가 소금쟁이가 가볍게 뛰어서 통을 빠져나가니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어요.



가자미 아줌마가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마음씨 곱고 착한 사람 개구리야, 빨리 우리 날쌘이를 감옥에서 풀어 줘.” 그러자 토마스가 다시 얼굴을 내밀고 말했어요. “감옥이 아니라 어항인데…….” “날쌘이가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 모르겠니?” (18쪽)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를 보면, 꼬마 물고기 날쌘이가 사람한테 잡힌 뒤, 다른 물고기들이 날쌘이를 되찾으려고 애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꼬마 물고기더러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꼬마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들이 들려준 말을 귓등으로 흘렸어요. 다른 물고기들은 못물에서 아주 오래 살면서 마법을 쓸 줄 안다는 늙은 개구리한테 찾아갔고, 늙은 개구리는 ‘꼬마 물고기를 되찾겠다는 물고기들’한테 다리가 생기게 해 주어요.


  물고기한테 다리라니! 아무튼 물고기들은 다리를 얻은 뒤 곧바로 꼬마 아이네 집으로 찾아가지요. 꼬마 아이더러 ‘어항’은 물고기한테 ‘아늑한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일깨우지요.


  물고기한테 다리가 생겨서 동무 물고기를 되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고기도 애타게 바라고 바란 끝에 다리를 얻어서 동무 물고기를 되찾겠다는 뜻을 이룰 수 있어요. 우리를 둘러싼 온누리에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개구리도 개처럼 헤엄을 잘 쳐. 두고 봐,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법도 곧 배울 테니까. 뭐니 뭐니 해도 물고기헤엄이 최고지!” 토마스가 깔깔 웃으면서 말했어요. 토마스가 헤엄치는 법을 배웠다고 날쌘이가 전하자 큰 물고기들이 말했어요. “토마스란 녀석, 그래도 바보는 아닌가 봐. 우리처럼 되려고 하는 걸 보면 생각이 꽤 깊은 애야. 맑고 상쾌한 물속을 미끄러지듯 헤엄쳐 다니는 대신 땅 위를 두 다리로 걸어다녀야 하는 사람 개구리들은 참 불쌍해.” (24∼25쪽)



  물고기한테는 물이 집입니다. 못물이나 냇물이나 바닷물이 바로 물고기한테 집입니다. 사람한테는 뭍이 집입니다. 들이나 숲이나 마을이나 뭍에서 이루는 터전이 집입니다. 물고기는 물살을 헤치면서 헤엄질로 삶을 누려요. 사람은 땅에 두 다리를 딛고 바람을 마시면서 살림을 누려요. 물고기는 맑고 싱그러운 물결을 한껏 누리면서 즐겁게 지내요. 사람은 맑고 밝은 바람과 햇살을 고루 누리면서 즐겁게 어우러져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꼬마 물고기를 얼른 놓아 줍니다. 꼬마 물고기를 얼른 놓아 준 뒤로 이 아이는 크게 바뀝니다. 먼저 개구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개구리는 아이한테 개구리헤엄을 가르쳐 주지요. 개구리헤엄을 익힌 아이가 물살을 마음껏 저으며 놀자, 꼬마 물고기가 아이한테 다가와서 함께 놀아요. 어항이 아닌 물속에서 다시 만난 ‘두 어린이’는 서로 홀가분한 기쁨을 누려요.


  앞으로 아이는 ‘물고기가 들려주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이러면서 ‘물고기헤엄’까지 배울 수 있을까요? 아이 누나나 아이 어버이나 아이 이웃이나 아이 동무는 이 아이가 ‘개구리랑 물고기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는’ 줄 모릅니다. 아이는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삶을 하나씩 익히면서 더욱 즐겁게 놀 뿐 아니라, 둘레에 있는 작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배우는 기쁨, 노는 즐거움, 처음 맛보는 놀라움, 새롭게 마주하는 이웃,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가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붓끝하고 줄거리로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2016.8.1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벨 이마주 95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2



할아버지한테서 비행기를 선물로 받은 아이는

―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시마다 유카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중앙출판사 펴냄, 2007.10.25. 9000원



  시마다 유카(島田 ゆか) 님이 빚은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중앙출판사,2007)를 천천히 되새기며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바무와 게로’ 이야기가 여러모로 나왔습니다. 이를테면 겨울낚시 이야기나 팬케이크 굽는 이야기나 집안 청소 이야기 같은 그림책이 두루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2002)이 나왔고, 다음으로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2007)이 나왔으며, 《바무와 게로의 일요일》(2009)까지 나왔어요.


