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보다 따뜻하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2
이모토 요코 글.그림, 강해령 옮김 / 북극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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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5



여름 더위를 잊게 해 주는 따스한 사랑

― 장갑보다 따뜻하네

 이모토 요코 글·그림

 강해령 옮김

 북극곰 펴냄, 2016.7.19. 15000원



  어느 겨울날을 떠올립니다. 바람이 차서 코도 몸도 귀도 꽁꽁 얼어붙으려 하던 날입니다. 아이랑 함께 나들이를 나오는데 아이가 추워하겠구나 싶어서 손을 잡습니다. 나는 겨울에도 장갑을 거의 안 낍니다. 장갑을 안 끼고 주머니에만 넣던 손을 빼어 아이 손을 잡는데, 아이가 문득 말합니다. “아버지 손 따뜻하네? 좋아.” 바짓주머니에서 내 손이 따스한 기운을 얻은 듯합니다. 그런데 바깥 찬바람은 아이 손을 감싼 내 손을 후려칩니다. 아이하고 자리를 바꾸어 다른 손을 잡습니다. “어, 이 손도 따뜻하네? 손은 주머니에 넣으면 따뜻해?” “주머니에 넣어도 따뜻하고, 서로 잡아 주어도 따뜻하지.”


  장갑을 낄 때뿐 아니라 서로 맞잡을 적에도 손이 따뜻하다고 깨달은 아이는 제 작은 손으로 커다란 아버지 손을 감싸 주려 합니다. “얘야, 그리 하지 않아도 돼. 아버지는 괜찮아.” “그렇지만 아버지 손은 바람을 맞잖아. 내가 따뜻하게 해 주어야지.”



언니가 장갑 한 짝을 주었어요. “와! 따뜻하다!” 하지만 다른 손은 여전히 시렸어요. (5쪽)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 《장갑보다 따뜻하네》(북극곰,2016)를 읽습니다. 겨울이 아닌 한여름에 나온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문득 겨울날 어느 한때를 그립니다. 이 여름이 지나면 찾아올 겨울을 헤아리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날 몸을 웅크리면 외려 더 춥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날 서로 손을 맞잡으면 뜻밖에 몹시 따뜻하구나 하고 느끼곤 해요.


  어릴 적에 장갑이란 거의 없이 동무들하고 뛰놀다가 문득 서로 손을 잡을 적에 ‘사람 손이 이처럼 따뜻하네’ 하고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어머니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올 적에 어머니가 겨울에 손을 잡아 주면 ‘어른 손은 이렇게 따뜻하구나’ 하고도 느꼈지만, 내 작은 손을 바깥에서 감싸쥔 어머니 손은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네 하고도 생각했어요.



“장갑보다 따뜻하네요!” 언니는 미미의 손을 더 꼭 잡았어요. 그러자 미미의 손은 더 따뜻해졌어요. “와! 언니랑 나랑 손을 잡으니까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네?” (10쪽)



  그림책 《장갑보다 따뜻하네》는 ‘겨울에 장갑을 끼면 손을 따뜻히 감싸’지만, 장갑이 없어도 ‘손과 손이 서로 마주잡으면서 고이 보듬을’ 적에 얼마나 따뜻한 살림이 되는가 하는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줍니다.


  먼저 언니가 동생 손을 잡아 주지요. 동생은 할머니 손을 잡아 주어요. 그러고 나서 수많은 동무를 하나씩 마음속으로 그려요. 열이고 스물이고 동무들이 ‘장갑이 없어’도 서로 손을 맞잡고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걷는 모습을 그려요.



미미는 언니에게 물었어요.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는 거야?” (18쪽)


“그럼 아주 아주 많아도 서로 손만 잡으면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는 거지?” (20쪽)



  서로 손을 잡으며 추위를 말끔히 잊습니다. 추운 겨울날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추위가 아닌 기쁨을 누립니다. 추위는 어느새 사라져요. 찬바람은 어느새 떨쳐요. 마주잡은 손처럼 얼굴을 마주보면서 웃어요.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고,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요.


