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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 스웨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2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3
어항은 물고기한테는 감옥이라구!
―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7.11.10. 7500원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시공주니어,2007)를 읽습니다. 한국말로 나온 이녁 그림책 가운데 《펠레의 새 옷》이 있습니다. 《펠레의 새 옷》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새 옷’ 한 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 손길을 타야 하는가를 다룰 뿐 아니라, 아이가 둘레 어른들 일손을 거들기도 하고 스스로 씩씩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해내면서 비로소 옷 한 벌을 얻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는 ‘꼬마 물고기’하고 ‘꼬마 아이’가 나옵니다. 꼬마 물고기는 물 바깥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사람’을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꿈을 키웁니다. 꼬마 아이는 물 안쪽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물고기’를 낚시로 꼭 한 번 낚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그 커다란 개구리가 누군데요?” 꼬마 날쌘이가 물었어요. “‘사람’이라고 하지.” 가자미 아줌마가 대답했어요. “사람을 한번 보고 싶어요!” 날쌘이가 말했어요. “이 녀석, 큰일 날 소릴 하는구먼!” (4쪽)
물 안팎을 둘러싸고 궁금한 것이 많은 두 ‘어린이(어린 물고기하고 어린 사람)’는 어느 날 드디어 만납니다. 꼬마 물고기는 낚싯줄에 걸린 미끼가 맛있어 보여서 덥석 물어요. 이제껏 낚시놀이를 하며 물고기를 낚은 적이 없던 꼬마 아이는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지요.
사람한테 낚인 물고기는 ‘잡혔어도 사람 모습을 똑똑히 보고 싶어서 씩씩하게 얼굴을 마주봅’니다. 물고기를 낚은 아이는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았지만 너(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고 살뜰히 돌봐 주겠노라’ 하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물고기를 넣을 만한 것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토마스는 장화 한 짝을 벗어 물을 채웠지요. 그리고 날쌘이를 그 안에 놓아주었어요. 가엾은 날쌘이! 장화 속 세상은 맑은 강하고는 전혀 달랐어요! (10쪽)
우리 집 아이들이 마을 빨래터에서 놀다가 미꾸라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옵니다. 아이들이 데리고 온 미꾸라지는 죽었습니다. 빨래터에서 놀려고 하다가 미꾸라지를 보았는데 그때부터 죽었다고 해요. 아이들은 죽은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작은 통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왔고, 죽었어도 오랫동안 쳐다보면서 함께 놀았어요.
지난번에는 빨래터에서 물방개를 데려오기도 했고, 거머리나 게아재비를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소금쟁이도 데려오려다가 소금쟁이가 가볍게 뛰어서 통을 빠져나가니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어요.
가자미 아줌마가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마음씨 곱고 착한 사람 개구리야, 빨리 우리 날쌘이를 감옥에서 풀어 줘.” 그러자 토마스가 다시 얼굴을 내밀고 말했어요. “감옥이 아니라 어항인데…….” “날쌘이가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 모르겠니?” (18쪽)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를 보면, 꼬마 물고기 날쌘이가 사람한테 잡힌 뒤, 다른 물고기들이 날쌘이를 되찾으려고 애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꼬마 물고기더러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꼬마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들이 들려준 말을 귓등으로 흘렸어요. 다른 물고기들은 못물에서 아주 오래 살면서 마법을 쓸 줄 안다는 늙은 개구리한테 찾아갔고, 늙은 개구리는 ‘꼬마 물고기를 되찾겠다는 물고기들’한테 다리가 생기게 해 주어요.
물고기한테 다리라니! 아무튼 물고기들은 다리를 얻은 뒤 곧바로 꼬마 아이네 집으로 찾아가지요. 꼬마 아이더러 ‘어항’은 물고기한테 ‘아늑한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일깨우지요.
물고기한테 다리가 생겨서 동무 물고기를 되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고기도 애타게 바라고 바란 끝에 다리를 얻어서 동무 물고기를 되찾겠다는 뜻을 이룰 수 있어요. 우리를 둘러싼 온누리에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개구리도 개처럼 헤엄을 잘 쳐. 두고 봐,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법도 곧 배울 테니까. 뭐니 뭐니 해도 물고기헤엄이 최고지!” 토마스가 깔깔 웃으면서 말했어요. 토마스가 헤엄치는 법을 배웠다고 날쌘이가 전하자 큰 물고기들이 말했어요. “토마스란 녀석, 그래도 바보는 아닌가 봐. 우리처럼 되려고 하는 걸 보면 생각이 꽤 깊은 애야. 맑고 상쾌한 물속을 미끄러지듯 헤엄쳐 다니는 대신 땅 위를 두 다리로 걸어다녀야 하는 사람 개구리들은 참 불쌍해.” (24∼25쪽)
물고기한테는 물이 집입니다. 못물이나 냇물이나 바닷물이 바로 물고기한테 집입니다. 사람한테는 뭍이 집입니다. 들이나 숲이나 마을이나 뭍에서 이루는 터전이 집입니다. 물고기는 물살을 헤치면서 헤엄질로 삶을 누려요. 사람은 땅에 두 다리를 딛고 바람을 마시면서 살림을 누려요. 물고기는 맑고 싱그러운 물결을 한껏 누리면서 즐겁게 지내요. 사람은 맑고 밝은 바람과 햇살을 고루 누리면서 즐겁게 어우러져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꼬마 물고기를 얼른 놓아 줍니다. 꼬마 물고기를 얼른 놓아 준 뒤로 이 아이는 크게 바뀝니다. 먼저 개구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개구리는 아이한테 개구리헤엄을 가르쳐 주지요. 개구리헤엄을 익힌 아이가 물살을 마음껏 저으며 놀자, 꼬마 물고기가 아이한테 다가와서 함께 놀아요. 어항이 아닌 물속에서 다시 만난 ‘두 어린이’는 서로 홀가분한 기쁨을 누려요.
앞으로 아이는 ‘물고기가 들려주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이러면서 ‘물고기헤엄’까지 배울 수 있을까요? 아이 누나나 아이 어버이나 아이 이웃이나 아이 동무는 이 아이가 ‘개구리랑 물고기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는’ 줄 모릅니다. 아이는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삶을 하나씩 익히면서 더욱 즐겁게 놀 뿐 아니라, 둘레에 있는 작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배우는 기쁨, 노는 즐거움, 처음 맛보는 놀라움, 새롭게 마주하는 이웃,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가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붓끝하고 줄거리로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2016.8.1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