  바무와 게로가 나오는 그림책은 어린 ‘바무(개)’하고 ‘게로(개구리)’가 살가운 동무로 지내면서 스스로 살림을 짓고 스스로 삶을 짓는 이야기가 앙증맞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두 어린 바무하고 게로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면서 새로움을 느껴요. 때때로 잘못을 저지르지만, 언제나 웃음하고 노래로 일을 마무리지어요. 더군다나 두 아이는 자동차를 몰고 비행기를 날며 마음껏 나들이를 즐기거나 모험을 해요.



바무에게. 돌아오는 일요일은 할아버지의 여든 살 생일이니까, 게로랑 같이 놀러 오너라. 참! 올 때 다락방에 있는 내 소중한 책도 가져다주렴. 할아버지가. (1쪽)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은 바무네 할아버지가 바무한테 보낸 글월로 이야기를 열어요. 곧 할아버지 생일이 다가온다면서 할아버지는 바무한테 ‘비행기’를 선물로 보내요. 다만 비행기를 선물로 보내되 비행기 부품입니다. 바무하고 게로는 할아버지 선물을 기쁘게 받아서 밤새도록 짜맞추기(조립)를 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몹시 좋아합니다. 어른이 다 지어서 주는 ‘완제품 비행기’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부품을 하나씩 맞추어서 ‘스스로 엮는 비행기’이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러우면서 재미나요.


  바무하고 게로는 밤새 비행기 부품을 맞추는데, 그냥 부품 맞추기만 하지 않아요. 이 일을 하기 앞서 먼저 배부르게 먹습니다. 잘 먹은 뒤에 한 조각씩 맞추면서 그림도 그려요. 비행기 몸통에 글씨도 그림도 신나게 넣습니다.



할아버지 편지에는 ‘맨 처음 보이는 것은 양파 산맥이니 그 위를 날아갈 때는 반드시 고글을 쓸 것!’ (11쪽)



  아이들은 손수 해 보기를 좋아합니다.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인 터라 무엇이든 스스로 부대끼고 스스로 맞이하면서 스스로 헤치고 싶습니다. 짜맞추다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하지요. 짜맞추다가 어딘가 엉성하면 그때그때 새로 짓지요. 스스로 짓거나 맞춘 것에 글씨를 넣거나 그림을 그리는 까닭은 스스로 이룬 것이 반갑고 기쁘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두 아이는 할아버지가 선물한 비행기를 타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난 모험을 누립니다. 양파가 가득한 곳을 지나고, 물뱀이 혀를 내미는 곳을 건너며, 박쥐가 우굴거리는 곳을 가로질러요.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닥뜨리기 앞서 미리 살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닥뜨리는 때에 아이들 나름대로 슬기를 짜내어 이 고비를 넘깁니다. 아무렴, 아이니까 아이답게 고비를 넘기지요. 아이는 아이대로 가뿐하면서 씩씩하게 고비를 벗어나지요.



한참 날아가니까, 바위 동굴이 보였어. 편지에는 ‘이 동굴을 지나면 거의 다 온 셈이야.’라고 씌어 있어. (24쪽)



  하늘을 날며 할아버지한테 찾아가는 그림책을 본 아이가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가 타고 싶은 비행기는 공항에서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아닙니다. 아이는 비행기부터 손수 짓고 싶습니다. 손수 지은 비행기를 손수 몰아서 하늘을 가르고 싶습니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가는 여객 비행기가 아니라, 들을 가르고 바다를 지나며 높은 멧자락을 넘는 비행기를 타고 싶습니다.


  집하고 일터 사이를 날마다 똑같이 자동차로 오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터전을 꿈꾸며 달릴 수 있는 길이 재미있겠지요. 뻔한 곳을 오락가락하는 길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한 길이 재미나겠지요. 하늘을 가르는 바람을 온몸으로 쐬고, 구름 한복판을 지나며, 무지개를 따라 날 수 있는 하늘길이 신나리라 느껴요. 아이들하고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을 읽으면서 우리한테 ‘우리 집 비행기’가 있어서 마음껏 하늘을 가른다면 신바람을 내면서 멋진 마실을 누릴 만하겠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2016.8.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 맞은 토끼 비룡소의 그림동화 114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1



토끼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여우

― 도둑맞은 토끼

 클로드 부종 글·그림

 이경혜 옮김

 비룡소 펴냄, 2004.2.27.



  어머니는 아이를 가르칩니다. 어머니는 이녁이 어머니이기 앞서 아이였던 지난날 이녁 어머니한테서 배운 대로 가르칩니다.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삶과 살림을 배우고, 이렇게 배운 삶과 살림을 나중에 어버이가 되어 새삼스레 이녁 아이한테 가르쳐요. 이러는 동안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시나브로 피어납니다. 어버이한테는 아이를 돌보는 사랑이 피어나고, 아이한테는 어버이를 바라보는 사랑이 피어나요.