  이렇게 서로 손을 따스히 맞잡으면서 걷는 마음 그대로, 우리 곁에 있는 이웃을 따사롭게 바라봅니다.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기꺼이 도와요. 내가 어려우면 이웃한테서 스스럼없이 도움을 받아요. 내가 이웃을 돕고, 이웃이 나를 도와요.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합니다. 서로 돌보고 서로 보살펴요.


  어린이로 자란 나는 우리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았어요. 어버이로 두 아이를 돌보는 나는 우리 아이들을 새로운 어버이가 되어 사랑을 물려주고 기쁨을 이어주어요. 아마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이녁이 어릴 적에는 이녁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으셨겠지요?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새롭게 어른이 되어 어버이 자리에 서면 기쁜 웃음으로 사랑을 물려줄 테고요. 한여름에 헤아리는 한겨울 이야기로 마음을 시원하고 넉넉하면서 ‘즐거운 따스함’으로 가다듬습니다. 2016.8.2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평점은 만점을 주지만, 이 그림책은 책값을 내려야 한다고 느낀다. 15000원이라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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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원이 있다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7
케빈 헹크스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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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4



콩 심은 데 콩 나니까, 꿈을 심어 보면?

― 나에게 정원이 있다면

 케빈 헹크스 글·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10.10.10. 9500원



  우리한테 땅에 있다면 우리는 저마다 이 땅을 어떻게 가꿀 만할까요? 이 땅에 건물을 높이 올릴 만할까요? 넉넉한 땅이 있으니 자동차를 대기 좋다고 여길 만할까요? 집을 크고 넓게 새로 지을 만할까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달릴 놀이터로 삼을 만할까요? 꽃씨를 심거나 나무를 심어서 아기자기하게 돌볼 만할까요?


  우리가 아이들한테 땅을 마련해서 선물한다면, 아이들은 이 땅에서 무엇을 할 만할까요? 도시 아이들이든 시골 아이들은, 아이들은 참말 저희 땅에 무엇을 심거나 두거나 놓거나 세우면서 하루 살림을 즐겁게 지으려 할까요?



나의 정원에서는 내 맘대로 꽃 색깔을 바꿀 수 있어요. 분홍색,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또 무늬도 바꿀 수 있지요. 꽃을 꺾으면, 그 자리에 다른 꽃이 금세 다시 피어나요. (6∼8쪽)



  케빈 헹크스 님 그림책 《나에게 정원이 있다면》(시공주니어,2010)을 찬찬히 읽어 봅니다. 이 그림책은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가 꽃밭이나 텃밭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거드는’ 아이가 마음으로 꿈을 그리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 어머니는 몹시 힘을 쏟아서 꽃을 돌보고 남새를 키운다고 해요. 그야말로 알뜰히 풀을 뽑고 흙을 일구며 땀을 바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 꽃밭’은 늘 눈부시고 ‘어머니 텃밭’은 언제나 넉넉하다지요.



내가 조가비를 심으면, 조가비가 자라나요. 내가 알사탕을 심으면, 무성한 알사탕 나무가 자라나요. (12∼14쪽)


나의 정원에는 새들과 나비들이 수백 마리씩 날아들어요. 정원은 푸드덕푸드덕 날갯짓 소리로 가득해요. (18쪽)



  아이는 풀을 뽑지 않아도 되는 꽃밭을 꿈으로 그립니다. 아이는 꽃을 꺾고 또 꺾어도 곧장 새로운 꽃송이가 올라와서 꽃잔치로 흐드러지는 꽃밭을 꿈으로 그립니다. 게다가 아이는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는 옛말처럼 ‘조가비 심어 조가비 나’고 ‘알사탕 심어 알사탕 나’는 신나는 텃밭을 꿈으로 그려요.


