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벨 이마주 95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2



할아버지한테서 비행기를 선물로 받은 아이는

―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시마다 유카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중앙출판사 펴냄, 2007.10.25. 9000원



  시마다 유카(島田 ゆか) 님이 빚은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중앙출판사,2007)를 천천히 되새기며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바무와 게로’ 이야기가 여러모로 나왔습니다. 이를테면 겨울낚시 이야기나 팬케이크 굽는 이야기나 집안 청소 이야기 같은 그림책이 두루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2002)이 나왔고, 다음으로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2007)이 나왔으며, 《바무와 게로의 일요일》(2009)까지 나왔어요.


  바무와 게로가 나오는 그림책은 어린 ‘바무(개)’하고 ‘게로(개구리)’가 살가운 동무로 지내면서 스스로 살림을 짓고 스스로 삶을 짓는 이야기가 앙증맞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두 어린 바무하고 게로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면서 새로움을 느껴요. 때때로 잘못을 저지르지만, 언제나 웃음하고 노래로 일을 마무리지어요. 더군다나 두 아이는 자동차를 몰고 비행기를 날며 마음껏 나들이를 즐기거나 모험을 해요.



바무에게. 돌아오는 일요일은 할아버지의 여든 살 생일이니까, 게로랑 같이 놀러 오너라. 참! 올 때 다락방에 있는 내 소중한 책도 가져다주렴. 할아버지가. (1쪽)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은 바무네 할아버지가 바무한테 보낸 글월로 이야기를 열어요. 곧 할아버지 생일이 다가온다면서 할아버지는 바무한테 ‘비행기’를 선물로 보내요. 다만 비행기를 선물로 보내되 비행기 부품입니다. 바무하고 게로는 할아버지 선물을 기쁘게 받아서 밤새도록 짜맞추기(조립)를 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몹시 좋아합니다. 어른이 다 지어서 주는 ‘완제품 비행기’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부품을 하나씩 맞추어서 ‘스스로 엮는 비행기’이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러우면서 재미나요.


  바무하고 게로는 밤새 비행기 부품을 맞추는데, 그냥 부품 맞추기만 하지 않아요. 이 일을 하기 앞서 먼저 배부르게 먹습니다. 잘 먹은 뒤에 한 조각씩 맞추면서 그림도 그려요. 비행기 몸통에 글씨도 그림도 신나게 넣습니다.



할아버지 편지에는 ‘맨 처음 보이는 것은 양파 산맥이니 그 위를 날아갈 때는 반드시 고글을 쓸 것!’ (11쪽)



  아이들은 손수 해 보기를 좋아합니다.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인 터라 무엇이든 스스로 부대끼고 스스로 맞이하면서 스스로 헤치고 싶습니다. 짜맞추다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하지요. 짜맞추다가 어딘가 엉성하면 그때그때 새로 짓지요. 스스로 짓거나 맞춘 것에 글씨를 넣거나 그림을 그리는 까닭은 스스로 이룬 것이 반갑고 기쁘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두 아이는 할아버지가 선물한 비행기를 타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난 모험을 누립니다. 양파가 가득한 곳을 지나고, 물뱀이 혀를 내미는 곳을 건너며, 박쥐가 우굴거리는 곳을 가로질러요.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닥뜨리기 앞서 미리 살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닥뜨리는 때에 아이들 나름대로 슬기를 짜내어 이 고비를 넘깁니다. 아무렴, 아이니까 아이답게 고비를 넘기지요. 아이는 아이대로 가뿐하면서 씩씩하게 고비를 벗어나지요.



한참 날아가니까, 바위 동굴이 보였어. 편지에는 ‘이 동굴을 지나면 거의 다 온 셈이야.’라고 씌어 있어. (24쪽)



  하늘을 날며 할아버지한테 찾아가는 그림책을 본 아이가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가 타고 싶은 비행기는 공항에서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아닙니다. 아이는 비행기부터 손수 짓고 싶습니다. 손수 지은 비행기를 손수 몰아서 하늘을 가르고 싶습니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가는 여객 비행기가 아니라, 들을 가르고 바다를 지나며 높은 멧자락을 넘는 비행기를 타고 싶습니다.


  집하고 일터 사이를 날마다 똑같이 자동차로 오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터전을 꿈꾸며 달릴 수 있는 길이 재미있겠지요. 뻔한 곳을 오락가락하는 길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한 길이 재미나겠지요. 하늘을 가르는 바람을 온몸으로 쐬고, 구름 한복판을 지나며, 무지개를 따라 날 수 있는 하늘길이 신나리라 느껴요. 아이들하고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을 읽으면서 우리한테 ‘우리 집 비행기’가 있어서 마음껏 하늘을 가른다면 신바람을 내면서 멋진 마실을 누릴 만하겠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2016.8.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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