어느 컴컴한 밤이었어요. 여우 한 마리가 살금살금 토끼네 집으로 몰래 들어가 아기 토끼를 안고 나왔지요. 그러고는 부랴부랴 자기 집으로 줄행랑쳤어요. 엄마 여우는 토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기 여우에게 토끼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3∼4쪽)



  클로드 부종 님이 빚은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비룡소,2004)에는 아이를 가르치려는 ‘어미 여우(어머니)’가 먼저 나옵니다. 어미 여우(어머니)는 여우로서 여우답게 토끼를 사냥해서 맛나게 먹는 길을 새끼 여우(아이)한테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미 여우는 새끼 토끼를 솜씨 있게 잡아서 새끼 여우한테 가지고 와요.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가 보여주는 대로 새끼 토끼를 다루려고 애써 보는데, 뜻밖에도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사냥이 서툴 테지요. 어미 여우가 이제껏 여러 ‘작은 들짐승’을 잡아서 저한테 고기(밥)를 내어주었을 텐데, ‘산 토끼(산 채 잡아서 코앞에서 죽여서 먹을 밥이 될 토끼)’는 처음으로 마주하는지 이래저래 잘 안 되어요.


  어미 여우는 이를 지켜보다가 살짝 마실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어미 여우는 여러모로 할 일이 많거든요. 새끼 여우가 새끼 토끼를 이래저래 다루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겠거니 여기면서 집을 비워요.



엄마 토끼는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 다들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내 신세만큼 딱하지는 않을 거야. 잠깐 한눈팔았다고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다니!” (15쪽)



  그런데 말이지요,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에서는 어미 여우가 생각하지도 못하던 일이 생깁니다. 새끼 여우는 새끼 토끼를 잡아서 어미처럼 ‘족치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데, 어느새 둘은 ‘잡기 놀이’를 하거든요.


  아이들이란 그렇지요. 한창 배우다가도 놀이로 바뀝니다. 아니, 아이들은 모든 배움이 언제나 놀이예요. 놀면서 웃고, 놀다가 배우고, 노는 사이에 노래하며, 노는 동안 무럭무럭 자라요.



어느새 둘은 깔깔거리며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떼굴떼굴 구르기도 하고 … 그러다가 지쳐서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어요. 그때 엄마 여우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지요. “아니, 이게 어찌된 거야?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내 아들이 토끼랑 친구처럼 앉아 있다니, 세상에. 이런 창피한 일이 어디 있담!” (22∼25쪽)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한테 토끼 사냥을 가르치려 할 즈음, 새끼를 잃은 어미 토끼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어미 토끼는 살짝 한눈을 팔았다고 스스로 뉘우치지만, 어미 토끼는 새끼 토끼가 먹을 밥을 챙기느라 새끼를 지켜보지 못했어요. 이동안 어미 여우가 새끼 토끼를 데려갔으니까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고, 이곳저곳 헤매면서 새끼 토끼를 찾아다니는데, 어미 토끼는 끝끝내 새끼 토끼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여우굴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도 할 테고, 여우가 잡아갔는지 다른 무서운 짐승이 잡아갔는지 하나도 몰라요.



아기 여우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내가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고? 싫어! 절대로 안 그럴 거야!” 아기 여우는 도무지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혼날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27쪽)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이모저모 살림을 보여주고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나를 어버이로 삼아서 나한테서 이모저모 살림을 엿보면서 배웁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한테서 배울 만한 즐거운 살림이 되도록 하루를 지으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즐겁게 뒹굴면서 하루 내내 마음껏 노래하려 합니다.


  어미 여우로서는 새끼한테 사냥을 가르치면서 물려주고 싶습니다. 어미 토끼로서는 여우 같은 무서운 짐승을 잘 살피면서 몸을 숨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르치면서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두 새끼 짐승한테서 새로운 일이 생겨요. 새끼 여우하고 새끼 토끼는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로 거듭났거든요.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가 바라듯이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서 먹기를 바라지 않아요. 어미 여우를 거스르기로 마음을 먹어요. 이제 어깨동무를 하는 살가운 새끼 토끼이니, 이 사랑스러운 동무를 지키자고 생각을 굳혀요.