  와, 멋진걸요. 조가비랑 알사탕을 심어서 조가비랑 알사탕을 거둔다니! 그러면 어른들은 이때에 무엇을 꿈으로 그릴 만할까요? 돈을 심어서 돈을 거둔다는 꿈? 자동차를 심어서 자동차를 거둔다는 꿈?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책을 심어서 책을 거둔다는 꿈을 그릴 수 있을까요?


  게다가 ‘꽃밭 아이’는 제 꽃밭에 새와 나비가 한두 마리가 아닌 수백 마리가 날아들어서 어마어마한 노래잔치가 이루어지기를 꿈으로 그립니다. 알록달록 어여쁜 수많은 나비를 지켜보면서 기쁘게 웃고 싶다는 꿈을 그려요.



밤이 되었어요. 반딧불이와 문 앞의 등불만 빛나고 있어요. 자기 전에 나는 내 방에 있는 조가비를 정원으로 가져가요. 나는 조가비를 땅에 심어요. (25쪽)



  어른들은 밭에 콩을 심어야 콩이 나고 팥을 심어야 팥이 나는 줄 압니다. 콩을 심은 자리에 팥이 안 나고 팥을 심은 자리에 콩이 안 나는 줄 알아요. 그런데 어른들은 여기까지만 알아요. 어른들은 ‘꿈’을 심은 자리에 ‘꿈’이 자라고, ‘사랑’을 심은 자리에 ‘사랑’이 자라는 줄 더 헤아리지 못하곤 합니다.


  어머니 곁에서 꽃밭이랑 텃밭을 돌보는 일을 돕던 아이는 어느 날 밤 참말로 조가비를 밭 한쪽에 심으면서 즐겁게 웃음을 짓습니다. 앞으로 조가비에 뿌리가 내리고 싹이 터서 ‘조가비 꽃’이나 ‘조가비 나무’가 되기를 꿈으로 그립니다.


  그림책 《나에게 정원이 있다면》에 나오는 아이가 보여주는 몸짓은 어쩌면 어른들한테 바보스럽거나 터무니없다고 보일 수 있을 텐데, 이 아이는 참으로 즐겁고 사랑스럽게 마음을 쏟아서 꿈을 그려요. 우리는 이 아이한테 “얘야, 조가비를 심는다고 조가비가 나지 않아!” 하고 다그칠 수 없어요. 그러면 우리는 이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텃밭 아이’한테, ‘꽃밭 아이’한테, ‘꿈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깨동무를 할 적에 즐거운 하루 살림이 될까요? 2016.8.1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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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 스웨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2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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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3



어항은 물고기한테는 감옥이라구!

―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7.11.10. 7500원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시공주니어,2007)를 읽습니다. 한국말로 나온 이녁 그림책 가운데 《펠레의 새 옷》이 있습니다. 《펠레의 새 옷》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새 옷’ 한 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 손길을 타야 하는가를 다룰 뿐 아니라, 아이가 둘레 어른들 일손을 거들기도 하고 스스로 씩씩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해내면서 비로소 옷 한 벌을 얻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는 ‘꼬마 물고기’하고 ‘꼬마 아이’가 나옵니다. 꼬마 물고기는 물 바깥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사람’을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꿈을 키웁니다. 꼬마 아이는 물 안쪽이 여러모로 궁금해서 ‘물고기’를 낚시로 꼭 한 번 낚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그 커다란 개구리가 누군데요?” 꼬마 날쌘이가 물었어요. “‘사람’이라고 하지.” 가자미 아줌마가 대답했어요. “사람을 한번 보고 싶어요!” 날쌘이가 말했어요. “이 녀석, 큰일 날 소릴 하는구먼!” (4쪽)



  물 안팎을 둘러싸고 궁금한 것이 많은 두 ‘어린이(어린 물고기하고 어린 사람)’는 어느 날 드디어 만납니다. 꼬마 물고기는 낚싯줄에 걸린 미끼가 맛있어 보여서 덥석 물어요. 이제껏 낚시놀이를 하며 물고기를 낚은 적이 없던 꼬마 아이는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지요.


