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토끼 비룡소의 그림동화 114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1



토끼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여우

― 도둑맞은 토끼

 클로드 부종 글·그림

 이경혜 옮김

 비룡소 펴냄, 2004.2.27.



  어머니는 아이를 가르칩니다. 어머니는 이녁이 어머니이기 앞서 아이였던 지난날 이녁 어머니한테서 배운 대로 가르칩니다.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삶과 살림을 배우고, 이렇게 배운 삶과 살림을 나중에 어버이가 되어 새삼스레 이녁 아이한테 가르쳐요. 이러는 동안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시나브로 피어납니다. 어버이한테는 아이를 돌보는 사랑이 피어나고, 아이한테는 어버이를 바라보는 사랑이 피어나요.



어느 컴컴한 밤이었어요. 여우 한 마리가 살금살금 토끼네 집으로 몰래 들어가 아기 토끼를 안고 나왔지요. 그러고는 부랴부랴 자기 집으로 줄행랑쳤어요. 엄마 여우는 토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기 여우에게 토끼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3∼4쪽)



  클로드 부종 님이 빚은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비룡소,2004)에는 아이를 가르치려는 ‘어미 여우(어머니)’가 먼저 나옵니다. 어미 여우(어머니)는 여우로서 여우답게 토끼를 사냥해서 맛나게 먹는 길을 새끼 여우(아이)한테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미 여우는 새끼 토끼를 솜씨 있게 잡아서 새끼 여우한테 가지고 와요.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가 보여주는 대로 새끼 토끼를 다루려고 애써 보는데, 뜻밖에도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사냥이 서툴 테지요. 어미 여우가 이제껏 여러 ‘작은 들짐승’을 잡아서 저한테 고기(밥)를 내어주었을 텐데, ‘산 토끼(산 채 잡아서 코앞에서 죽여서 먹을 밥이 될 토끼)’는 처음으로 마주하는지 이래저래 잘 안 되어요.


  어미 여우는 이를 지켜보다가 살짝 마실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어미 여우는 여러모로 할 일이 많거든요. 새끼 여우가 새끼 토끼를 이래저래 다루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겠거니 여기면서 집을 비워요.



엄마 토끼는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 다들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내 신세만큼 딱하지는 않을 거야. 잠깐 한눈팔았다고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다니!” (15쪽)



  그런데 말이지요,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에서는 어미 여우가 생각하지도 못하던 일이 생깁니다. 새끼 여우는 새끼 토끼를 잡아서 어미처럼 ‘족치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데, 어느새 둘은 ‘잡기 놀이’를 하거든요.


  아이들이란 그렇지요. 한창 배우다가도 놀이로 바뀝니다. 아니, 아이들은 모든 배움이 언제나 놀이예요. 놀면서 웃고, 놀다가 배우고, 노는 사이에 노래하며, 노는 동안 무럭무럭 자라요.



어느새 둘은 깔깔거리며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떼굴떼굴 구르기도 하고 … 그러다가 지쳐서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어요. 그때 엄마 여우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지요. “아니, 이게 어찌된 거야?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내 아들이 토끼랑 친구처럼 앉아 있다니, 세상에. 이런 창피한 일이 어디 있담!” (22∼25쪽)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한테 토끼 사냥을 가르치려 할 즈음, 새끼를 잃은 어미 토끼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어미 토끼는 살짝 한눈을 팔았다고 스스로 뉘우치지만, 어미 토끼는 새끼 토끼가 먹을 밥을 챙기느라 새끼를 지켜보지 못했어요. 이동안 어미 여우가 새끼 토끼를 데려갔으니까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고, 이곳저곳 헤매면서 새끼 토끼를 찾아다니는데, 어미 토끼는 끝끝내 새끼 토끼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여우굴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도 할 테고, 여우가 잡아갔는지 다른 무서운 짐승이 잡아갔는지 하나도 몰라요.



아기 여우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내가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고? 싫어! 절대로 안 그럴 거야!” 아기 여우는 도무지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혼날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27쪽)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이모저모 살림을 보여주고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나를 어버이로 삼아서 나한테서 이모저모 살림을 엿보면서 배웁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한테서 배울 만한 즐거운 살림이 되도록 하루를 지으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즐겁게 뒹굴면서 하루 내내 마음껏 노래하려 합니다.


  어미 여우로서는 새끼한테 사냥을 가르치면서 물려주고 싶습니다. 어미 토끼로서는 여우 같은 무서운 짐승을 잘 살피면서 몸을 숨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르치면서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두 새끼 짐승한테서 새로운 일이 생겨요. 새끼 여우하고 새끼 토끼는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로 거듭났거든요.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가 바라듯이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서 먹기를 바라지 않아요. 어미 여우를 거스르기로 마음을 먹어요. 이제 어깨동무를 하는 살가운 새끼 토끼이니, 이 사랑스러운 동무를 지키자고 생각을 굳혀요.


  어미 토끼는 새끼 토끼가 새끼 여우하고 동무가 된 줄 알까요? 아마 모르리라 생각해요. 새끼 토끼하고 새끼 여우가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가 된 줄은 꿈조차 못 꾸겠지요. 두 어미 짐승은 저희 새끼 짐승이 앞으로 어떤 살림을 새로 지을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리라 느껴요.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를 읽으며 우리 보금자리를 돌아봅니다. 나는 나대로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가르치고 싶은 슬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는 아이들 나름대로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우고 싶은 슬기 말고도 저희끼리 앞으로 ‘새로 지어서 누리거나 나누고픈 꿈’이 있어요.


  나는 두 가지를 해야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첫째, 어쨌든 어버이로서 내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아이들한테 고이 물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둘째,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면서 새로운 살림을 짓도록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북돋울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보탠다면, 어버이인 나도 ‘오늘 이 자리’에 머물지 말고, 내 슬기를 한결 새롭게 가다듬거나 가꿀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요. 토끼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여우처럼, 나는 앞으로 너그러우면서 따스한 품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