  어미 토끼는 새끼 토끼가 새끼 여우하고 동무가 된 줄 알까요? 아마 모르리라 생각해요. 새끼 토끼하고 새끼 여우가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가 된 줄은 꿈조차 못 꾸겠지요. 두 어미 짐승은 저희 새끼 짐승이 앞으로 어떤 살림을 새로 지을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리라 느껴요.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를 읽으며 우리 보금자리를 돌아봅니다. 나는 나대로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가르치고 싶은 슬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는 아이들 나름대로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우고 싶은 슬기 말고도 저희끼리 앞으로 ‘새로 지어서 누리거나 나누고픈 꿈’이 있어요.


  나는 두 가지를 해야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첫째, 어쨌든 어버이로서 내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아이들한테 고이 물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둘째,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면서 새로운 살림을 짓도록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북돋울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보탠다면, 어버이인 나도 ‘오늘 이 자리’에 머물지 말고, 내 슬기를 한결 새롭게 가다듬거나 가꿀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요. 토끼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여우처럼, 나는 앞으로 너그러우면서 따스한 품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엄마는 외국인 햇살그림책 (봄볕) 9
줄리안 무어 글, 메일로 소 그림, 박철화 옮김 / 봄볕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0



노래하고 안고 웃는 ‘우리 엄마’

― 우리 엄마는 외국인

 줄리안 무어 글

 메일로 소 그림

 박철화 옮김

 봄볕 펴냄, 2016.4.1. 13000원



  줄리안 무어 님이 글을 쓰고, 메일로 소 님이 그림을 그린 《우리 엄마는 외국인》(봄볕,2016)을 천천히 넘깁니다. 이 그림책에는 어느 한 나라에 모인 여러 나라 어머니들이 나옵니다. 여러 나라에서 살다가 어릴 적에 어느 한 나라로 왔다는 ‘외국인 엄마’는 처음부터 외국인이 아니었어요. 이분들은 예전에는 어느 다른 나라에서 수수하게 자라던 여느 어린이였어요. 이러다가 어버이 손에 이끌리든, 아니면 입양이 되었든, 또는 다른 까닭이 있어서 어느 한 나라로 왔어요.



우리 엄마는 외국인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왔어요. 엄마가 열 살 때, 커다란 가방 하나만 들고서 말이에요. (2쪽)


우리 엄마처럼 여기 사람이 아닌 엄마들은 다르게 행동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죠. “꼭 신발을 벗을 필요는 없어요.” “수프를 학교에 가져오는 게 아니래요.” “엄마, 다른 애들은 볼에 입을 세 번씩 맞추지 않아요.” (7쪽)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이 나라로 와서 살다가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짝을 만납니다. 이제 ‘다른 나라’는 어느덧 ‘새로운 고향나라’가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고향나라에 살더라도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모습은 쉽사리 바뀌지 않아요.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쓰던 말은 아직 ‘어머니들’ 입가를 맴돕니다.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듣고 부른 노래는 아직 어머니들 마음속에 흐릅니다.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입고 즐기던 옷도,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누리던 잔치도, 태어난 고향나라에서 주고받던 이야기나 익살도 고스란히 남아요.



엄마들이 말을 하면 모두 쳐다봐요. 억양이 달라서 이상하게 들리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해서 엄마들은 말을 다시 배워야 했지요. 엄마들은 우스꽝스런 표현을 잘 쓰는데, 스코틀랜드나 이탈리아, 일본 출신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워요. (10쪽)


엄마는 이따금 독특한 모양으로 머리를 땋아 줘요. 1학년만 지나면, 엄마 마음대로 땋지 못 하게 할 거예요. 엄마는 가끔 이상한 말로 노래 불러요. 나도 그 노래를 알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따라 불렀거든요. (18∼19쪽)



  새로운 고향나라에 뿌리를 내려서 새로운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두 나라를 고향으로 삼으면서 지내는 어머니를 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림책 《우리 엄마는 외국인》은 ‘외국인 엄마’를 두었으나, 이 ‘외국인’인 사람은 외국인이라는 틀을 넘어서 ‘엄마’라고 하는 대목에서 언제나 사랑스럽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 엄마’는 눈에 확 뜨이거나 도드라지는 외국사람일 테지만, 내(아이)가 바라보기에는 언제나 믿음직하고 따스하며 너그러운 어머니라고 하는 대목을 찬찬히 밝혀요.



엄마들이 무얼 배우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에요. 그래도 엄마들은 매일매일 더 많이 배워요. (25쪽)


엄마는 글을 가르쳐 주고, 슬플 때는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화가 났을 때는 꼭 안아 주었어요. (26∼27쪽)



  어머니는 어디에서나 어머니입니다. 아버지도 어디에서나 아버지일 테지요? 어머니가 아이들을 낳아서 보살핍니다. 말을 가르치고 노래를 불러 줍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말을 가르치고 노래를 불러 줄 테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꼭 안아 주고 즐겁게 함께 놀 테고요.