  사람한테 낚인 물고기는 ‘잡혔어도 사람 모습을 똑똑히 보고 싶어서 씩씩하게 얼굴을 마주봅’니다. 물고기를 낚은 아이는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았지만 너(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고 살뜰히 돌봐 주겠노라’ 하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물고기를 넣을 만한 것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토마스는 장화 한 짝을 벗어 물을 채웠지요. 그리고 날쌘이를 그 안에 놓아주었어요. 가엾은 날쌘이! 장화 속 세상은 맑은 강하고는 전혀 달랐어요! (10쪽)



  우리 집 아이들이 마을 빨래터에서 놀다가 미꾸라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옵니다. 아이들이 데리고 온 미꾸라지는 죽었습니다. 빨래터에서 놀려고 하다가 미꾸라지를 보았는데 그때부터 죽었다고 해요. 아이들은 죽은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작은 통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왔고, 죽었어도 오랫동안 쳐다보면서 함께 놀았어요.


  지난번에는 빨래터에서 물방개를 데려오기도 했고, 거머리나 게아재비를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소금쟁이도 데려오려다가 소금쟁이가 가볍게 뛰어서 통을 빠져나가니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어요.



가자미 아줌마가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마음씨 곱고 착한 사람 개구리야, 빨리 우리 날쌘이를 감옥에서 풀어 줘.” 그러자 토마스가 다시 얼굴을 내밀고 말했어요. “감옥이 아니라 어항인데…….” “날쌘이가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 모르겠니?” (18쪽)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를 보면, 꼬마 물고기 날쌘이가 사람한테 잡힌 뒤, 다른 물고기들이 날쌘이를 되찾으려고 애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꼬마 물고기더러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꼬마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들이 들려준 말을 귓등으로 흘렸어요. 다른 물고기들은 못물에서 아주 오래 살면서 마법을 쓸 줄 안다는 늙은 개구리한테 찾아갔고, 늙은 개구리는 ‘꼬마 물고기를 되찾겠다는 물고기들’한테 다리가 생기게 해 주어요.


  물고기한테 다리라니! 아무튼 물고기들은 다리를 얻은 뒤 곧바로 꼬마 아이네 집으로 찾아가지요. 꼬마 아이더러 ‘어항’은 물고기한테 ‘아늑한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일깨우지요.


  물고기한테 다리가 생겨서 동무 물고기를 되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고기도 애타게 바라고 바란 끝에 다리를 얻어서 동무 물고기를 되찾겠다는 뜻을 이룰 수 있어요. 우리를 둘러싼 온누리에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개구리도 개처럼 헤엄을 잘 쳐. 두고 봐,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법도 곧 배울 테니까. 뭐니 뭐니 해도 물고기헤엄이 최고지!” 토마스가 깔깔 웃으면서 말했어요. 토마스가 헤엄치는 법을 배웠다고 날쌘이가 전하자 큰 물고기들이 말했어요. “토마스란 녀석, 그래도 바보는 아닌가 봐. 우리처럼 되려고 하는 걸 보면 생각이 꽤 깊은 애야. 맑고 상쾌한 물속을 미끄러지듯 헤엄쳐 다니는 대신 땅 위를 두 다리로 걸어다녀야 하는 사람 개구리들은 참 불쌍해.” (24∼25쪽)



  물고기한테는 물이 집입니다. 못물이나 냇물이나 바닷물이 바로 물고기한테 집입니다. 사람한테는 뭍이 집입니다. 들이나 숲이나 마을이나 뭍에서 이루는 터전이 집입니다. 물고기는 물살을 헤치면서 헤엄질로 삶을 누려요. 사람은 땅에 두 다리를 딛고 바람을 마시면서 살림을 누려요. 물고기는 맑고 싱그러운 물결을 한껏 누리면서 즐겁게 지내요. 사람은 맑고 밝은 바람과 햇살을 고루 누리면서 즐겁게 어우러져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꼬마 물고기를 얼른 놓아 줍니다. 꼬마 물고기를 얼른 놓아 준 뒤로 이 아이는 크게 바뀝니다. 먼저 개구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개구리는 아이한테 개구리헤엄을 가르쳐 주지요. 개구리헤엄을 익힌 아이가 물살을 마음껏 저으며 놀자, 꼬마 물고기가 아이한테 다가와서 함께 놀아요. 어항이 아닌 물속에서 다시 만난 ‘두 어린이’는 서로 홀가분한 기쁨을 누려요.


  앞으로 아이는 ‘물고기가 들려주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이러면서 ‘물고기헤엄’까지 배울 수 있을까요? 아이 누나나 아이 어버이나 아이 이웃이나 아이 동무는 이 아이가 ‘개구리랑 물고기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는’ 줄 모릅니다. 아이는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삶을 하나씩 익히면서 더욱 즐겁게 놀 뿐 아니라, 둘레에 있는 작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배우는 기쁨, 노는 즐거움, 처음 맛보는 놀라움, 새롭게 마주하는 이웃,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림책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가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붓끝하고 줄거리로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2016.8.1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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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벨 이마주 95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2



할아버지한테서 비행기를 선물로 받은 아이는

―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시마다 유카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중앙출판사 펴냄, 2007.10.25. 9000원



  시마다 유카(島田 ゆか) 님이 빚은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중앙출판사,2007)를 천천히 되새기며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바무와 게로’ 이야기가 여러모로 나왔습니다. 이를테면 겨울낚시 이야기나 팬케이크 굽는 이야기나 집안 청소 이야기 같은 그림책이 두루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2002)이 나왔고, 다음으로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2007)이 나왔으며, 《바무와 게로의 일요일》(2009)까지 나왔어요.


  바무와 게로가 나오는 그림책은 어린 ‘바무(개)’하고 ‘게로(개구리)’가 살가운 동무로 지내면서 스스로 살림을 짓고 스스로 삶을 짓는 이야기가 앙증맞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두 어린 바무하고 게로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면서 새로움을 느껴요. 때때로 잘못을 저지르지만, 언제나 웃음하고 노래로 일을 마무리지어요. 더군다나 두 아이는 자동차를 몰고 비행기를 날며 마음껏 나들이를 즐기거나 모험을 해요.



바무에게. 돌아오는 일요일은 할아버지의 여든 살 생일이니까, 게로랑 같이 놀러 오너라. 참! 올 때 다락방에 있는 내 소중한 책도 가져다주렴. 할아버지가. (1쪽)



  그림책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은 바무네 할아버지가 바무한테 보낸 글월로 이야기를 열어요. 곧 할아버지 생일이 다가온다면서 할아버지는 바무한테 ‘비행기’를 선물로 보내요. 다만 비행기를 선물로 보내되 비행기 부품입니다. 바무하고 게로는 할아버지 선물을 기쁘게 받아서 밤새도록 짜맞추기(조립)를 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몹시 좋아합니다. 어른이 다 지어서 주는 ‘완제품 비행기’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부품을 하나씩 맞추어서 ‘스스로 엮는 비행기’이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러우면서 재미나요.


  바무하고 게로는 밤새 비행기 부품을 맞추는데, 그냥 부품 맞추기만 하지 않아요. 이 일을 하기 앞서 먼저 배부르게 먹습니다. 잘 먹은 뒤에 한 조각씩 맞추면서 그림도 그려요. 비행기 몸통에 글씨도 그림도 신나게 넣습니다.