  그나저나, ‘외국인 엄마’가 낳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하군요. ‘나’도 ‘외국인 아이’가 되려나요. 아니면, 나는 그냥 ‘내국인 아이’가 되려나요.


  이렇게 따지면 좀 우습습니다. 한쪽은 외국사람이요, 다른 한쪽은 내국사람이라고 하니까 말이지요. 모두 똑같은 사람일 테고, 모두 똑같은 사랑으로 자라는 아이일 텐데요.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누구라도 알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걸.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니에요. 그냥 엄마예요. (33∼34쪽)



  살빛이 달라도 어머니요 아이예요. 눈빛이 달라도 어머니요 아이예요. 말씨가 다르든 얼굴이 다르든, 머리카락 빛깔이 다르든, 참말 대수롭지 않아요. 모두 사랑스러운 어머니요 아이입니다.


  ‘다문화’라고 하는 이름을 넘어서 서로 이웃이요 동무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에서도, 지구별 어느 나라에서도, 참으로 서로서로 아끼고 따사로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이웃으로 지낼 수 있기를 바라요. 어버이는 사랑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는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새롭게 사랑을 꿈꾸는 멋진 어른으로 자랍니다. 2016.7.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원의 길 ㄱㄴㄷ 구원의 길
유외영 지음, 김현주 그림 / 언약의책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69



너를 살리는 손길은 바로 네 손길

― 구원의 길 ㄱㄴㄷ

 유외영 글

 김현주 그림

 언약의책 펴냄, 2016.2.22. 13000원



  아이들하고 영화나 책을 함께 보면서 늘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아, 이 영화에 나오는 이 아이가 어떻게 되었니? 이 책에 나오는 이 아이는 어떻게 이런 힘을 쓰니? 하늘에서 번쩍 하면서 돈이 떨어졌니? 땅에서 우지끈 하면서 힘이 솟아났니?


  이렇게 아이들한테 물으면 아이들은 “아니!” 하고 노래합니다. 다시 아이들한테 물어요. 자, 그러면 말이야, 어떻게 이 아이는 저 벼랑에서 모든 가시밭길을 헤치면서 저렇게 일어설 수 있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이 아이는 어떻게 이런 힘을 내면서 모든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이제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스스로?” 하고 한 마디를 읊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해요. 맞아, 영화나 책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똑같아.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해서 마음에 씨앗으로 심으면 모든 일은 즐겁게 일어나서 아름다운 살림을 펼칠 수 있어.



ㄱ, 그리스도 예수님

ㄴ,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셨지



  유외영 님이 글을 쓰고, 김현주 님이 그림을 그린 《구원의 길 ㄱㄴㄷ》(언약의책,2016)을 가만히 읽어 봅니다. 우리 집은 예배당을 다니지 않습니다. 예배당을 다니지 않는 집에서는 이 그림책을 보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배당을 다니는 집에서라면 이 그림책은 즐겁고 재미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길동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글 닿소리 열넉 자를 바탕으로 ㄱ부터 ㅎ까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잇는 그림책이에요. 지식으로 아이들을 옭아매지 않고, 즐거운 이야기로 아이들한게 생각날개를 펼치도록 도우려는 그림책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서양에서는 ABC를 발판으로 삼아서 수많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대단한 지식이나 엄청난 정보가 아니라, 가장 수수하면서 투박하고 쉬운 말마디로 온갖 이야기꽃을 피우지요.

  우리한테는 한글이 있고, 누구나 늘 으레 쓰는 한국말로 얼마든지 가장 수수하지만 가장 재미난 이야기를 꽃피울 만합니다. 가장 투박하면서 가장 즐거운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길어올릴 수 있어요.



ㅋ,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ㅌ, 태초부터 영원까지



  고요히 생각하기에, 내가 나를 바라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라온이라고 하는, 마음을, 밖에서가 아니라, 속에서 사랑할 수 있고, 아름다운 길은, 즐겁게 웃는, 첫걸음을 떼는, 콧노래를 부르는, 투박한 몸짓으로, 파란 하늘을 마시면서, 해님처럼 따스한 꿈으로 짓습니다.


  ㄱ부터 ㅎ까지 흐르는 이야기는 우리 누구나 지을 만해요. 내가 내 이야기를 지어요. 우리 스스로 우리 아이들하고 지을 살림을 생각해요. 이 생각 한 톨은 언제나 조그마한 씨앗이지만, 바로 이 조그마한 씨앗이 넉넉히 자라는 아름다운 꿈이 됩니다. 2016.7.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