할아버지 편지에는 ‘맨 처음 보이는 것은 양파 산맥이니 그 위를 날아갈 때는 반드시 고글을 쓸 것!’ (11쪽)



  아이들은 손수 해 보기를 좋아합니다.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인 터라 무엇이든 스스로 부대끼고 스스로 맞이하면서 스스로 헤치고 싶습니다. 짜맞추다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하지요. 짜맞추다가 어딘가 엉성하면 그때그때 새로 짓지요. 스스로 짓거나 맞춘 것에 글씨를 넣거나 그림을 그리는 까닭은 스스로 이룬 것이 반갑고 기쁘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두 아이는 할아버지가 선물한 비행기를 타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난 모험을 누립니다. 양파가 가득한 곳을 지나고, 물뱀이 혀를 내미는 곳을 건너며, 박쥐가 우굴거리는 곳을 가로질러요.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닥뜨리기 앞서 미리 살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닥뜨리는 때에 아이들 나름대로 슬기를 짜내어 이 고비를 넘깁니다. 아무렴, 아이니까 아이답게 고비를 넘기지요. 아이는 아이대로 가뿐하면서 씩씩하게 고비를 벗어나지요.



한참 날아가니까, 바위 동굴이 보였어. 편지에는 ‘이 동굴을 지나면 거의 다 온 셈이야.’라고 씌어 있어. (24쪽)



  하늘을 날며 할아버지한테 찾아가는 그림책을 본 아이가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가 타고 싶은 비행기는 공항에서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아닙니다. 아이는 비행기부터 손수 짓고 싶습니다. 손수 지은 비행기를 손수 몰아서 하늘을 가르고 싶습니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가는 여객 비행기가 아니라, 들을 가르고 바다를 지나며 높은 멧자락을 넘는 비행기를 타고 싶습니다.


  집하고 일터 사이를 날마다 똑같이 자동차로 오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터전을 꿈꾸며 달릴 수 있는 길이 재미있겠지요. 뻔한 곳을 오락가락하는 길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한 길이 재미나겠지요. 하늘을 가르는 바람을 온몸으로 쐬고, 구름 한복판을 지나며, 무지개를 따라 날 수 있는 하늘길이 신나리라 느껴요. 아이들하고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을 읽으면서 우리한테 ‘우리 집 비행기’가 있어서 마음껏 하늘을 가른다면 신바람을 내면서 멋진 마실을 누릴 만하겠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2016.8.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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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맞은 토끼 비룡소의 그림동화 114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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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71



토끼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여우

― 도둑맞은 토끼

 클로드 부종 글·그림

 이경혜 옮김

 비룡소 펴냄, 2004.2.27.



  어머니는 아이를 가르칩니다. 어머니는 이녁이 어머니이기 앞서 아이였던 지난날 이녁 어머니한테서 배운 대로 가르칩니다.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삶과 살림을 배우고, 이렇게 배운 삶과 살림을 나중에 어버이가 되어 새삼스레 이녁 아이한테 가르쳐요. 이러는 동안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시나브로 피어납니다. 어버이한테는 아이를 돌보는 사랑이 피어나고, 아이한테는 어버이를 바라보는 사랑이 피어나요.



어느 컴컴한 밤이었어요. 여우 한 마리가 살금살금 토끼네 집으로 몰래 들어가 아기 토끼를 안고 나왔지요. 그러고는 부랴부랴 자기 집으로 줄행랑쳤어요. 엄마 여우는 토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기 여우에게 토끼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3∼4쪽)



  클로드 부종 님이 빚은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비룡소,2004)에는 아이를 가르치려는 ‘어미 여우(어머니)’가 먼저 나옵니다. 어미 여우(어머니)는 여우로서 여우답게 토끼를 사냥해서 맛나게 먹는 길을 새끼 여우(아이)한테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미 여우는 새끼 토끼를 솜씨 있게 잡아서 새끼 여우한테 가지고 와요.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가 보여주는 대로 새끼 토끼를 다루려고 애써 보는데, 뜻밖에도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사냥이 서툴 테지요. 어미 여우가 이제껏 여러 ‘작은 들짐승’을 잡아서 저한테 고기(밥)를 내어주었을 텐데, ‘산 토끼(산 채 잡아서 코앞에서 죽여서 먹을 밥이 될 토끼)’는 처음으로 마주하는지 이래저래 잘 안 되어요.


  어미 여우는 이를 지켜보다가 살짝 마실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어미 여우는 여러모로 할 일이 많거든요. 새끼 여우가 새끼 토끼를 이래저래 다루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겠거니 여기면서 집을 비워요.



엄마 토끼는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 다들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내 신세만큼 딱하지는 않을 거야. 잠깐 한눈팔았다고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다니!” (15쪽)



  그런데 말이지요,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에서는 어미 여우가 생각하지도 못하던 일이 생깁니다. 새끼 여우는 새끼 토끼를 잡아서 어미처럼 ‘족치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데, 어느새 둘은 ‘잡기 놀이’를 하거든요.


  아이들이란 그렇지요. 한창 배우다가도 놀이로 바뀝니다. 아니, 아이들은 모든 배움이 언제나 놀이예요. 놀면서 웃고, 놀다가 배우고, 노는 사이에 노래하며, 노는 동안 무럭무럭 자라요.



어느새 둘은 깔깔거리며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떼굴떼굴 구르기도 하고 … 그러다가 지쳐서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어요. 그때 엄마 여우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지요. “아니, 이게 어찌된 거야?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내 아들이 토끼랑 친구처럼 앉아 있다니, 세상에. 이런 창피한 일이 어디 있담!” (22∼25쪽)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한테 토끼 사냥을 가르치려 할 즈음, 새끼를 잃은 어미 토끼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어미 토끼는 살짝 한눈을 팔았다고 스스로 뉘우치지만, 어미 토끼는 새끼 토끼가 먹을 밥을 챙기느라 새끼를 지켜보지 못했어요. 이동안 어미 여우가 새끼 토끼를 데려갔으니까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고, 이곳저곳 헤매면서 새끼 토끼를 찾아다니는데, 어미 토끼는 끝끝내 새끼 토끼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여우굴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도 할 테고, 여우가 잡아갔는지 다른 무서운 짐승이 잡아갔는지 하나도 몰라요.



아기 여우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내가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고? 싫어! 절대로 안 그럴 거야!” 아기 여우는 도무지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혼날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27쪽)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이모저모 살림을 보여주고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나를 어버이로 삼아서 나한테서 이모저모 살림을 엿보면서 배웁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한테서 배울 만한 즐거운 살림이 되도록 하루를 지으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즐겁게 뒹굴면서 하루 내내 마음껏 노래하려 합니다.


  어미 여우로서는 새끼한테 사냥을 가르치면서 물려주고 싶습니다. 어미 토끼로서는 여우 같은 무서운 짐승을 잘 살피면서 몸을 숨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르치면서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두 새끼 짐승한테서 새로운 일이 생겨요. 새끼 여우하고 새끼 토끼는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로 거듭났거든요. 새끼 여우는 어미 여우가 바라듯이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서 먹기를 바라지 않아요. 어미 여우를 거스르기로 마음을 먹어요. 이제 어깨동무를 하는 살가운 새끼 토끼이니, 이 사랑스러운 동무를 지키자고 생각을 굳혀요.


  어미 토끼는 새끼 토끼가 새끼 여우하고 동무가 된 줄 알까요? 아마 모르리라 생각해요. 새끼 토끼하고 새끼 여우가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가 된 줄은 꿈조차 못 꾸겠지요. 두 어미 짐승은 저희 새끼 짐승이 앞으로 어떤 살림을 새로 지을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리라 느껴요.


  그림책 《도둑맞은 토끼》를 읽으며 우리 보금자리를 돌아봅니다. 나는 나대로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가르치고 싶은 슬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는 아이들 나름대로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우고 싶은 슬기 말고도 저희끼리 앞으로 ‘새로 지어서 누리거나 나누고픈 꿈’이 있어요.


  나는 두 가지를 해야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첫째, 어쨌든 어버이로서 내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아이들한테 고이 물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둘째,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면서 새로운 살림을 짓도록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북돋울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보탠다면, 어버이인 나도 ‘오늘 이 자리’에 머물지 말고, 내 슬기를 한결 새롭게 가다듬거나 가꿀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요. 토끼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여우처럼, 나는 앞으로 너그러우면서 따스한 품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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